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중간에 태풍도 끼고 해서 꽤나 바빴던 한 주.
마감이 좀 몰아치긴 했지만 사실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버거운 수준까지는 아니고, 장기적으로 쌓인 피로도 없는데 요즘은 정말 한줄 쓰고 놀고 한줄 쓰고 딴짓하고 정신이 반쯤은 다른 곳에 가있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의욕이 안 나고 일 하기 싫은지 모르겠다.....는 요즘 수금 상황이 영 불량한 데에 원인이 제일 크겠지.
그동안 끊임없이 불경기 어쩌고 언론에서 떠들고 주변에서 떠들어왔고 나도 종종 어쩌고 저쩌고 해왔지만 사실 그게 제대로 와닿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뼛속까지 느끼겠음. 그동안 절대 사고 없었던 우량 거래처들마저도 결제 늦추면서 죽는 소리를 하고, 전반기에 일했던 거 보면 작년의 반 정도밖에 안 된다. 나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들 죽겠다는 소리만 난무.
2008년에 4대강 불 피우기 시작할 때 그쪽 일 많이 맡아서 하던 프로덕션 과장이 지금은 일감이 쏟아져서 좋긴 한데 이게 다 땡겨서 쓰는 거라 정권 바뀌면 빼서 괼 윗돌도 아랫돌도 없을 텐데 그땐 어찌될지 무셥다고 하더니 정권이 바뀌기도 전에 거덜이 나는 모양.
이 와중에 어제 회의에선 4대강을 자연 친화의 모범 사례로 소개를 해달라는 헛소리가 나오고 -이건 말한 사람 외에는 그쪽 편들도 다들 아니옵니다 말리는 분위기지만... 늘 그렇듯 이런 헛소리는 항상 대장이 하고 까라면 까야 한다- 녹차 라떼는 좌파들에 놀아난 언론의 어쩌고저쩌고 드립에 뒷목 잡을뻔 했음. 감독이 나중에 4대강 자막을 넣던가 말던가 그건 그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내가 쓰는 내레이션에선 절대! 네버! 그런 멘트는 넣을 수 없다!
이렇게 멘붕이 온 가운데 젤렌 예약을 위해 전화를 했더니 하필이면 주인 총각이 딱 받는다. --; 전화는 좀 한국말로 받아주면 좋으련만. 영어가 나오니 나도 반사적으로 영어를 하면서 어버버버 예약을 하다가 전화 번호를 얘기해줄 때 내 동생 번호와 내 번호를 섞어서 불러주는 실수를 해버렸음. 내가 가서 보는 건 즐겁지만 아무리 잘 생겼어도 한국어가 아닌 한 대화는 절대 즐겁지 않다고. ㅜ.ㅜ
어쨌든 예약은 했으니 잘 먹으며 안구 정화하고 기운 내서 이제 정신 좀 차리고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 수금은 안 되도 매달 보험, 적금 내야할 날짜는 꼬박꼬박 다가온다는 게 서민의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