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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닮은 꼴

by choco 2012. 8. 22.

사람 말 지지리도 안 듣는 한 분과 한 마리에 대한 투덜.

 

어제 밤에 움직임이 뭔가 좀 미묘하게 껄쩍지근하단 느낌이 들었으나 별 일 없길래 그냥 착각인가보다 했더니... 역시나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아침에 현관 타일 위에서 발견한 뽀양의 꼬리는 다리 아래로 팍 내려가 있고 머리 위에 '나 많이 아파'란 말풍선이 커다랗게 떠있다.

 

일단 안고 여기저기 주물러 보는데 반응이 확연히 느린 게 뭔가 탈이 나긴 제대로 났다.

처음엔 체했나하고 배를 주물러 주다가 엉거주춤 제대로 앉지도 눕지도 못하는 거 보니까 근골격계쪽 이상이라는 감이 팍 온다. 

부랴부랴 점심 약속 취소하고 이럴 때 가는 한방 병원에 전화했더니 이 의사 배가 불렀다. 

요즘엔 오후 진료만 하고 그나마 1시엔 수술이 잡혀 있어 2시 이후에 진료 가능.  -_-+++

 

응급 처치로 붙잡고 디스크 혈자리에 뜸을 떠줬더니 꼬리도 살며시 올라오고 개가 좀 파시시 살아나는 기미가 보여서 ㅇ씨에 철판 깔고 전화해 다시 오라고 하고... 

ㅇ씨가 왔을 때는 여전히 '나 쫌 아파'라고 하던 뽀양은 점심이 배달오고 티라미수를 꺼내자 갑자기 다른 개로 변신.

이쯤에서 주관적인 나와 객관적인 ㅇ씨 모두 병원엔 안 가도 되겠다고 결론을 내렸음.

 

꼬리는 올라왔으나 아직도 몸을 제대로 털지 못하는 등 안 좋아보여서 2차로 뜸뜨기 시작.

근데.... 이젠 정말 살만한가보다.

아침엔 고분고분 처분에 맡기더니 엄청 반항. 

결국 아까운 뜸을 반이나 남기고 포기.  -_-++++++

 

어쨌든 두번째 뜸 이후로 몸 탈탈 터는 것도 하고, 아침 뜸 직후엔 못 하던 내 발 핥는 것도 하고 있으니 대충 90%는 돌아온 것 같다.

반항 안 하고 끝까지 다 떴으면 훨 나을 거구만.

 

이렇게 한마리 때문에 혼을 쏙 뺐는데 퇴근하고 돌아오신 부친은 컨디션 안 좋다고 하면서도 말리는데 부득부득 운동을 나가셨다는. 

그러면 핸폰이라도 갖고 나가야 뭔 일 있으면 전화라도 하지 않겠냐고, 핸폰 챙기라니 어물어물 괜찮아 어쩌고 하면서 쌩~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정말 도움이 되는 말은 지독하게 안 듣는 한 분과 한 마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