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잔 사트라피 | 휴머니스트 | 2011.3.30
페르세폴리스 이후 팬이 된 이란 여류 작가인 마르잔 사트라피의 책이다.
페르세폴리스에서 보여주던 그 솔직대범함이 이 책에서는 여성들의 수다를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정말 20세기 이슬람 문화권(이란인들은 자신들을 이슬람으로 묶는 걸 아주 싫어하지만 다른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음)의 여성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온, 3번의 결혼경력을 가진 할머니, 이란 혁명 당시에 혁명에 앞장 섰고, 호메이니를 필두로 한 신권 정치에도 힘껏 저항했던 서구적인 어머니 외에도 보수적인 이란에도 저런 여성들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용기있고 개방적인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 모임에 당시의 인습과 사회적인 굴레에 순응해 살아가는 여성들도 그 수다에 끼어있기는 하지만 그녀들 역시 마음까진 굴레에 들어가지는 않아 있다.
식사 후에 마르잔이 사모바르에 끓인 차 (사모바르에 차를 끓이는 데 45분 정도 걸린다는 걸 처음 알았음. 우리는 게 아니라 끓이는 차는 어떤 맛일지. ㅌ님과 함께 불타올랐던 사모바르에 대한 욕망이 다시 나를 태우고 있음.)를 나눠 마시면서 자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인습 안에서 꿋꿋이 견뎌내거나, 아니면 어리석은 (때때로 동정의 여지가 없는 한심한 주변의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이웃들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눈다,
밖으로 드러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뒷담화들이 많기 때문에 그녀들은 비밀의 맹세를 하고 있고, 그걸 어기지 않았기에 그 대화 모임이 유지되긴 했겠지만... 이제 마르잔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공개가 되어버렸다. ^^; 물론 어느 정도는 윤색도 시켰을 테고 이름도 바꾸는 등의 작업을 거치긴 했겠지만 부끄러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혹시라도 이 책 안에 등장한 자신을 보면 좀 창피하긴 할듯.
에밀리 소설책에서 주변 사람들이 에밀리의 책에 나쁜 모습으로 등장할까봐 그녀에게 아주 잘 하고 조심스럽게 대하는 걸 보면서 좀 오버다 싶었는데... 최소한 마르잔 사트라피의 주변 사람들은 좀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긴 하다. ^^
후루룩 읽기 좋은 짧은 분량의 시원시원한 그림체의 이야기지만 폐쇄된 문화권에서 여성들의 삶과 가둘 수 없는 정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담장을 두르고 막는다고 결코 막아지지는 않는 게 생각의 자유이긴 한데... 그것은 어느 정도 삶에 여유가 있고 교육을 받은 이 여성들에게 한정이 된다는 게 참... 한 사회를 억누르고 망치려는 독재자들이 교육과 정보를 최소화하고 통제하려는 게 정말 이해가 되긴 된다. 아는 게 많으면 정말 생각도 많아지고 말도 많아질 수밖에 없거든. 그리고 말이 많아지다보면 자신이 하는 말이 X 팔려서라도 행동을 하는 인간들이 나오게 되는 법이고, 소수라도 늘어나고, 또 행동이 많아지면 변화는 필연적으로 온다,
윗층에서 이사왔다고 뜨끈한 팥시루떡을 갖고 왔음. 참... 이사떡 돌리는 거 받아본 게 도대체 몇 년만인지 계산도 안 되네. 월요일에 장에 가면 과일이라도 좀 사다가 올려드려야겠다. 금방 찐 뜨끈한 거 먹으니까 맛있네. 달지도 않고. ^ㅠ^ 출출할 때 환상의 타이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