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마이어슨 | 이제이북스 | 2011.7.20
마감은 해야 하는데 죽기보다 하기 싫어서 발악을 하는 와중에 그럼 조금이라도 영양가 있느 일로 낭비를 하자!고 결심하고 밀렸던 책 감상문 하나만 끄적.
원제는 Donna Haraway and GM Foods로 2000년에 나온 책이다. 과학 관련 책이 11년 전이라면 이제는 구닥다리 고물 창고에 들어가고도 남아야겠지만 얘는 과학적인 팩트의 전달이라기 보다는 미국의 유명한 과학자이자 여권 운동자인 도너 해러웨이가 유전자 변형 식품을 바라보고 평가한 시각에 대해서 다시 분석을 한 글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자면 약간은 인문학적인 색채가 강하다.
1997년에 도너 해러웨이가 쓴 유전자 조작식품을 다룬 '중도적 증인'이라는 책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다. 비판도 옹호도 아닌, 가능한 철저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녀의 의견을 소개하고, 유전자 변형식품과 그걸 탄생시킨 생명공학에 대해 서술해주고 있다.
만약 이 저자가 과학자였다면 과학자적인 입장에서 자기 스탠스에 맞게 분석이 이뤄졌겠지만 저자는 킹스 칼리지의 영문학과 학장으로 현대문화와 사상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방위적으로 굉장히 광범위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솔직히 어렵다.
이건 이 저자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도너 해러웨이가 유전자 조작 식품에 관해 어떤 주장을 했는지 그 내용의 맥락을 정확히 모른 채 이 책에서 단편적으로 던져주는 파편만으로 분석해야하는 내 무지 때문이란 건 인정하겠지만 이런 문고판 책을 잡을 때 독자는 그 자체로 개념 정립 내지 기초 지식 습득을 원한다. 그런 부분에서 볼 때는 아쉬움이 크다.
좋게 평가하고 싶은 건 위에도 썼듯 객관적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조지 마이어슨이라는 저자 개인이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독자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기계적 중립을 넘어 명확한 팩트 위에 냉정한 관찰자이자 안내자의 위치를 잊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전자 조작이 된 옥수수의 꽃가루를 먹고 자란 나방들이 2세대로 넘어가면서 다 죽어버렸다는 팩트가 있다. 이 팩트를 놓고 반대파들은 이게 유전자 조작 식품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옹호파들은 그 옥수수 꽃가루만 먹도록 강제한 환경에서 실험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연 상태에서 나방은 그 옥수수 뿐 아니라 다른 꽃가루도 먹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오류를 짚어낸다.
이런 식으로 논쟁을 아주 객관적으로 소개한다. 독자 스스로의 스탠스에 따라서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을 수 있도록. 이건 학자라기 보다는 기자적인 입장에서의 글쓰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스스로를 칼럼니스트 내지 교사로 착각하고 있는 상당수 한국 기자들이 배워야할 덕목인 듯)
책을 읽고 나서 내 결론은 도너 해러웨이의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가 첫째. 두번째 상념은 저 때만 해도 인류 미래를 구원할 것처럼 난리를 치던 그 유전자 조작식품의 미래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이다. 그리고 유전자 조작식품이 우리 식탁의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해서도.
2000년대 초중반으로 기억되는데... 식품제조업 종사자들 교육용 영상물 시나리오를 쓴 일이 있다. 그걸 쓰려면 일단 내가 그 관련 법규를 다 읽고 숙지를 해야하는데 그 내용 중에 수입원료는 물론이고 유전자 조작식품을 원료로 사용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반드시 알려야 하는 세세한 표기법도 있었다. 이미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험성에 동조하는 유럽식 사고의 대열에 섰던 때라 그 부분은 꽤 관심을 갖고 꼼꼼하게 봤었고 내가 원치 않으면 -물론 제조압자가 작정하고 속이는 건 제외- 안 먹어도 되는구나~란 만족감을 가졌었다. 그런데 2008년에 쇠고기 때문에 난리가 났을 즈음 어영부영 그런 식품 원료 표기에 관한 것들도 많이 풀어졌는데 수입원료에 대한 표기가 느슨해지면서 덩달아 유전자 조작식품 원료에 표기도 완전 느슨해졌다.
