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의 ㅎ자도 모르는 사람의 헛소리를 들어주기 위해 왕복 2시간을 소모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헛소리 중에 건질 거 하나를 챙겼으니 완전히 버렸다고는 할 수 없었고... (아니었으면 정말 열 받아 죽었을듯)
회의한 곳이 3호선 라인이라 끝내고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로 고고~
리모델링을 앞두고 세일을 왕창 한다고 해서 오늘 가서 대충 집에서 입을 옷들이랑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스뎅 라면 냄비를 만원에 건져왔다. 그리고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보고 확 반했던 -소장품이라고 엄청 잘난척 하던- 유리와 도자기로 된 중국 찻잔과 티팟을 득템~ ㅎㅎ 오늘은 차 마시기 늦은 시간이라 그냥 씻어만 놨는데 조만간 개시해서 사진 찍어 올리겠음~
그리고 들어와 감독과 쓸데없이 사람 오라가라한 부장의 부탁대로 클라이언트에게 전화 걸어서 엄청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듯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것들을 마구마구 질문을 해줬다. -_-;
그러고 나니까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A급 드라마 작가가 아닌 이상 이 바닥에서 작가가 글 써서 억대 연봉자가 되기는 쉽지 않은데 홈쇼핑이 한참 잘 나갈 때 진짜 돈을 갈퀴로 쓸어 모으는 모 작가가 있었다. 홈쇼핑의 김수현이라고 불리던 그녀의 영업 비술이랄까 처세는 바로 전화.
모든 클라이언트에게 꼭 새벽 1~3시 사이에 전화를 걸어서 "지금 한참 고민하면서 포인트를 잡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판단이 안 선다." 어쩌고 하면서 의논을 하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아! 이 사람이 나를 위해 밤잠도 자지 않고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고 글을 쓰는구나!' 하면서 한마디로 훅 가게 됨. 후광효과라는 게 생겨서 사소한 건 넘어가고 그 감동이 계속 그녀만 찾게 되는 원동력이었다.
그 유명한 여우짓을 들으면서 나를 포함한 곰과들은 '우린 그냥 생긴대로 살다 죽자'고 했었는데... 오늘 본의 아니게 하면서 속이 느글느글. ㅋㅋ
본론과 좀 관계없는 얘기인데, 위의 그 억대 연봉 작가는 작가들, 특히 기혼작가들에게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절대 남편보다 더 벌지 말자!'는 확고한 결심을 하게 해준 일종의 멘토였음. 매일 현찰을 긁어오는 와이프를 믿고 회사 때리치고 사업하겠다고 나선 남편이 작은 빌딩 한 채값을 후루룩 말아 드셨다는... --; 마지막으로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백수였는데 정신 차렸는지 모르겠군. 홈쇼핑도 예전 같지 않아서 전처럼 갈퀴로 긁지는 못할 텐데...에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