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는 내 동생의 취향인 만화. 그러나 함께 빌여왔으면 일단 읽어줘야함이 도리인 관계로.
일상의 익숙했던 것에서 비현실적인 세계를 창조해내는 일본인들의 상상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게 한 만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인 벌레들에게 그들이 갖고 있는 이상의 힘과 그들만의 세계를 부여했다. 그리고 주인공인 충사는 일본 만화의 주인공 대다수가 그렇듯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고 그 뛰어난 능력 때문에 어디 한군데 정착할 수 없는 외로운 방랑자.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벌레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을 해결해주는 옴니버스 스타일의 이야기면서도 꾸준히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비밀과 연결점도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부담없이 읽기를 멈출 수 있는 옴니버스가 아니라 계속 책을 보게 하는 이런 감질나는 복선은 이런 류 일본 만화 기획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모양.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나 백귀야행도 그 극악 연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유로 계속 보고 있으니.
벌레가 등장하는 얘기라 비위 거슬리게 하는 그림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견딜만한 수준. 부러운 상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