안 위공 | 시공사 | 2010.6.?-16
오늘 죽음의 마감을 겨우 끝냈다. 보람이나 재미가 있어야 나도 일하면서 즐거운데 요즘 떨어지는 일들이 너무 취향이 아니라 마감 때까지 질질 끌다가 겨우 넘기는 일의 반복이다. --; 뭔가 생산성 있는 일을 하기에는 너무 지쳤고 읽은지 한참 됐는데 정리를 하지 않은 책 감상이나 간략히 적으려고 앉았다.
아프리카인의 입장에서 보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데 허연 놈들이 기어들어와서 탐험이랍시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멀쩡한 호수며 폭포 이름은 지들 맘대로 다 바꿔놓고, 야만인 취급에 무시하고 깽판 치는 것도 모자라서 노예로 잡아가 팔아 넘기더니 이제는 자기들끼리 줄 그어놓고 여기는 내 땅, 저기는 네 땅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게 된 역사지만 서구인의 입장에서는 어쨌거자 저쨌거나 아프리카 탐험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책이다.
북쪽과 남쪽을 중심으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아프리카의 모습은 19세기에 들어와 영국의 왕립 지질학회를 필두로 한 유럽열강과 미국의 자본의 지원을 받은 탐험가들이 몰려들어 갖가지 루트로 대륙을 탐사하고 횡단하면서 노예 외에도 엄청난 자원을 가진 보고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내륙은 백지나 다름없었던 아프리카 지도의 여백을 하나씩 채워나간 사람들의 여행과 그들의 작업들이 시간 순으로 하나씩 기록되고 있다.
거기에 뒤이은 비극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아는 바이고. 흔히들 아프리카의 미개함 때문이라고 치부받던 온갖 질병들의 상당수가 유럽인들이 전파한 것이고 그들이 주장하던 아프리카의 발전은 무자비한 수탈이라는 건 아직까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어릴 때 읽었던 세계위인전집에는 어둠에 묻힌 대륙 아프리카를 탐험하고 그 신비를 걷어냈다는 이유로 리빙스턴이나 스탠리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커서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저 사람들이 과연 위인이라는 이름으로 추앙을 받아야 마땅한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현재 시점에서 리빙스턴까지는 몰라도 벨기에의 레오폴트 왕의 그 무시무시한 콩고 지배에 적극 협조한 스탠리는 위인은 고사하고 아주 나쁜 X의 반열에 넣어줘도 모자람이 없다고 확신한다.
유럽인의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탐험사일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운명을 겪었던 피지배 민족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또 찜찜한 기록이었다. 그나마 우리는 어느 정도 회복세에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프리카 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 담담하고 별 감정없는 팩트 자체가 상당히 울분스러운 기록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