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올림픽은, 내가 좋아하지만 국내에선 좀처럼 중계해주지 않는 종목들을 볼 수 있어서 꽤 열심히 챙겨보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난 북경 올림픽 이후 올림픽 때 저것들이 또 무슨 사고를 몰래 치려나, 이렇게 열광하는 동안 또 나쁜 짓 하겠지 싶어서 의도적으로 띄우는 열기에 편승하지 않으려고 낮에 VOD 서비스만 챙겨보는 수준으로, 아주 건전(?)하고 냉정하게, 거의 미국인들 수준으로 올림픽을 구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4년마다 한번이라는 희소성 때문인지 재밌기는 하더라.
체조는.... 경기와 상관없이 일본팀 유니폼 보면서 '어? 저건 좀 아닌데? 우리 체육회야 찐따니 당연히 아무 말도 못 하겠지만 중국애들이 저거 가만히 두고 보나?' 싶었는데 뒤늦게 뒷북 치고 있음.
혹시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독일 체조팀이 하겐 크로이츠를 변형해 바른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면 됨.
역시 돈 많으니 다들 깨갱하고 아무 소리 못하는가 싶기도 하고... 여기서도 결론은 돈 벌어야 한다? -_-+++
축구는... 이메가가 느닷없이 독도에 가면서 자기 모국에 마지막까지 선물을 주고, 더불어 빨대 꽂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끝까지 ㄸ을 주는 판에 비슷한 수준의 축협 것들이 보탠다는...
일본 축협에 보냈다는 그 서한... 난 정말 누군가 축협 엿 먹으라고 날조한 건 줄 알았다. --;
'오해입니다, 허허허' 가 차라리 낫겠단 생각이 들기는 지난 5년 만에 처음.
펜싱 때도 그렇고... 김운용 씨가 괜히 정치에 뜻을 두지 않고 그냥 온전히 IOC에만 집중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더라면 IOC에서 영향력은 한줌도 안 되는 박씨 성을 가진 노인네가 개판 치는 꼴은 안 봐도 됐을 텐데.
하도 체육회가 이번 올림픽에서 상호구에 하도 ㅄ짓을 하니까 매장됐던 김운용씨의 부활 조짐이 슬슬 보이던데 난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찬성이다.
그 사람은 최소한 자기 밥값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했음.
다만... 자신은 정치에 뜻이 없었는데 억지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언플은 안 하면 좋을 텐데.
여기도 증인이 있거든요.
국무총리직에 대한 야심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촬영 갔다와서 다들 이구동성이었다는. 요상하게 그런 건 잘 기억하는 나. ^^
펜싱은... 지금 생각하면 참 희한한데, 공립이었던 우리 중학교에 펜싱부가 있었다.
덩치와 운동 신경은 좋으나 공부가 좀 안 되는 애들이 고등학교에 갈 수 있다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때는 고등학교도 떨어지는 애들이 한반에 몇명 있긴 했음- 당근에 낚여 펜싱을 했고, 나랑 친하게 지내던 한살 아래 동네 동생도 펜싱부였다.
그리고 걔와 내가 사모하던 체육 선생님이 펜싱부 지도 교사셨다. (<- 걔가 펜싱부에 들어간 이유 중 반 이상이 그 샘 때문이었음. 나랑 그 샘이 둘이 얘기하는 거 보고 얘가 열 받아 울기도 했었다는. ㅎㅎ 근데 그 샘의 성이 이씨였던 거 말고는 이제 성함도 기억이 안 나네. 걔는 기억할까? )
그래서 오후에 후배 연습 구경한다는 핑계로 님을 보러 종종 체육실로 가서 펜싱을 구경하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전문적인 펜싱팀이었다기 보다는 대충 좀 아는 교사들이 가르쳐주는 수준이지 싶다... 긴 매트 같은 거 깔아놓고 허리에 줄 매고 계속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 거 보면서 저게 뭔짓이냐 했었는데.
