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홈피를 키우던 시절에 올려놨던 자료.
한꺼번에 업데이트하긴 엄두가 안 나고 이렇게 하나씩 기회될 때마다 올려보려고 함.
4경 댄스 칸타타
작곡: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가사: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안무: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
플롯: 쟝 콕도
미술: 나탈리아 곤차로바
세계 초연:
초연 무용수: 펠리아 두브로브스카, 보이찌코프스키,
발레사를 볼때 발레의 발전에 공현한 위대한 발레리나는 많지만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여성안무가는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천재적인 무용가 니진스키의 여동생이기도 한 그녀는 정신이상이 되기 전의 니진스키의 안무나 춤을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예술적 동반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녀만의 안무세계도 역사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70편이 넘는 발레를 창작했는데 특히 「결혼(1923)」은 가장 혁신적인 추상발레로 모든 현대발레의 길을 연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혼’의 음악은 스트라빈스키가 ‘봄의 제전’을 완성한 직후인 1914년 초에 구상되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작품을 「노래와 음악이 있는 러시아의 춤」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1917년 2월에 그를 방문한 디아길레프에게 이 작품 스케치를 들려주었고, ‘결혼’에 감동한 디아길레프는 이 작품을 빨리 완성하도록 독촉한다. 하지만 이 곡은 1923년이 되서야 오케스트레이션이 마무리된다.
‘결혼’은 성악(합창, 독창), 네대의 피아노, 두개의 팀파니, 실로폰, 벨, 두개의 테너드럼과 사이드 드럼, 탬버린, 베이스 드럼, 심벌즈, 트라이앵글, 그리고 두개의 캐스터네츠라는 유래 없는 희안한 악기군으로 구성되어 음악적 효과가 아주 독특해 당시 관객들에겐 거의 소음으로 들릴 수준으로 엄청난 혹평의 대상이 된다.
니진스카는 성악과 기악이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어울려진 이 파격적인 음악에 어울리게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기법의 안무를 시도했다. 화려한 주인공들의 솔로와 질서 정연한 군무 등의 어우러진 전형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기하학적이고 건축적인 패턴의 안무를 시도해서, 발레에서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인식되던 마임이나 무대 소도구가 완전히 배제되었다. 특히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기존 발레와 달리 주인공인 신랑, 신부는 무대의 중심에 서있긴 했지만 상징일 뿐이고 꼬르 드 발레(군무)에 중점을 둔 새로운 추상발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음악에서 러시아의 전통과 어우러진 종교적인 것을 표현했지만 니진스카는 결혼과 관련된 기쁨과 흥분과 함께 공포와 고통을 표현하려 했다. (이 부분에 관해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이라고 해석한 사람도 있다)
스토리는 평범한 농부 가정의 결혼식을 그린 것으로 매우 단순하다.
1경
러시아 농가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신부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친구들이 모여 신부의 머리를 빗겨주고 축복을 보낸다. 신부의 어머니는 낯선 남자와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는 딸에게 훈계를 한다.
2경
신랑의 집에서 신랑의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이 결혼 준비를 도우며 신랑의 행운을 빈다. 신랑과 신부의 부모는 자식을 잃는걸 슬퍼하고 양가 친구들이 위로를 한다.
3경
결혼식장인 교회로 신부가 떠날 준비를 한다. 신랑이 도착하고 신랑 들러리들은 신랑이 신부를 맞기위해 도착했다고 선언하고 신부가 입장해 결혼식이 치뤄진다. 새 부부가 떠날때 모두 축복을 보내고 양친은 슬픔에 잠긴다.
4경
결혼피로연으로 신부에게 손님들이 아내의 의무에 대해 설명하고 신랑은 아내에 대한 책임에 대해 설교를 듣는다. 모두가 잔치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젊은 한쌍을 위해 축배가 올려지고 신랑신부는 신방으로 안내된다. 손님들이 신방 문곁에 양친과 함께 모여 앉을때 신랑은 아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니진스카는 결혼에서 그녀의 천재적인 오빠 니진스키가 이루지 못한 부분, 마임을 완전히 배제하고 춤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 작품에선 아무런 마임 없이 무용수들의 스텝과 움직임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선에 의해 심리와 사건의 진행이 표현된다.
