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에셀 | 돌베개 | 2012.5.9
원제는 Indignez Vous!. 2차 세계 대전 때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며 독일에 맞서 프랑스의 해방을 위해 노력했고 전쟁 후에는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스테판 에셀이라는 사람이 쓴 짧은 선언문이다.
짧다, 짧다 얘기는 들었지만 책을 받았을 때는 '그렇게 짧지는 않구만' 했는데 읽고 보니 그 얇은 책의 반은 추천사, 저자와의 일문일답, 조국 교수의 추천사, 편집자 후기 등으로 채워져있다. 그걸 보면서 '응 정말 짧구나;'했다. ^^;
책을 읽고 바로 감상문을 올렸어야 하는데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버렸고, 지금 이 책은 내 방의 책나무 사이 어딘가에 숨어 있는 관계로 책을 펼쳐보면서 그때 단상을 다시 곱씹어본다거나 하는 것도 못하겠다. 인상 깊은 구절 등은 표시를 해놨었는데... 이건 나중에 찾으면 추가하기로 하고 그냥 남은 단상만 간단히 끄적.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내가 가졌던 가장 강력한 감정은 '부럽다.'였다.
조국의 해방을 위해 투쟁했고, 그걸 자기 생전에 보면서 그 해방된 조국에서 인정 받고 대접을 받으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은퇴한 이후에도 이렇게 맑은 정신과 지성으로 자기가 속한 사회를 가차없이 비판하고 그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는 것. 우리가 갖지 못한 모습이다.
친일파부터 시작해서 죄 지은 것들의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정말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고생한 사람들과 그 후손들은 거지꼴이고, 그때 잘 먹고 잘 살던 인간들은 오히려 다 그랬다고 뻗대면서 반세기가 넘도록 이렇게 나라 꼴을 엉망으로 만들고 두고두고 면죄부를 줄줄이 쥐어주고 있는 우리와 비교하니 정말 부러움의 피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저 나이에도 저렇게 짱짱하고 논리적인 글을 풀어나갈 수 있는 지성과 정신력이 정말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럽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비결이라도 묻고 싶음.
두번째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던 것 같다.
참는 걸 미덕으로 교육받은 세대다 보니 분노는 잘못된 걸로, 약하거나 악한 걸로 인식하는 게 알게 모르게 내 몸에 각인되어 있다.
그렇지만 분노에도 분명 종류가 있고 이유가 있다는 것. 그리고 반드시 분노할 상황에서 분노하지 않는 것은 인내가 아니라 ㅄ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은 부끄러움이랄까.
왜 엄마가 어릴 때 똑똑한 사람 옆에 있어야 하나라도 얻어 배운다고 하셨는지 이해가 될 것도 같음. 똑똑한 사람 옆에 있어야 배운다는 지론에 100%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많이 접촉하고 얘기하고... 그것도 귀찮으면 읽어야 한다.
책을 읽을 때는 그외에도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한달 넘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다 증발.
그냥 나를 위해서 한가지만 잊지 말자고 끄적.
분노를 해야할 때는 반드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