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어놓는 성격도 아니고 와인병을 버리고 나면 포스팅이 불가능이라 와인은 자꾸 날려먹게 된다. ^^
레 페를렝 드 라퐁 로쉐 생테스테프는 내가 친하게 마시던 친구들에 비해서 이런저런 족보가 길~게 붙은 나름 뼈대있는 집안의 뭐인 모양이다. 대충 읽은 바로는 지롱드 쪽 와인인 것 같음.
평소 몸값이라면 내 손에 들어오긴 좀 버거운 친구이나 1+1 프로모션 기간에 그래도 셌다. 매니저 언니의 적극 추천으로 구입했는데 오호~ 만족!
양념 고기류와 어울린다고 해서 처음에 사온 날은 양념 갈비와 마셨는데 그때 온 가족이 감탄을 연발했다. 찌꺼기라고 해야하나 부산물도 많고 색감도 진하고 진한 갈색을 띤 적색으로 좀 탁한데 맛은 시각과 완전히 정반대.
혀끝에 머금는 순간부터 확 다가오는 아주 풍부한 베리 아로마. 부케도 복잡미묘하면서도 상큼하다. 묵직하면서도 탄닌맛이 거의 없어 목넘김이 좋다는 것도 1점 추가. 미디움과 풀 바디 중간쯤에 위치한 바디가 입안을 싹 씻어주는 매력이 있다. 트집을 잡자면 잔향이 별로 길지 않은 거지만 가격대비로 따졌을 때는 나무랄 데가 없다. 사실 나누기 2를 했을 때 한병에 25000원인 가격을 생각하면 황송할 따름. 이 정도로 괜찮을 줄 알았다면 몇병 더 사두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마지막 병을 작살낸 지금 뒤늦게 해보지만.... ^^;
이 와인은 중국 요리나 양념 갈비 같은 맛이 강한 요리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오늘은 항정살과 곁들여 마셨는데 양념 갈비와 먹었을 때 만큼의 환상적인 상승작용은 없었음. 그냥 괜찮은 와인 정도로만 느껴졌다고 할까... 아마 음식에 사용된 단맛과 궁합이 잘 맞는 종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제 돈 주고 사마시기엔 좀 버거운 친구지만 혹시 나중에 세일을 한다거나 하면 망설임없이 구입하게 될듯.
미국과 프랑스 와인들이 품질 대비 가격이 좀 높다는 인상이 강한데 이 친구는 사실 자기 몸값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가난한 내 주머니를 탓할 수 밖에.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