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옛날이라고 해도 별반 이상하지 않은, 1960년대에 서독에 우리나라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파견되었던 일이 있다. 그때 그들의 임금을 담보로 차관을 받아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그게 우리나라 근대화의 시초가 되었고~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우리 세대에게는 절대 모를 수 없는 내용.
그리고 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그때 서독을 방문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그들과 함께 울며 연설을 했다는 내용. 더불어 조금 더 덧붙인 스토리는 나중에 서독 대통령과 환담인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계속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이 차관을 받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나 뭐라나 하는 카더라까지.
그 미담을 요즘 조중동 종편, 특히 TV 조선에서 그야말로 주야장천 방송을 하는 모양이다.
사실 서독 대통령과 어쩌고 하는 뒤쪽은 확실한 카더라 소설이지만 앞쪽은 진실이라고 나도 그동안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아왔다. 하지만 2011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앞쪽도 밑에서 쓴 소설이었다는 거. --;
소위 말하는 만들어진 신화다.
애국가를 부를 때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증언은 꽤 신빙성이 있는 출처로 있다. 하지만 TV 조선에서 외치는 저 내용이나 그동안 수많은 공식 홈페이지며 관련 기사에서 말하던 그런 사실은 없다. 광부나 간호사들이 우는 장면 사진도 있고 육영수 여사가 눈물을 닦는 사진은 있으나 정작 주인공(?)인 박대통령의 눈물은 전세계를 탈탈 털어도 ㄴ도 찾아볼 수 없음. 홍보자료를 옮긴 걸로 보이는 그 천편일률적인 기사 말고는 없고 그런 일이 없었다는 증언은 있다.
박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픈 추종자들이 이 눈물을 너무나 멋지게 코드로 이용하고 싶어 했으나.... 진실이 아닌 관계로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봐 그의 가장 오피셜한 공식 기념관 중 하나에서는 결국 이 내용을 강조하지 못하고 슬쩍 뭉뚱그려서 넘어갔다. 서울에 개관한 곳은 그냥 밀어붙여서 사실로 만들기로 했는지 모르겠으나 구미는 GG.
이렇게 말하는 나도... CP에게 밀려서 정작 하려던 소리는 못하고 낙원 리포트를 만든 처지라 크게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제발 가장 기본적인 사실 관계는 파악하길.
여하튼 앞으로 서독에서 박정희의 눈물 어쩌고 하면 만들어진 신화에 온 국민이 다 함께 수십년간 농락당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면 됨.
며칠 전 끝낸 프로그램과 박대통령관은 아무런 상관이 없긴 한데... 이상하게 그걸 하면서 박정희란 인물은 정말 자기 성공에 먹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먹고 사는 게 지상 목표이던 사람들에게 그 다음 단계의 욕망을 갖게 할 여력을 줬다는 게 그의 큰 성공인 동시에 그걸 이해하거나 용납하지 못한 것은 그 개인에게는 엄청난 불행이고 비극이었던듯.
이메가나 29만원처럼 내게 그 폭력성을 직접적으로 구경하게 하거나 직접적인 피해를 끼쳤다면 아무 고민없이 죽일 X이었겠지만 박정희라는 인물은... 은근히 많은 수혜를 본 내 입장에서는 뭐랄까... 양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는 미워해야 마땅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애증? 복잡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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