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특집 다큐가 하나 들어왔는데.... 아이템은 재밌어서 좀 끌리긴 했으나 일단 돈도 좀 안 맞고 (조금만 올려줬으면 못 이기는 척 했을 텐데) 빨간펜 들고 설치는 EBS PD들 보기도 싫고, 또 해외물이라 말 안 듣는 코디 붙잡고 실랑이하기 싫어서 딴 작가에게 토스. 그래도 아이템이 괜찮다보니 페이가 약해도 다들 좋아는 하는군.
사실... 어제 마감들로 에너지 수치가 바닥이 아니었으면 나도 OK를 했을 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뭐든 정말 타이밍인듯. 수정이긴 했지만 간만에 마감 두개를 하루에 막고 어제는 그대로 뻗었다. 마감을 한참 할 때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가지를 마구 치는데 끝나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다 날아갔지만 그래도 남은 몇가지는 2012년 4월의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중에 찾아보기 위해서 기록.
1. 동아일보에서도 표절을 확정화시킨 기사가 나오고, 좀 전에 보니까 아예 대필 폭로도 나오던데 선거 때는 이슈화가 되면 다 함께 망하니까 덮어갔지만 문대성은 이제 효용가치를 다 하고 버려지는 모양이다.
괜한 욕심 부리지 않고 조용히 교수랑 IOC 위원을 하고 있었으면 더 나은 조건에서 꽃가마를 타고 국회든 어디든 입성했을 텐데...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예를 보는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을 때 아쉽긴 했지만 인간은 자신이 자라난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동물이니 나름대로 이해는 할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논문 표절과 대필은 정말 경악. 절대 아니라고 우길 때 왜 누가 봐도 뻔한 걸 벅벅 우기나 했더니 표절한 것 자체도 몰랐었구나.
예전에 돈 받고 대학입시 대리시험 치다가 걸렸는데 알고 보니 공부 지지리도 못하는 사기꾼이었고 그 작자가 받은 점수는 정작 대리시험 쳐달라고 한 아줌마 아들보다도 더 바닥이었던 희극적인 사건이 떠오른다.
그리고 중학교 때 기억 하나.
우리 학교는 1년에 한번 정도는 체육도 필기시험을 봤었다. 그때는 프로야구 붐으로 너도나도 야구를 열심히 보던 분위기이었던 때라 -아마도- 점수를 주려고 해었는지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를 묶어서 뭐라고 부르나?'라는 문제가 나왔다.
정답은 '배터리' 였고 난 당연히 제대로 썼음. 하지만 그때 당시 해설자나 아나운서들은 일본식으로 '밧데리'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확한 용어를 모르고 방송만 보던 아이들의 일부는 밧데리라고 썼는데 문제는 그걸 컨닝한 친구에게서 발생했다.
문대성이나 그의 논문을 대필해준 김 뭐시기처럼 그냥 오타까지 갖다 베꼈으면 별 탈이 없었을 텐데 컨닝한 걸 감추려고 했는지, 아니면 나름의 창의력을 발휘했는지.... 여하튼 이 친구가 적어낸 답은 '건전지'였다.
자리 배치 등등을 볼 때 100% 컨닝.
체육선생님은 -많은 학교들이 그렇듯이- 학주였고 애들은 정말 X패듯이 패는 사람이었는데... 너무너무 웃겨서 컨닝한 애를 제대로 혼내지도 못했고 그 사건은 모두에게 큰 웃음을 주면서 마무리.
며칠 전 문대성 얘기가 나왔을 때 이 얘기를 해줬더니 동생과 도우미 아줌마도 데굴데굴 굴렀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나와 내 주변에게 큰 웃음을 주는 그 창의력과 성의가 넘치는 컨닝 학생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살고 있으려나.
얘기가 많이 샜는데, 문대성이나 그의 대필을 해준 친구나 이름도 성도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내 중학교 동급생 정도의 성의와 창의력만 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사달은 나지 않았을 듯. 세계 스포츠 외교에서 제법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꽤 괜찮은 재목을 이렇게 정치 때문에 하나 잃어버렸다. 조금만 더 키우면 대들보나 기둥으로 쓸 수 있는 재목을 서까래로 쓰겠다고 잘라놓고선 이젠 그나마도 못 하고 불쏘시개로 태워버리게 생겼으니...
문대성 개인에게는 별다른 호감은 없었으나 김운용의 불명예 퇴진 이후 위상이 나날이 약해지고 있는 한국 태권도가 국제 스포츠 사회에서 이 일로 또 얼마나 X물을 뒤집어쓰고 치일지... 한숨만 나온다. 김운용씨는 나쁜 X도 쓰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국익에 도움이 되고 쓸모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다문 예였는데. 지금 남은 나쁜 X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게 비극.
