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 마이런 | 브렛 위터 (지은이) | 갤리온 | 2010.10.?-21
원제는 저 고양이의 이름인 Dewey 다. 듀이는 퍼스트 네임이고 풀 네임은 듀이 리드모어 북스. 도서관에서 살았던 고양이라는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내주는 이름.
이런 류의 책은 항상 운명적인 만남부터 시작해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의 죽음으로 끝을 맺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꼭 눈물을 한방울 떨구게 된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어린 시절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후유증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이 책은 저 표지 사진이 너무 예뻤고, 또 결정적으로 50% 세일이라는 유혹을 물리치질 못해서 결국 구입.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지막에는 역시나 슬펐다. 하지만 18년이라는... 고양이로서는 비교적 장수를 했고 또 큰 굴곡없이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다 곱게 떠나간 일대기였기 때문에 그 후유증은 그리 크지 않다. 더불어 고양이 듀이의 삶과 함께 듀이가 살았던 도서관의 관장이었던 비키 마이런의 삶이 함께 교차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동물 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더 담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 사진을 찍을 때 애완동물 스튜디오에서 비키 마이런은 '모든 주인은 자기 동물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듀이는 정말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갖고 있는 불치병(^^;)인데... 듀이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난 이 고양이가 특별하다기 보다는 그의 환경과 둘러싼 사람들이 특별했기 때문에 듀이가 특별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 특유의 기본적인 예민한 레이더랄까, 감수성이 자신의 생존이나 환경에 맞춰 필요한 쪽으로 발전하게 되는 그런 진화의 일종이랄까...
듀이가 한참 인기가 있을 때는 모두 용인하고 좋아하다가 늙어서 애교도 줄고 모양도 볼품없어지자 도서관에서 은퇴를 의논하는 이사회 등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나 동물이나 늙으면 다 구박덩어리가 되는구나 하는 비통함이랄까... 그런 무상함도 느끼게 된다.
굳이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인간에게 동물이란 존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야 하는지를 담담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80대인 이 저자의 아버지가 어린 고양이를 키우면서 "얘보다 내가 먼저 죽을 거라는 게 너무 다행히고 행복하다"는 심정이 이해가 되는 동시에... 그래도 자기가 죽은 뒤에 딸이나 가족 중 누군가가 그 고양이를 책임져줄 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행복이라는 약간의 부러움도 느끼게 됨.
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뽀삐양도 듀이만큼은 좀 살아주면 좋겠다. 20세기 말부터 밀레니엄까지 함께 했던 뽀삐 1세는 좀 더 살아도 되는데 너무 허무하게 빨리 떠났다. 내 21세기를 함께 하고 있는 뽀삐는 얼마나 살아주려나. 그러고 보니... 건강검진 결과를 좀 듣고 오라는데 동생이 게기고 있음. 빨리 깁스를 풀어야 내가 활개치고 다니면서 할 텐데. 뭐든 부탁을 하려니 아주 속이 뒤집어져서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