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딱 내 취향의 역사 로맨스를 만났다. 이렇게 쓰면 내 취향을 아는 모님은 피식거리면서 속으로 '나도 그렇수'라고 동감하리라 믿고 있음. ㅎㅎ
작가가 프로필에 동서양 역사를 다 섭렵했다고 해놨던데 그렇게 써놔도 욕먹을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야마타이국이며 히미코 여왕의 존재에 대해 아는 일반인의 숫자가 가히 많지는 않을 것이고 3세기 경 동북아의 역사적 상황도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가상국을 배경으로 설정하면 스토리를 끌어가는 게 엄청 자유로울 수 있는데 굳이 고증이라는 힘든 굴레를 자진해 뒤집어 쓰면서도 거기에 짓눌리지 않았다는 것에 칭찬해주고 싶음. 역사가 거의 드러나지 않은 가야라는 나라를 선택했다는 게 유리하게 작용했겠지만 그걸 선택할 수 있는 안목도 맨땅에 헤딩해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것이니 그것 역시 작가의 능력으로 인정해 줘야겠지.
흔하지만 늘 매력적인 시공간 이동이란 소재. 그렇지만 아무 연관없이 우연히 그 시간과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과거나 미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전대부터 이어진 연결 때문에 능해가야라는 과거로 떨어지는 여주인공. 그녀가 왜 그곳으로 가야하고 어떤 운명을 가졌는지는 한꺼번에 밟혀지지 않고 야금야금 진행되는 과정에서 흘려진다. 이 숨겨진 비밀을 알기위해서라도 읽는 사람은 책을 손에서 놓기가 힘들어진다.
남자 주인공은 현대물이었다면 정신병원에 감금해야 딱 옳은 결핍, 독점욕, 집념의 잔인한 인간이지만 이런 남주가 시대물에 등장하면 욕하면서도 늘 환영. 이게 이중적인 여성의 심리겠지. 내가 직접 맞닥뜨리는 건 꿈에서도 사양이지만 로맨스의 세계에서는 가장 멋있다. ㅎㅎ;
[#M_ more.. | less.. |EBS 청소년 드라마나 어린이 애니매이션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일부 고고하신 소위 프로 독자들께서 게거품을 물면서 추방을 하자는 딱 그런 스타일의 남주와 스토리 진행인데 다들 이번엔 단체로 어디 단합대회라도 갔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 반응이나 반발이 없어서 조금 신기했다.
마지막에 비화인지 뭔지 하는 남주를 사모하는 여인의 암살 시도가 좀 뜬금없긴 했지만 결말을 위한 필요악이려니 이해하면 크게 태클 걸 일도 아닌듯. 에필로그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살짝 있지만 이것 역시 전형적이고 평범한 로설 독자로서의 불평이고... 작가 입장에선 구질구질한 사족없이 깔끔한 결말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여전히 좀 아쉽긴 하다. ㅎㅎ;;;;;
딱 내 취향의 시대 로맨스를 아주아주 즐겁게 봤음~ 지인에게 빌린 책인데 다음달 책 구매 때 소장할 걸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조반니노 과레스끼 시리즈 완결본 구입의 타격이 너무 커.... -_-;;;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