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면 정지가 되는 시스템을 가진 뇌라서 지난 주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집중.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 와중에 마감도 하나 하고 수정 마감도 하나 어찌어찌 하긴 했다.
근데 어떻게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음. ^^;
오늘은 인간이 살만한 날씨라 그런지 뇌도 다시 활동을 개시.
그냥 이런저런 단상들이나 기록해두려고~
1. 작년에 김정일 위원장 죽었을 때 나비 효과를 실감했는데 어제도 또...
녹조 때문에 난리라고 하는 뉴스 들으면서 '누가 이명박 찍으라고 했냐. 찍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결해!'라는 모드였는데 내게 완전히 직격탄으로 문제가 생길 줄이야...
어제 낙동강으로 촬영간 PD가 멘붕되서 전화가 왔다.
새파랗게 흘러내리는 그림 같은 강을 찍어야 하는데 가보니 있는 건 녹차 라떼 뿐~
촬영 일정이 거기만이면 다른 거 찍으면서 좀 기다려 보겠지만 영호남을 아우르는 빡빡한 3박 4일인데 거기 죽치고 앉아 있을 수도 없고 그 하루 이틀에 녹조가 사라질 리도 없고.
결국 강 안 걸고 찍은 거랑 강 관련 다른 자료영상들을 짜집기 해야할 모양.
나야 함께 놀란 거 빼곤 큰 피해가 없지만 편집하느라 PD가 죽어날듯.
그나저나 영산강이랑 한강도 찍어야 하는데 영산강은 괜찮나?
어제 그 얘길 주변에 투덜거렸더니 광고 쪽 친구 하나는 본래 한강에서 찍을 계획으로 컨펌까지 난 거 다 갈아 엎고 기획부터 새로 짜야한다고 거품 물고 있던데... 그걸 보면 나비 효과긴 해도 내가 맞은 잠깐 돌풍 정도로 보면 될듯.
2. PD 수첩 작가들 집단 해고.
봄에 MBC PD랑 저녁 먹으면서 사실 그 얘기가 나왔었다.
시교국 작가들이 파업지지를 했기 때문에 김사장 물러나기 전에 파업이 끝나면 아마 작가들에게 직격탄이 가지 않겠느냐고.
그렇지만 그건 최악의 경우를 산정한 거였지 솔직히 21세기에 그게 현실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정말 뭐를 상상하든 그 이상의 최악을 보여주는 이메가와 그의 하수인들인듯.
내 주변을 봐도 작가들 다들 머리 끝까지 열 받아서 절대 PD 수첩 안 한다고, 김재철 미쳤다고 펄펄 뛰고 있긴 하다.
나한테 연락이 올 리도 없지만 만에 하나 온다고 해도 나도 당연히 안 할 거고.
하지만 아무리 내키지 않고 욕을 먹을 게 분명해도 그거라도 해야할 작가가 존재하긴 할 거다.
PD와의 의리와 인연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지난주에 친하게 지내는 후배 작가 ㅇ과 점심 먹으면서 걔가 지금 아기 덕분에 일 안 하고 있는 게 너무 다행이라고 얘기를 하더라.
그녀가 주로 함께 일하는 PD는 예전 파업 때도 자리를 지키면서 일을 했고 -그때 그녀도 함께. ^^- 이번 파업에도 동참하지 않고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든 PD.
아기라는 핑계가 아니었다면 파업 기간에 계속 연락오는 그 PD의 오퍼를 거절하지 못 했을 거라고 하는 그녀에게 나도 어쩔 수 없이 동감.
아니면 지금 MBC가 가는 방향이 옳다고 믿는 작가도 소수지만 있을 테고.
멀리갈 것 없이 2008년에 40만 남파 간첩이 주도한 촛불 집회를 내게 설파한 친구 ㅅ양.
아마 그녀라면 할 것도 같다는... ^^;;;;;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나도 솔직히 양심의 하한선에 딱 걸려서 간당간당 고민되는 일들을 은근히 했으니 나도 크게 큰소리 칠 주제는 아니다만, 그래도 그게 나랑 전혀 관계 없고 일면식도 없는 작가라면 욕하면서 쳐다도 안 볼 수 있겠지만 나랑 오래 알고 지내고 좋아하고 친한 작가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단계에 그거 한다라면 참 기분이 묘~할듯.
워낙에 살인적인 노가다에 빡센 프로그램이라 난 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적 없었지만 PD 수첩을 했다고 하면 서브 작가라도 애가 근성이 있구나 하고 인정을 해주고 믿고 뽑아 쓰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해온 작가를 자른다는 건 PD 수첩을 관두겠다는 의미와 똑같다. 옛날에 바로 옆 팀에서 일하던, 사투리 많이 쓰고 우스운 소리 많이 해주는 작가님이었던 정선배의 저런 모습을 보니 참 마음이.... 순하디 순한 사람들을 투사로 만드는 시대인 것 같다.
3. 올림픽, 주니어 피겨 선발전 등등 이런저런 상념들이 많았는데... 쓰다 보니 지친다. 그건 또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