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 하늘재 | 2012.4.20-5.9
미장원에서 중간까지 읽고 내내 굴러다니다가 대학로에 회의 갔다오면서 오가는 길에 끝낸 책.
책이 큼직하고 두툼하긴 하지만 글자 크기가 큼직하고 벽화 그림이 많아서 내용은 그렇게 빡빡하지 않다. 처음에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할 때는 그릇은 휘황찬란한데 담긴 게 빈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간까지만 해도 다 읽은 뒤에 빨리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냥 내 책장에 둬야겠다는 생각이 우세해졌다.
이 책은 작정하게 쉽게 쓴 것 같다.
저자가 박물관의 안내자처럼 고구려의 벽화를 시작부터 그 멸망까지 시대 순으로 안내를 해주고 있다. 고구려 벽화 하면 대충 알고 있었던 사신도나 무용총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그 시대를 대변하고 있었고, 벽화에도 유행이 있어서 시간에 따라 변화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처음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고구려 벽화에 대한 책을 하나도 접해보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동안 읽은 책들은 그 벽화를 놓고 고구려의 역사나 사회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온전하게 벽화에 집중하고 있다. 벽화를 얘기하고, 그들의 생활을 얘기한다. 물론 역사의 흐름도 나오지만 그건 아주 작은 양념 부스러기 정도.
고구려 벽화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다. 사신도의 변화부터 잘 몰랐던 연꽃 벽화 등 눈요기거리도 많다. 고구려 벽화 도슨트 투어를 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