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크 | 한아름 | 2010.8.8-10.23
두달 반에 걸쳐서 겨우 다 읽은 7권. 소설은 모르는 결말을 향해 흥미진진하게 가는 게 더 속도가 빠르지만 역사는 모르는 사람들이나 사건보다는 아는 부분이 이상하게 더 흥미롭고 진도가 빠른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내게만 해당하는 취향이겠지만 해피엔딩이 보장이 될 때 속도나 몰입감이 더 나아지는데 이번 7권의 등장인물은 하나 같이 제 명에 살지 못하고 비명횡사. --;
7권의 등장인물은 시저라고도 불리는 케사르, 포키온, 카토 3세, 아기스, 클레오메네스, 티베리우스 그라쿠스다. 확실히 안다고 할 수 있는 건 케사르와 그라쿠스 정도, 카토와 포키온은 이름은 들었고, 아기스와 클레오메네스는 그야말로 이번에 처음 만나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에서도 밝혔듯이 다들 품은 뜻은 컸지만 그걸 완성하지는 못하고 자살하거나, 암살당하거나 살해 당한 미완성의 영웅들. 혹은 그리스와 로마의 실패자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케사르의 경우는 워낙 많이 알고 있었고 또 마지막이 비참하긴 했지만 그의 후계자들이 화끈하게 복수를 해줬으니 크게 억울할 게 없지만 다른 인물들, 특히 스파르타의 부흥을 도모했던 아기스와 클레오메네스는 그들이 성공했었더라면~ 하는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쳐보게 된다.
이미 부귀와 사치를 맛 본 기득권층의 특권을 줄이거나 나눈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걸 이 두명의 젊은 스파르타 왕과 티베리스우 그라쿠스를 보면서 아주 절감을 하게 된다. 그들과 흡사한 이상을 품었던 실패자의 비상과 죽음을 같은 시대에서, 바로 옆에서 지켜봤어서 그런지 수천년 전 그들의 실패가 꼭 내 시대에 내 곁에서 일어난 것처럼 괜히 감정 이입이 되고 마음이 짠했다.
장소와 시간만 다를 뿐인지 인간들의 행태는 지금 내가 사는 시간과 너무도 흡사해서 조금은 우울했다. 인류에게 과연 기술 말고 진보라는 게 가능하긴 한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회의를 또 하게 하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