니진스카의‘결혼’안무는 작곡자인 스트라빈스키 조차도 너무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탐탁치 않아했지만 니진스카의 천재성을 믿은 디아길레프의 전폭적인 지지에 의해 강행되어 무대에 올라갔다. 니진스카의 안무를 신뢰한 디아길레프 마저도 “20년이 지나면 우리는 이 발레를 이해하게 되겠지”라고 할 정도로 모험이었지만, ‘결혼’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20세기 모던발레 시대를 열었다.
이후 많은 안무가들이 결혼을 공연했지만 니진스카 것에 필적하는 평가를 받은 작품은 아직 없다.
1989년 프렐로까쥬는 5쌍의 남녀와 5개의 마네킹을 등장시켜 결혼 의식의 와해를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MENT:
작품 해설 부분에 올릴까 하다가… 이건 정확한 정보도 없고 또 아직은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 그냥 이 끄적임에 올리는 얘기인데요. 한국에서도 몇차례 안무가들이 결혼을 안무해 무대에 올렸습니다. 제가 기억 하는 건 국립 발레단 김긍수 단장의 안무와 ‘창고’란 작품의 한 부분으로 포함된 제임스 전 안무의 ‘결혼’ 정도.
특히 제임스 전의 결혼은 창고란 작품의 일부분에 포함되어 있기 아깝다는 생각을 작품을 보는 내내 했습니다. 음악과 일체가 되어 쉴새 없이 움직이는 에너제틱한 움직임, 착착 바뀌는 동선과 잘 짜여진 구조들. 그리고 튀지 않게 잘 녹여서 은근히 드러낸 한국만의 풍습과 이미지. 수작이라는 생각과 함께… 전막 발레인 창고 안에 넣었기 때문에 고려했을 무용수들의 체력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결혼만을 떼어내 따로 안무를 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니진스카 만큼이나 음악을 잘 이해했다는 생각을 한 공연이었습니다.
음악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 곡은 처음 음악을 들은 순간부터, 그리고 무대를 본 순간부터 충격이었습니다. 결혼이란 제목에서 연상되는 로맨틱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고 어두운 분위기의 기악적인 합창과 사람을 묘하게 흥분시키는 타악기 소리. 어둡고 무표정한 무용수들. 이게 웬 결혼이냐, 판을 잘 못 틀었나 하는 생각에 자켓을 뒤집어 보면서 확인까지 다시 할 정도였죠.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 음악에는 바로 이 안무가 제격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봐도
현대적이고 꽉 짜인 건축적인 구성. 기존의 발레에선 감히 생각도 못했던 새로움을 창조한
니진스카가 다시 보였습니다.
이 발레를 보기 전에 니지스카에 가졌던 인상은 그냥 니진스키의 동생이고 오빠의 안무를
가장 잘 표현한 무용수다 정도였죠. 그런데 결혼을 본 이후부터 니진스카는 니진스키와
완전히 독립된 존재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한 집안에 두명에게나 이런 천재성을 주다니 하느님이 그날 기분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아마 뒤늦게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니진스키의 천재성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거둬가진 했지만요.
음악과 딱 들어맞는 무용을 고르라면 바로 이 작품. 결혼을 고르고 싶습니다. 작곡가도
미처 생각 못했던 것을 니진스카가 춤으로 짚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파리 오페라 발레에서 니진스카의 안무를 정확하게 복원해서 공연하고 있지만 의상에 대해선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초연 때 신부의 긴 검은 머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신부 친구들의 상의가 흰색이었는데 파리 오페라 발레에선 검은 색을 입어서 긴 머리채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더군요. 음악의 분위기를 따라가는데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춤을 위해선 계산 착오였단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