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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선거 후 단상

by choco 2012. 4. 16.

EBS 특집 다큐가 하나 들어왔는데.... 아이템은 재밌어서 좀 끌리긴 했으나 일단 돈도 좀 안 맞고 (조금만 올려줬으면 못 이기는 척 했을 텐데) 빨간펜 들고 설치는 EBS PD들 보기도 싫고, 또 해외물이라 말 안 듣는 코디 붙잡고 실랑이하기 싫어서 딴 작가에게 토스.  그래도 아이템이 괜찮다보니 페이가 약해도 다들 좋아는 하는군.  

 

사실... 어제 마감들로 에너지 수치가 바닥이 아니었으면 나도 OK를 했을 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뭐든 정말 타이밍인듯.   수정이긴 했지만 간만에 마감 두개를 하루에 막고 어제는 그대로 뻗었다.  마감을 한참 할 때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가지를 마구 치는데 끝나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다 날아갔지만 그래도 남은 몇가지는 2012년 4월의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중에 찾아보기 위해서 기록.

 

1.  동아일보에서도 표절을 확정화시킨 기사가 나오고, 좀 전에 보니까 아예 대필 폭로도 나오던데 선거 때는 이슈화가 되면 다 함께 망하니까 덮어갔지만 문대성은 이제 효용가치를 다 하고 버려지는 모양이다.  

괜한 욕심 부리지 않고 조용히 교수랑 IOC 위원을 하고 있었으면 더 나은 조건에서 꽃가마를 타고 국회든 어디든 입성했을 텐데...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예를 보는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을 때 아쉽긴 했지만 인간은 자신이 자라난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동물이니 나름대로 이해는 할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논문 표절과 대필은 정말 경악.  절대 아니라고 우길 때 왜 누가 봐도 뻔한 걸 벅벅 우기나 했더니 표절한 것 자체도 몰랐었구나.  

 

예전에 돈 받고 대학입시 대리시험 치다가 걸렸는데 알고 보니 공부 지지리도 못하는 사기꾼이었고 그 작자가 받은 점수는 정작 대리시험 쳐달라고 한 아줌마 아들보다도 더 바닥이었던 희극적인 사건이 떠오른다. 

 

그리고 중학교 때 기억 하나. 

우리 학교는 1년에 한번 정도는 체육도 필기시험을 봤었다.  그때는 프로야구 붐으로 너도나도 야구를 열심히 보던 분위기이었던 때라 -아마도- 점수를 주려고 해었는지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를 묶어서 뭐라고 부르나?'라는 문제가 나왔다. 

정답은 '배터리' 였고 난 당연히 제대로 썼음.  하지만 그때 당시 해설자나 아나운서들은 일본식으로 '밧데리'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확한 용어를 모르고 방송만 보던 아이들의 일부는 밧데리라고 썼는데 문제는 그걸 컨닝한 친구에게서 발생했다.

문대성이나 그의 논문을 대필해준 김 뭐시기처럼 그냥 오타까지 갖다 베꼈으면 별 탈이 없었을 텐데 컨닝한 걸 감추려고 했는지, 아니면 나름의 창의력을 발휘했는지.... 여하튼 이 친구가 적어낸 답은 '건전지'였다.

자리 배치 등등을 볼 때 100% 컨닝.

체육선생님은 -많은 학교들이 그렇듯이- 학주였고 애들은 정말 X패듯이 패는 사람이었는데... 너무너무 웃겨서 컨닝한 애를 제대로 혼내지도 못했고 그 사건은 모두에게 큰 웃음을 주면서 마무리.

며칠 전 문대성 얘기가 나왔을 때 이 얘기를 해줬더니 동생과 도우미 아줌마도 데굴데굴 굴렀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나와 내 주변에게 큰 웃음을 주는 그 창의력과 성의가 넘치는 컨닝 학생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살고 있으려나.

 

얘기가 많이 샜는데, 문대성이나 그의 대필을 해준 친구나 이름도 성도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내 중학교 동급생 정도의 성의와 창의력만 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사달은 나지 않았을 듯.  세계 스포츠 외교에서 제법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꽤 괜찮은 재목을 이렇게 정치 때문에 하나 잃어버렸다.  조금만 더 키우면 대들보나 기둥으로 쓸 수 있는 재목을 서까래로 쓰겠다고 잘라놓고선 이젠 그나마도 못 하고 불쏘시개로 태워버리게 생겼으니... 

 

문대성 개인에게는 별다른 호감은 없었으나 김운용의 불명예 퇴진 이후 위상이 나날이 약해지고 있는 한국 태권도가 국제 스포츠 사회에서 이 일로 또 얼마나 X물을 뒤집어쓰고 치일지...  한숨만 나온다.  김운용씨는 나쁜 X도 쓰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국익에 도움이 되고 쓸모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다문 예였는데.  지금 남은 나쁜 X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게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