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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문대성

by choco 2012. 4. 19.

올림픽 때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 터라 솔직히 어제까지는 욕을 해도 아쉽다는 생각은 했었다.

 

내 주변에 공부는 좀 안 되지만 실기는 정말 뛰어나고 열심히 하는, 그래서 외국에서 실기 석박사에 해당되는 디플롬을 땄음에도 실기 + 논문 쓰고 딴 박사들에게 밀려서 자리 못 잡은 선후배를 보면서 우리도 예체능에 실기 박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더 안 됐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오전에 사퇴 어쩌고 기사 나올 때는 팽 당했구나 하는 불쌍하다는 감정까지 있었다.

 

그런데...

 

 

이거 ↑ 보고 멘탈 붕괴.

 

박사논문은 나도 안 써봤으니 말 할 자격이 안 된다마는 석사 논문은 많이 다뤄지지 않은 특이한 토픽을 하나 찾은 뒤 논리를 세우고 거기에 맞는 외국의 최신 근거 자료들만 다양하게 가져다 엮어도 나온다. 

물론 출처 명시는 당연!!!  (솔직히 석사는 많은 출처 = 열심히 리서치를 했구나로 이해되기 때문에 통과에 은근히 도움이 됨. 일부러 하나라도 더 넣으려고 노력했음.  ㅎㅎ;)

 

얘는 지금 자기가 뭘 잘 못했고 왜 욕을 먹는지조차도 모르는구나. 

 

어학 연수 가서 문학 클라스 들을 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선택해서 읽었었다.

그 작품을 분석해오라는 숙제를 받고, 한국에서 하듯이 도서관에서 제인 오스틴의 엠마를 분석한 책을 찾아서 그 내용을 요약해서 내고 뿌듯하게 A를 기대했는데....  샘에게 불려갔다.

 

10년이 훨씬 더 지났음에도 그날 그 선생님의 말투와 내용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가 제출한 숙제와 내가 참고한 책을 펼쳐놓고 베낀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딱 두 문장으로 요약.

"You know?  It's kind of a crime."

Fail 시킬 수 밖에 없다는 샘에게 한번만 봐달라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엑스트라 페이퍼까지 제출해서 겨우겨우 레벨 통과했었다.

 

대학 때부터 이렇게 공부하고 석박사를 받은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에게 지금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일지 좀 알면 좋겠는데.... 불행히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같이 돌머리로 묶일, 돌머리가 아닌 체육인들에게 불행이고, 가뜩이나 추락하는 국격에 정말 환상적인 보탬이 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