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그 주인공이 볼 리는 없지만. ^^;
며칠 전의 일.
덥고 비 오고의 반복이라 운동부족인 뽀양을 끌고 나갔다.
견생 내내 살아온 곳이라 동네 지리는 빠삭해 계속 집으로 유턴을 하기 때문에 파크타워 쪽으로 데리고 갔다.
그쪽도 산책을 자주 하기 때문에 잘 알지만 조경이 잘 되어 있고 좋아해서 거기에 내려만 놓으면 잘 걷는데 그날은 엄청 꾀가 났다 보다.
보통 용산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이날은 갑자기 미쳤는지 공원 방향으로.
낮에는 상관없지만 밤에 공원 방향은 미군 부대만 있고 좀 음침하니 그다지 걷고 싶은 곳은 아니다.
그래도 질질 끌고 용산 방향으로 걷느니 좀 걷다가 부대 직전에 있는 지하철 입구로 해서 다시 동네로 돌아오자 작정하고 걷는데 저 멀리서 한 무리의 미군들이 떠들썩하니 걸어오기 시작.
이쪽 방향에서 걸어가는 건 나와 뽀양 뿐이고 저쪽은 남자들로 이뤄진 미군들.
이대로 휙 뒤돌아서 가면 너무 속보이고 해서 그냥 꿋꿋하게 전진하는데....
저쪽에서 들리는 대화들이 '죽이는데.' '정말 예쁘다.' 등등 단어들의 향연.
분위기를 보니 분명 우리 쪽을 보고 하는 대화들인데... 내가 화장이라도 좀 하고 옷이라도 제대로 차려 입었으면 '쟤네들 취향이 내 스타일인가 보다' 착각이라도 하겠지만 집에서 입는 후줄근한 옷에 머리도 질끈 묶은 그대로.
처음엔 '저 놈들 미친 거 아냐?' 그러다가 이쯤 되면 이상한 수작을 걸려는 게 아닌가 무서울 지경.
좀 늦었지만 뽀삐를 들고 뒤돌아서 튈까 어쩔까 고민하는 사이에 그 한 무리들은 다가오고...
그중 히스패닉 스타일로 생긴 제일 시끄러웠던 애가 우리 뽀삐에게 다가와 침을 튀기면서 자기도 포메 키우는데, 얘 너무 예쁘다고~ 이렇게 예쁜 애 처음 봤다고~ 난리를 친다.
저 멀리서 시작된 그 칭송의 대화는 내가 아니라 내 개를 향한 것이었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애니 남자애니?' 하고 묻는 그에게 여자애라고 대답해주고, 뽀삐가 예뻐서 죽는 그는 좀 더 뭉그적거리다가 동료들에게 이끌려 부대로 고 홈.
뽀양은 영어는 알아듣지 못하지만 분위기상 '나를 칭송하는구나' 눈치 까고 새침한 척 미스코리아 워킹. ^^
울 뽀양이 좀 심하게 예쁘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날도 저녁 내내 혼자 낄낄거렸는데 다시 또 웃기네. ㅋㅋㅋㅋㅋㅋ
정말 미안~
오해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