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 출판사 협박했나 라는 기사인데.... 청와대는 당연히 아니라고 하지만 청와대와 관련된 일에 발톱 끝이라도 담궈본 사람들은 출판사의 말을 99% 신뢰할 수 밖에 없음.
일단 청와대에서 했다는 소리며 상황 전개가 거의 대부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나 역시도 수없이 듣고 겪어봤던 레퍼토리. 소소한 대화까진 기사에 언급되지 않고 있으나 머릿속에서 오갔을 대사까지 자동으로 재생이 되고 있다. ^^;
책임은 지고 싶지 않으니 이놈 저놈 다 보여주고 거기서 의견 하나 다른 거 나올 때마다 출판의 ㅊ자도 모르니 돈이 얼마나 드는지는 생각도 않고 매번 출력직전용 필름 파일로 수정해 가져오라고 했을 거고, 전혀 중요하지도 않은 소소한 걸로 고스트며 출판사 담당자를 얼마나 갈궜을 것이며, 나중에 다른 일 몰아줘서 손실 다 메워줄 테니 일단 최고의 퀄리티로 뽑아달라고 엄청 사탕발림했겠지. (<- 이 소리를 믿느냐 안 믿느냐가 초짜냐 전문가냐의 차이. 한마디로 믿으면 골룸)
정작 내용은 보지도 못하면서 토씨나 띄어쓰기 같은 걸로 사람 갈구고, 어쩌다 오타 하나 발견하면 희대의 대발견이라도 한 양, 일을 너무 무성의하게 한다는 둥 얼마나 난리를 폈을지 눈에 보인다. 시안을 저 정도로 만들었으면 손실이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 출판사 사장이 정말 엄청나게 양심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고스트며 사진작가 등 외부 인력은 본래 받기로 한 돈 제대로 못 받고 추가 네고해서 깍이거나 떼었을 확률 최하 50% 이상. 정말 엄청 짜증났겠다.
내가 직접 당한 건 아니지만 내 경험과 맞물려 상황이 머릿속에 정확히 재연이 되니까 가상 체험 수준의 공포와 짜증은 공감하게 됨.
공정하게 말하자면 이전 정권의 담당자들도 별반 괜찮지는 않았다. 그때도 일하면서 속으로 ㅆ ㅆ, ㅆㄷ을 계속 남발했었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정말 과거 담당자들의 머리에 후광을 띄우고 등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보이게 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2008년 이전의 인간들은 그래도 상대를 망하게 하면 안 된다는 최소한의 의식과 아주 최소한의 책임 의식은 있었는데 이번 정권은 한동안 조금은 줄어드는가 싶었던 공무원들의 양아치와 거지 근성, 무사안일을 극대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지금 드러난 곳은 청와대일 뿐이고 솔직히 지자체들의 양아치짓도 만만치 않다.
최고위층이 최소한의 도덕율마저 잃으면 그 구성원들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랄까. 최단기간의 이 극단적인 타락은 사회학자라면 연구할 가치가 있을 듯. 내 사회생활 초기부터 이랬으면 다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겠지만 아닌 10년을 겪고 나니 정말 미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