2. 강남 을에 출마한 정동영씨가 모두의 예상대로 낙선.
본인도 안 될 확률이 될 확률보다는 높다는 걸 알고 나선 전쟁이었기에 도전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고 이기면 그야말로 엄청난 거니까 길게 보면 꽃놀이패였다고 본다.
사고 없이 진행이 됐다면 조용히 끝날 수도 있었던 이곳에 훼손된 투표함들이 줄줄이 발견되면서 난리가 난 모양이다.
새누리당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정동영의 좌클릭이 은근히 불편했던 민주당 주류도 역시나 별 말 없고 진중권씨를 비롯해서 진보의 일부도 어차피 승부가 난 거고, 그 투표함은 대세와 상관 없으니 닭짓 그만 하라는 소리를 하는 모양인데... 이 일련의 반응을 보면서 정말 대한민국이 지난 4년간 엄청나게 후퇴를 하고 특히 중도와 진보쪽이 많이 망가져서 함께 괴물을 닮아간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 논리대로라면 1등하는 애가 부정행위를 하면, 혹은 걔를 위해서 선생들이 부정행위를 해주더라도 어차피 걔는 가만히 놔둬도 1등이니까 그 정도는 괜찮다는 논리가 아닌가.
인간이 살아가고, 사회가 돌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상식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진영을 가리지 않고 망가질 수 있는 거로구나. 한일 강제 병합 직전, 그 을사늑약 시대의 5년을 살아가던 당시 구한말의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민초들이 어떤 느낌으로 그들이 속한 국가를 바라봤을지 요즘 실감하고 있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투표함 바꿔치기나 훼손은 87년 대선 때. 까맣게 잊고 있던 단어가 언론을 통해 다시 떠오른 건 지금 정권들어서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선거 때만.
이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팔다 걸릴 때마다 '포장 과정에서 착오다'라는 소리를 하는데 그 포장의 착오는 왜 단 한번도 한우를 미국산 쇠고기로 탈바꿈시키는 일은 없는지? 라고 했었는데 똑같은 질문을 예전에 민정당, 한나라당 지금의 새누리당에게 던지고 싶다. 내게 납득할만한 답을 좀 주면 좋겠음.
그리고 내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이전 정권 때 투표함은 쇠통인지 알루미늄통인지 여하튼 자물쇠 채우던 금속제로 기억하는데 그 투표함들은 어디로 다 갔는지도 궁금함. 고철로 팔아도 돈이 꽤 될 텐데 그 투표함들은 다 어디로 가고 왜 매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부실한 종이 상자를 고집하는지도 정말 알고 싶다.
2010년에 서울서 그 난리가 났으면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쇠통을 바꾸는 게 낫지 않나?
3. 이번 선거 이전까지 내가 민주당을 싫어하는 정도에 딱 10%만 더하면 새누리당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그 격차가 2%로 줄어들었다.
자기들에 대한 지지도는 그들에 대한 호감도가 아니라 새누리당을 싫어하는 반사작용이라는 걸 모르는 건지, 나만 살면 된다는 의지로 눈을 감은 건지. 본래도 좋아하지 않았으나 이번 선거를 보면서 비판적 지지마저도 접고 어차피 단 한표이니 사표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쪽으로 완전히 선회했다.
가장 열받는 건 아무리 적게 잡아도 민주당 자신을 포함해서 진보진영이 최소한 4-5석은 더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데 진보통합당에게 단일화된 지역에서 정말 전~~~~~~~~~~~~~~~~~혀 움직이지 않은 민주당 조직들.
덕분에 정말 국회에 꼭 들어갔어야할 의정부 을도 떨어지고 안산 갑도 내주고.
정말 이 두 곳을 보면서 뒷목 잡았다.
어차피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이니 이번 판에는 새누리에 주고 다음에 걷어오겠다는 계산이었겠지.
힘있는 자들은 자신이 움켜쥔 걸 놓지 않기 위해서 정말 무섭게 뭉치는데 x도 없는 것들은 그 부스러기를 놓치기 싫어서 판을 엎어버리다니.
서울은 그나마 아주아주 조금 나아졌지만 지방 정치판은 경기도도 아직 양아치 집합소라는 걸 실감하는 총선이었다.
안산 갑은 그냥 아깝다 정도지만 의정부 을의 홍희덕 후보. 정말 국회에 꼭 들어가셨어야할 분인데. 가슴을 탕탕 치고 싶을 정도로 아깝고 아쉽고 안타깝다.
은수저 물고 많이 배우고 많이 아는 사람들이 주류인 국회에서 정말 없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일했던 분이었다.
