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 푸른숲 | 2012.5.5
사실 이런 류의 책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객관적이려고 노력을 한다고 해도 한쪽 면에서만 바라본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또다른 시각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와 정파가 같든 다르든 일과 관련해서 자료를 봐야 한다거나, 아니면 시간을 두고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고 판단되는 걸 제외하고는 잘 읽지 않는다.
하지만 하도 시대가 X같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담벼락 걷어차기는, 이렇게 주류에서는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 얘기를 구박 받으면서도 해주는 사람들의 글을 조금이라도 더 읽어주고 책 한권이라도 팔아주는 것이지 싶어서 간만에 감상문까지 끄적거리려고 앉았다.
일단 전체 요약을 하자면 기대 외로 재미있게 읽었다.
기자 답게 문장이 짧고 속도감 있게 넘어가는 문체라는 게 가장 큰 이유. 고스트 라이터의 냄새가 거의 풍기지 않는 것도 나름대로 고평가의 이유라고 하겠음.
내용은 우리 같은 기타 여러분은 물론이고 우리 위에서 기침 좀 한다는 양반들조차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초 특권 그룹과 단단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집단, 그리고 부조리에 관한 주진우 기자의 취재와 기사에서는 밝히지 못한 그 뒷 이야기들이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길 권하는 바고... 이 책에서 가장 배를 잡았던 부분은 가카의 그 재털이 사건.
사실이었구나.
재산 헌납을 권하는 보좌관에게 재떨이를 던진 그 사건(?)은 사석에서는 몇번 주변에 해주면서 함께 '딱 그 인간 답다'고 깔깔거리면서 웃기는 했었다.
하지만 설마 진짜로 던졌겠냐. 전달 과정에서(현장 목격자 -> 전달자 -> 나) 과장이 있으려니 했는데...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마 책이라는 한계로 주기자가 뺀 걸로 짐작되는 그 상황의 대사를 옮기자면.
"이 XX야! 그게 네 돈이냐!" 라고 했다고 함. (<- 한참 된 일인데 너무나 강렬해서 멘트의 토씨까지 거의 정확하게 기억함.)
혐오하긴 하지만 나 역시 관음증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갖고 있는 고로, 훔쳐보기를 하는 것 같은 그 뒷 담화들이 가장 눈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완전 반대 당파의 입장에서 (늘 얘기하듯 난 내 양심의 하한선 위쪽에선 누구든 내게 정당한 대가를 약속한 기한 안에 치르는 쪽이 선이고 그 한계 안에서는 최선을 다 한다. ^^;) 비슷한 류의 글을 고스트로 썼던 경험이 더해져서 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관련자 딱 3명만 따로 만나서 취재하면 진실은 여지없이 드러난다는 것도 여기서 재확인.
박정희 신화가 진실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그 관련자들이 아직 살아 있을 때 많은 증언들을 모아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시류와 조금 거리가 있어서 재미 면에서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건 8장 '우리 모두 약자다' 라는 것.
그걸 잊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게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나를 잡으러 나치가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는 옆집의 비극에 눈과 귀를 막았던 사람들의 운명이 어땠는지, 다음 차례는 나일 수 있다는 걸 무시하며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신기한 동시에 어떤 의미에선 부럽기도 함.
여하튼 난 철저하게 내 이익에 입각해서 약자를 대놓고 밟는 인간과 속으로는 밟고 있지만 그래도 밟지 않는 척이라도 하는 인간 중에 골라야 한다면 후자를 택하겠음.
나중에 혹시 자원봉사 모집하면 그 친이인명사전 등등 사전 편찬에 윤문 작업이라도 돕겠다는 생각도 했다. 꼭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