전에는 유전자 조작식품을 원료로 썼을 때는 반드시 유전자 조작식품을 썼다는 걸 표기해야 했지만 지금은 안 해도 되는 예외가 많이 생겼다. 그 예외 조항은 나도 잘 모르지만... 두유건 두부건 된장이건 콩이 들어간 제품, 그리고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제품 중에 '이 제품은 유전자 조작 콩(혹은 옥수수/ 원료)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라고 표기하지 않은 건 100% 유전자 조작식품이 들어갔다고 봐도 과장은 아니다.
식품 제조업자 입장에서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는 건 이해한다.
두부를 예로 들자면, 재료에 아무 장난을 치지 않으면 콩 한 되로 두부가 딱 3모가 나온다고 한다. (이건 국산 유기농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드는 식당을 하는 분이 해주신 얘기임) 두부의 가격은 국산 유기농이 당연히 제일 비싸고, 그 다음이 국산 관행농콩, 놀랍게도 그 다음이 중국산이고 가장 싼 게 유전자 조작이 된 -아마도 미국에서 오는?- 콩. 이 원료의 가격차이가 1-2배 정도가 아니라 국산 유기농콩과 GMO는 0단위가 틀리다고 한다. 그러니 그걸 원료로 한 제품의 가격은... ㄷㄷㄷㄷ 나도 솔직히 된장은 그냥 국산콩으로 만든 메주 정도에서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는.
그리고 버터도. 풀 먹고 방목한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는 유전자 조작사료를 먹고 자란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 가격의 4배! 버터는 많이 먹지도 않으니 그냥 우유까지만 풀 먹으며 뛰노는 소를 택하고 있다. 얘는 그나마 2배 정도거든. ^^;
얘기가 삼천포로 많이 샜구만. ㅋㅋ 근데 책에서 객관적으로 뭐라고 해도 나도 유럽 사람들처럼 유전자 조작식품은 가능한 안 먹을 것임~ 그래야 GMO를 사용하지 않는 식품제조업자가 늘어나고 시장이 커져서 가격이 눈곱만큼이라도 싸질 수 있겠지. 한국의 유기농 시장도 그렇게 커왔다. 윤리적인 소비 어쩌고는 모르겠지만 똑똑한 소비는 확실히 필요하다. 이제는 소비자가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함.
원제는 Donna Haraway and GM Foods로 2000년에 나온 책이다. 과학 관련 책이 11년 전이라면 이제는 구닥다리 고물 창고에 들어가고도 남아야겠지만 얘는 과학적인 팩트의 전달이라기 보다는 미국의 유명한 과학자이자 여권 운동자인 도너 해러웨이가 유전자 변형 식품을 바라보고 평가한 시각에 대해서 다시 분석을 한 글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자면 약간은 인문학적인 색채가 강하다.
1997년에 도너 해러웨이가 쓴 유전자 조작식품을 다룬 '중도적 증인'이라는 책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다. 비판도 옹호도 아닌, 가능한 철저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녀의 의견을 소개하고, 유전자 변형식품과 그걸 탄생시킨 생명공학에 대해 서술해주고 있다.
만약 이 저자가 과학자였다면 과학자적인 입장에서 자기 스탠스에 맞게 분석이 이뤄졌겠지만 저자는 킹스 칼리지의 영문학과 학장으로 현대문화와 사상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방위적으로 굉장히 광범위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솔직히 어렵다.
이건 이 저자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도너 해러웨이가 유전자 조작 식품에 관해 어떤 주장을 했는지 그 내용의 맥락을 정확히 모른 채 이 책에서 단편적으로 던져주는 파편만으로 분석해야하는 내 무지 때문이란 건 인정하겠지만 이런 문고판 책을 잡을 때 독자는 그 자체로 개념 정립 내지 기초 지식 습득을 원한다. 그런 부분에서 볼 때는 아쉬움이 크다.
좋게 평가하고 싶은 건 위에도 썼듯 객관적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조지 마이어슨이라는 저자 개인이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독자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기계적 중립을 넘어 명확한 팩트 위에 냉정한 관찰자이자 안내자의 위치를 잊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전자 조작이 된 옥수수의 꽃가루를 먹고 자란 나방들이 2세대로 넘어가면서 다 죽어버렸다는 팩트가 있다. 이 팩트를 놓고 반대파들은 이게 유전자 조작 식품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옹호파들은 그 옥수수 꽃가루만 먹도록 강제한 환경에서 실험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연 상태에서 나방은 그 옥수수 뿐 아니라 다른 꽃가루도 먹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오류를 짚어낸다.
