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MM CORDON ROUGE/ CAVA/ HENKELL TROCKEN DRY SEC

어제 저녁에 새우와 함께 마신 것들.

4명이서 새우 2KG과 함께 작살냈다.  덕분에 냄새 제거제 미친듯이 뿌리고 촛불을 세개나 켜놔도 새우 냄새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있음.  우리에게 잡아 먹힌 새우의 복수가 아닐까 혼자 생각하고 있다.  ^^

MUMM CORDON ROUGE는 동생이 이번에 사들고온 샴페인. 

스파클링 와인이 아니라 라벨 중앙에 CHAMPAGNE이라고 이름표를 떡~하니 붙이신 몸.  

WINE.COM에서 90점을 받은 샴페인.  한국에선 잘 보지도 못했고 간혹 보여도 가까이 하기엔 좀 심하게 먼 당신이어서 지나쳤었던 친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90점 받을 자격이  충분함. 

샴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거품인데 이 거품의 결이 너무너무 곱고 부드럽다.  그리고 초반에 확 터져올라오고 사라지는 일반 스파클링과 달리 끝까지 풍부한 거품이 계속 올라와서 혀끝을 살짝 간질여준다.  이 맛에 돈많은 사람들이 굳 비싼 샴페인을 마시는구나 새삼 실감했다.

맛은 첫 느낌은 살짝 시고 강한 듯.  첫 모금을 머금는 순간 팍 치고 들어오지만 미들로 넘어가면서는 점점 부드러워진다.  게나 새우 같은 해산물과는 정말 딱이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  초콜릿 케이크와 딸기, 혹은 라스베리와 곁들여도 맛있겠다는 생각도 했으나 그러기에는 좀 버거운 몸값이라 그건 상상만으로 패스.

비슷한 가격대에 선택권이 있다면 로랑 페리에나 랑송보다 멈을 택하겠다고 만장일치로 결론 내렸음.

CAVA 는 저번에 동생이 왔을 때 킹 크랩과 같이 먹으려고 샀던 스파클링 와인. 

샵의 직원이 추천해주길래 사와서 마셔봤는데 가격도 착하고 새우를 구워 먹을 때 멈이 모자랄 것은 확실해 보여서 두병을 사다둔 것.  예정은 한병은 새우와 마시고 한병은 KEEP이었는데 두병 다 해치웠다.  ㅠ.ㅠ

어지간히 맛있거나 조건이 좋지 않는 한 빠른 시일 안에 재탕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얘는 그걸 깨게 할 정도로 맛도 가격 대비 아주아주 괜찮다.  스파클링 와인이지만 BRUT 샴페인의 맛을 나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너무나 맛과 향이 강해 화이트 와인이 밀리기 쉬운 해산물의 풍미를 살짝 덮어주고 돋워주는 좋은 밸런스를 가졌다.  우리 부친이 무엇보다 좋아하는 이유는 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내내 강조하시는데 나이가 들면 신것이 제일 싫다시면서 예전에 좋아하던 종류들을 거부하시는데 CAVA는 달지 않으면서도 시지 않은 경계선에 잘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샴페인이 아니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거품은 좀 거칠고 거품이 유지되는 시간도 샴페인보다는 좀 짧다.  부드러운 거품보다는 이런 약간 털털한 거품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은 이쪽이 더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

어제 너무 많이 마셔서 좀 질렸지만.... 현재 몸값을 유지한다면 다음에도 샴페인 대용품이 필요할 때는 얘를 애용해줄듯.

HENKELL TROCKEN DRY SEC

이건 일반 750ML짜리도 많지만 내가 다니는 와인샵에 작은 병이 있어서 부담없이 사다 마시는 독일산 스파클링 와인.  역시 BRUT를 애용하고 있다.  샴페인 칵테일이나 가볍게 한잔 하고 싶을 때는 대비한 친구인데 어제는 3병이 모자라 결국 비상 대기조인 헨켈까지 뜯었다.  

꽤 많이 마시는 동안 한번도 시음기를 올려주지 않은 것 같아 오늘 앉은 김에 한꺼번에 처리.

독일 와인하면 리슬링 특유의 부드러운 새콤달콤함을 떠올리게 되는데 얘는 독일스럽지 않다.  아니... 와인과 달리 우리가 아는 독일스럽다고 해야하나?  거품의 균일화나 밸런스 측면에선 부족함이 있지만 묵직하고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는 맛과 향. 

식사와 곁들이기에도 좋고 그냥 술만 마시기에도 좋고.   몸통이 작아서 한두명이 가볍게 한잔씩 하기에도 절대 부담없고~

두루두루 마음에 드는 친구다.

다 쓰고나니 점점 배가 고파지는데...  밥이나 국물이 될만한 것은 없고... 빵은 죽어도 못 먹겠고... 죽은 땡기지만 전복 찾아서 꺼내 준비하긴 엄청 귀찮다...  남편이 엄청 취하고 들어온 다음날 아침에 토스트 내놓거나 삼겹살 굽는 건 정말 최고의 보복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ㅎㅎ;  그랬다는 여자들의 얘기를 들으며 그냥 쫓아내버리지 뭘 그걸 복수라고 하냐 그랬는데...   충분한 응징이 될듯.

그러고 보니... 어제 멤버들이 오늘 브런치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과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