민주당이야 자기 밥그릇 떄문이려니 하고 일말의 핑계라도 대겠지만, 노동자, 서민의 정당이라고 표방하면서 정말 그들을 대변할 그 출신인 자기 편은 제대로 지기지 못하고 먹물들만 열심히 챙긴 통합진보당 지도부... 댁들도 가루가 되도록 까여야 마땅하다.
어차피 한표이니 대선은 몰라도 총선이나 지방 선거 등에서 댁들에 대한 비판적 지지는 접었다.
4. 국회의원 투표야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정당 투표는 녹색당과 진보신당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
진보신당을 고민했던 이유는 아직도 허공답보를 하고 있는 진보신당의 행태는 꼴보기 싫지만 그래도 이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비정규직 여성 청소노동자가 국회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녹색당은... 솔직히 난 원자력이 아직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긴 하다. 그 렇지만 원자력이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법의 열쇠인 양 떠들고 녹색 에너지라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소리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지꺼려대는 이 정권의 거짓말을 좀 더 영향력 있는 자리에서 폭로하고 조금이라도 브레이크를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고민을 했었다. 녹색당의 비례대표 1번이 바로 그게 가능한 인물이었기에.
고민고민을 하다가 진보신당을 찍긴 했는데... 이제 국회에 청소노동자는 한명도 없구나.
역시 새는 얘기인데...
아주 오래 전에 방송했던 미국 시트콤 중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른다.
딸과 함께 사는 홀아비 백인 부잣집에 가정부로 일하던 흑인 아줌마가 죽자 그 아저씨가 아줌마의 두 흑인 아들을 입양한다.
딸이 다니는 비싼 사립학교에 얘네들을 넣으려고 하고 교장은 형식적인 시험을 치르는데 아이들은 아주 간단한 산수에서 낙제점을 받고 탈락한다.
교장이 낸 문제는 (오래 전이라 기억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 대충 뭉뚱그리자면) 에 침대가 4개가 있는데 그중 한개는 더블 침대다, 그럼 몇명이 잘 수 있을까. 뭐 이런 류였음. 교장이 기대한 답은 5명. 하지만 얘들은 자신들이 살던 환경에 맞춰서 싱글침대에서 2-3명이 낑겨서 자던 걸 생각하고 엄청난 숫자를 말한 것. 애들이 얘기한 논리를 듣고 양아버지가 나서서 다시 일반적인 산수 시험을 쳐서 학교에 들어가던가 했었던 것 같은데...
여하튼 요점은 싱글침대엔 한명이 잔다는 그 당연한 상식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전혀 아니라는 거다.
그것이 상식이 아닌 환경과 사람이 있다는 걸 직접 겪고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 조직과 아예 모르는 조직은 완전히 다르다.
피상적인 이해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더구나 배추가 비싸면 양배추로 김치 담궈 먹으라는 분은 대놓고 노출이 되서 그런거지, 솔직히 국회에 자리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같은 류이다.
이번 국회는 그런 의미에서 정말 심각함.
5. 이번에 박근혜에게 표 나온 거 보면서 이래서 언론장악을 하는구나 실감.
박정희 대통령 18년간 북한과 같은 수준으로 모든 언론에서 전방위로 쏟아부운 그 찬양과 찬미의 영향력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그 딸에게 수혜를 주고 있다.
솔직히... 나도 29만원은 쉴 새 없이 까고 이메가 일당은 저 작자만 안 봐도 내 행복지수가 배는 상승하겠다고 하지만 박통에 대해서는 좀 묘하긴 하다.
앞의 둘은 내게 직간접으로 피해를 줬고 현재도 주고 있지만 그쪽은 내가 직접적으로 당한 게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고,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잠깐이었지만 학교에서 세뇌당한 그 영향력이 분명히 남아 있다.
그렇긴 한데... 잘(?) 한 건 그 아버지지 그 딸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줬는데?
그리고 그녀가 능력을 보인 부분이 뭐가 있는데?
도대체 그녀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지?
또 불쌍해서 표 준다는 얘길 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더 어릴 때 부모 다 잃고 집도 절도 돈도 없이 소녀 가장 노릇하거나 정말 굶어죽을 지경인 사람들은 그럼 뭐지?
6. 29만원 이후 정말 최악의 언론 장악 상황인데 설마 몇십년 뒤에 이메가를 두고 저런 향수를 갖고 난리를 치진 않겠지?
다행히(? -_-) 5년이니 그렇게 까지는 않더라도 한미 FTA 때문에 곡소리 나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란 소리는 분명히 나올 거라는데 그동안 받은 상품권과 포인트를 탈탈 털어 오늘 지른 로얄 코펜하겐 풀레이스 티잔 걸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