이런 식으로 논쟁을 아주 객관적으로 소개한다. 독자 스스로의 스탠스에 따라서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을 수 있도록. 이건 학자라기 보다는 기자적인 입장에서의 글쓰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스스로를 칼럼니스트 내지 교사로 착각하고 있는 상당수 한국 기자들이 배워야할 덕목인 듯)
책을 읽고 나서 내 결론은 도너 해러웨이의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가 첫째. 두번째 상념은 저 때만 해도 인류 미래를 구원할 것처럼 난리를 치던 그 유전자 조작식품의 미래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이다. 그리고 유전자 조작식품이 우리 식탁의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해서도.
2000년대 초중반으로 기억되는데... 식품제조업 종사자들 교육용 영상물 시나리오를 쓴 일이 있다. 그걸 쓰려면 일단 내가 그 관련 법규를 다 읽고 숙지를 해야하는데 그 내용 중에 수입원료는 물론이고 유전자 조작식품을 원료로 사용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반드시 알려야 하는 세세한 표기법도 있었다. 이미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험성에 동조하는 유럽식 사고의 대열에 섰던 때라 그 부분은 꽤 관심을 갖고 꼼꼼하게 봤었고 내가 원치 않으면 -물론 제조압자가 작정하고 속이는 건 제외- 안 먹어도 되는구나~란 만족감을 가졌었다. 그런데 2008년에 쇠고기 때문에 난리가 났을 즈음 어영부영 그런 식품 원료 표기에 관한 것들도 많이 풀어졌는데 수입원료에 대한 표기가 느슨해지면서 덩달아 유전자 조작식품 원료에 표기도 완전 느슨해졌다.
전에는 유전자 조작식품을 원료로 썼을 때는 반드시 유전자 조작식품을 썼다는 걸 표기해야 했지만 지금은 안 해도 되는 예외가 많이 생겼다. 그 예외 조항은 나도 잘 모르지만... 두유건 두부건 된장이건 콩이 들어간 제품, 그리고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제품 중에 '이 제품은 유전자 조작 콩(혹은 옥수수/ 원료)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라고 표기하지 않은 건 100% 유전자 조작식품이 들어갔다고 봐도 과장은 아니다.
식품 제조업자 입장에서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는 건 이해한다.
두부를 예로 들자면, 재료에 아무 장난을 치지 않으면 콩 한 되로 두부가 딱 3모가 나온다고 한다. (이건 국산 유기농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드는 식당을 하는 분이 해주신 얘기임) 두부의 가격은 국산 유기농이 당연히 제일 비싸고, 그 다음이 국산 관행농콩, 놀랍게도 그 다음이 중국산이고 가장 싼 게 유전자 조작이 된 -아마도 미국에서 오는?- 콩. 이 원료의 가격차이가 1-2배 정도가 아니라 국산 유기농콩과 GMO는 0단위가 틀리다고 한다. 그러니 그걸 원료로 한 제품의 가격은... ㄷㄷㄷㄷ 나도 솔직히 된장은 그냥 국산콩으로 만든 메주 정도에서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는.
그리고 버터도. 풀 먹고 방목한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는 유전자 조작사료를 먹고 자란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 가격의 4배! 버터는 많이 먹지도 않으니 그냥 우유까지만 풀 먹으며 뛰노는 소를 택하고 있다. 얘는 그나마 2배 정도거든. ^^;
얘기가 삼천포로 많이 샜구만. ㅋㅋ 근데 책에서 객관적으로 뭐라고 해도 나도 유럽 사람들처럼 유전자 조작식품은 가능한 안 먹을 것임~ 그래야 GMO를 사용하지 않는 식품제조업자가 늘어나고 시장이 커져서 가격이 눈곱만큼이라도 싸질 수 있겠지. 한국의 유기농 시장도 그렇게 커왔다. 윤리적인 소비 어쩌고는 모르겠지만 똑똑한 소비는 확실히 필요하다. 이제는 소비자가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