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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세상사

by choco 2012. 11. 17.

정말로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세상일이라는 걸 체험한 오늘. (날짜상으로는 어제지만 아직 내가 안 잤으니 그냥 오늘로~)

 

어제 회의를 끝내고 월요일에 마감이 있는 터라 오늘 하루는 푹 쉬어주고 내일부터 달리면 대충 견적이 맞겠다 싶어서 오늘은 자체 휴식일로 정하고 낮에 스파와 안과를 예약했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피부가 완전 헬이라고 (그들에겐 당연한) 구박을 받으며 케어를 마치고 안과로 가는데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잔뜩 들어와 있다.  보니까 친구 ㅎ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문자.  바로 지난주에 우리 엄마는~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딸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의 엄마 씹기의 대상이었던 건강하고 우리 또래 어머니 중에선 가장 젊은 축이신 분.  --;

 

연락을 제일 먼저 받은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걔도 그냥 돌아가셨단 것만 알지 다른 건 모르는 상황이고... 상을 당한 친구는 결혼 안 한 막내동생 하나만 빼곤 다 외국에 있어서 일하거나 자리 지켜줄 사람도 없다. 

 

자리라도 지켜주게 빨리 가긴 가야겠는데 이미 안과 안에 들어와 있어서 간단히 검사랑 치료만 하고 가려고 했더니... 이런 각막이 찢어져 있다네. -_-;;;  이미 박리가 진행되고 있으니 놔두면 큰일 난다고 (역시 그에게 당연한) 재촉 + 시술 후 안정 취하거나 등등 할 필요 없다는 소리에 예정에 없이 각막을 레이저로 지졌다. 

 

동공을 크게 하는 약을 넣고 어쩌고 하는 바람에 제대로 약시 체험을 하는 와중에 서브 작가는 월요일 촬영안 보냈다고 컨펌해달라고 하고.  안경 없이 세상이 그렇게 부옇고 흐리게 보이면 노안이 빨리 오거나 말거나 나도 제일 먼저 라식이든 라섹이든 했을듯. 

 

가서 돈 내고 자리 지키고 손님 접대도 하고 (눈이 잘 안 보여서 실수도 좀 많이 하고. ㅜ.ㅜ) 집에 돌아와서 밤늦게 컨펌해 보내고 서브한테 늦게 보내 미안하단 문자도 날려주고. -_-a  분명 느긋하고 우아한 금요일을 예정했는데 진짜 총체적 난국이었던 하루.

 

나야 그냥 복잡다단한 하루였지만... 그렇게 황당하게 어머니 떠나보낸 ㅎ은... 지금은 정신이 없어 실감이 안 나겠지만 장지에서 돌아와서 정말 어떨지... 이게 남의 일이 아니라 그런지 더 마음이 애잔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