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읽다 만 5권을 돌파하고 드디어 6권 격파.
이번 편에서는 스파르타를 말아 먹은 아게실라우스 왕과 시저의 정적으로 유명한 로마의 품페이우스,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 영웅들을 넘어 근세까지 정복 좀 하겠다고 나선 남자의 아이돌이었던 알렉산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게실라우스는 절름발이가 왕이 되면 스파르타가 망한다는 신탁을 리산데르와 협력해서 절묘하게 이용해 조카를 제치고 스파르타의 왕좌를 차지한 인물이다. 초창기에는 나름대로 정치도 잘 하고 정복 사업도 성공적으로 벌였지만 정적인 리산데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내분이 일어나게 되고 후반기로 가면서 결국은 스파르타의 위상을 확 깎아 먹은 일종의 실패자. 이집트에 용병으로 갔다가 거기서 사망한다. 그렇지만 그의 뒤를 이은 직계 자손들이 5대나 왕을 해먹었으니 그다지 망한 장사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와 쌍을 이루는 인물은 로마의 품페이우스다. 이 인물은 시저 혹은 케사르와 엮여서 아주 유명하니까 따로 소개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케사르가 마리우스 쪽에 가까웠다면 그는 술라와 가까웠고 그의 은혜를 입어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관계는 결국 대를 이어 지속이 되다가 그 역시 케사르와 내전에서 결정적으로 패배를 당하고 피신하다 들렀던 이집트에서 암살 당하는 걸로 생을 마감한다.
플루타르크의 인물과 역사 기술을 읽고 있노라면 한 인간의 뛰어남이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운이라는 것이 승부에 엄청난 작용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품페이우스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항우와 유방의 싸움을 보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모든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99번을 이겼음에도 단 한번의 패배로 모든 걸 잃게 되는 그런 비극은 아무래도 인간 능력보다는 하늘의 개입 쪽에 그 책임을 돌리게 되는 게 인지상정인듯. 아마도 플루타르크의 역사관일 수도 있는 것 같다.
횡설수설은 이만 각설하고, 다음 편의 주인공은 알렉산더.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통털어 가장 유명한 인물일 것이고, 그에 버금갈 유일한 인물이 케사르라는 걸 감안할 때 둘을 한 쌍으로 붙인 플루타르크의 선택은 탁월한 것 같다. 전쟁 중에도 알렉산더 대왕의 전기를 갖고 다녔다는 케사르를 보건대 저승에서도 엄청난 영광이라도 펄떡거리면서 기뻐하고 있을 듯.
이 책에선 분량 관계상 알렉산더까지만 적고 있다. 기본 팩트라는 건 유사한지 어릴 때 위인전에서 읽은 내용들이 기본에 깔리고 거기에 더해 성인 버전의 사건들과 플루타르크의 평가가 길게 서술된다. 역시 그의 위업은 워낙 유명하니 자세하게 옮기는 건 생략하고, 이 책에서 새로 알게 된 건 그가 겐지즈 강에서 더 이상의 정복을 포기하고 결국 길을 돌렸다는 것. 그리고 말년에는 (나이로 치면 말년이랄 건 없지만 어쨌든 죽은 시점으로 따져서) 미신과 신탁에 몰두해서 아주 예민해지고 사소한 징조에도 떠는 그답지 않은 나약한 모습으로 변해갔다는 사실이다.
많은 역사가들이나 또 나 역시도, 알렉산더가 그렇게 젊은 나이가 아니라 한 10년 정도 더 살았더라면 어떤 위업을 이뤄냈을까? 라는 궁금증과 아쉬움을 갖고 있었는데 말년의 묘사를 보면서 추락하거나 나빠지기 전에 죽었기에 그가 전설로 남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불세출의 영웅이란 일찍 죽어서만 가능한 걸까? ^^;
책/인문(국외)
플루타르크 영웅전 6
플루타르크 | 한아름 | 2010.5.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