여하튼 그때는 여자 경기는 플러레밖에 없어서 쫌 재미없었던 기억이 가물가물.
근데 사브르 보니까 정말 재밌더라. 우리나라 선수들이 이겨서 더 그렇겠지만.
여하튼 몇십년 만에 펜싱의 매력에 제대로 빠져본 시간이었음.
내가 올림픽 때마다 제일 좋아하는 경기는 체조와 리듬 체조. 다이빙,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이건 정말 올림픽, 아시안 게임 아니면 구경을 할 수가 없는 거라서 정말 초희귀 아이템.
연아 이전의 피겨라고 보면 됨.
남자 체조 최초의 금메달은... 다시 김운용씨 얘기가 나오는데... 그가 있었더라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이미 금메달 나왔었다.
지금 이름이 가물가물한 그 선수.. 산수도 못 하는 멍청한 시스템에 역시나 집에서만 짖는 便 犬인 멍청한 협회 때문에 평생 최고가 될 순간을 허무하게 날렸다.
복기하는 나도 혈압이 오르는데 그 사람은 어떨지.
정말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는 게 맞긴 한가보다.
그렇다고 양학선 선수의 금메달은 폄훼하는 건 아니고~
두번째 띈 난도 7.0짜리 연기는 내가 체조 도마 경기 본 중에 가장 완벽한 연기와 착지였음.
리듬체조는.... 내가 리듬체조를 봐온 역사상 가장 공정하고 군말이 나올 여지가 없는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생각함.
지난 베이징 때는 의외로 공정하게 체점이 되서 군말이 없지만 이 리듬체조도 정말 러시아를 비롯한 소위 메이저 국가의 텃세와 장벽이 높아서 매번 말이 많은 종목인데 이번엔 카나예바가 워낙 독보적이었다.
피겨에 대입하자면 다른 선수들은 점프 뛰고 중간중간 활주도 하면서 슬슬 쉬어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안무로 꽉꽉 채워진 김연아의 프로그램이 바로 카나예바의 프로그램이었다고 보면 됨.
대박 실수를 3번 한 카나예바를 딱 한번 소소한 실수를 한 드미트리예바가 이길 수가 없으니...
정말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노는 멋진 언니였다.
선수들도 금메달은 알아서 챙겨가시고~ 우리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놓고 싸울게요~의 분위기. ^^;
옛날 옛날에 내가 리듬체조를 처음 보던 시절 그때 리듬체조계를 꽉 잡고 있었던 게 불가리아던가? 여하튼 동구권의 어느 나라였고, 당시 지금의 카나예바라고 할 수 있는 정말 멋진 언니가 있었다. 이름은 이제 가물가물.
그때는 리듬체조는 반드시 한 개의 악기로만 반주를 하도록 되어 있어서 주로 피아노 반주가 많았는데 타악기로 반주를 한 프로그램을 정말 완벽하게 연기한 적이 있었고 그건 수십년 간 내 순위에서 최고.
근데 이번에 카나예바의 봄의 제전 후프 연기가 그럴 밀어냈음.
의상, 안무, 음악 완벽한 삼위 일체.
순위와 상관없이 이런 멋진 경기를 보여줘서 고마웠어요~
개인적으로 손연재는 실수 하나도 없이 완전히 미쳐주면 한 6위 정도 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곤봉에서 대박 실수를 하고도 아까운 5위인 걸 보면서 이 친구가 이제 심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구나 생각.
카나예바처럼 압도적인 스케일을 어설프게 따라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에 맞게 예쁘고, 샤방샤방한 안무와 음악을 택한 건 정말 잘 한듯.
큰 실수 없고 + 홈이라는 부담감을 떨칠 수 있으면 홈 어드밴티지가 더해져서 아시안 게임에선 금메달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음.
근데... 해설은 정말 오골오골. 닭살 돋아서 미치는 줄 알았음. --;
리듬체조 단체전은... 러시아가 음악이며 안무 등등 다 내 취향이긴 한데 이상하게 더 눈을 끌고 매력적인 건 이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