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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7번방의 선물

by choco 2013. 3. 12.

이건 봤다는 기록을 남겨야할 것 같아서.  ^^

보기는 한참 됐는데 이제야 작는다.

대부분의 느낌은 다 날아갔고 이제 남은 잔상만 간단히 끄적.

 

1. 엄청나게 슬퍼서 내내 울다 나온다고 하던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콧날이 찡해지기는 하지만 웃음과 눈물의 완급 조절을 잘 한 영화였음,

아역의 연기가 정말 환상이었다.

요즘 애들은 어쩌면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지...

 

2. 내게는 스토리 라인보다 영화에 깔린 사적 보복, 사형 제도, 사회적 약자와 강자의 관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2-1. 사적 보복....

딸을 허망하게 잃은 경찰청장의 그 복수심은 그의 시각에서 볼 때 이해가 된다.

결국 누명이고 오해라는 걸 관객은 알지만 그는 모르니까.

아버지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총 동원해서라도 그 원수를 갚고 싶다는 욕망에 대해서 이제는 공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 자신에게 좀 두려워졌다.

아마 그도 마음 깊은 곳에선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분노가 너무나 컸고, 그 대상이 누구든 간에 분풀이를 해야만 자신이 숨을 쉬고 살 수 있을 것 같으니 결국 마음 속의 진실을 덮는 쪽을 택하지 않았을까?

 

오래 전 여의도 광장이 있던 시절, 사회에 불만을 품고 차로 폭주하다가 어린이를 치어 죽인 사고가 있었다.

그때 허망하게 죽은 (쌍둥이였는데 여동생은 살고 오빠는 죽은 걸로 기억함) 아이의 할머니가 사형수가 된 범인을 용서하고 옥바라지를 해줬던 일이 있는데...  아무리 종교의 힘이라지만 정말 인간으로 불가능한 차원의 용서였지 싶다.

 

2-2. 사형제도.

난 사형 반대론자다.

영화 속에서 집행된 류승룡의 사형은 현재로선 한국에서 마지막 사형집행이다.

그 이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사형 선고는 있었으나 집행은 없었고 이명박 때는 간당간당하니 좀 불안하긴 했는데 다행히 그것까진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솔직히... 인기몰이 차원에서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높은 확률로 하고 있다.

 

이렇게 원칙적으로나 인간적인 관점에서 사형을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 이어진 그런 험한 꼴을 내 가족이 당했을 때 과연 나도 무기징역이라는 형벌에 만족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시원하게 '네'란 답을 못 하는 게 내 한계겠지.

나이를 먹을 수록 세상은 참 어렵다.

 

2-3. 사회적 약자와 강자의 관계.

멀쩡한 사람도 경찰 앞에 서거나 강압적인 분위기 앞에선 유체이탈이 되는데... 솔직히 얼마나 많은 저런 일들이 있었을까.

 

아주 오래 전인데... (지금은 안 보지만 초딩 저학년 때부터 뭔 소린지도 모르면서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게 내 취미여서 꽤나 많은 사건들을 기억함.  ^^:) 여대생이 한명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그때 범인이라고 남자친구인 대학생이 잡혀가 범인인 것처럼 온 세상에 떠들썩했다가 결국은 무죄로 풀려나고 (고문도 당했던 것 같음) 그 다음엔 아마 그 여대생을 짝사랑했다는 또 다른 대학생이 범인이라고 잡혀가서 역시 몇달 동안 엄청 고생을 하고 반 폐인이 되서 나온 사건이 있었다. 

너무 어릴 때라 그 두번째 대학생의 결과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도 아마 무죄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그 사건은 영구미제?

그나마 저들은 똑똑하고 나름대로 있는 집 자식들이라서 그럭저럭 해피엔딩이 됐지만 아닌 경우는 아마 무수히 많을듯.

 

오래 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그 지존파가 세상에 회자되게 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그림자가 해소되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하게 짙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암울하다.

 

3. 훈훈하고 아련한 가족 영화인데.... 어째 나는 사회비판 드라마를 한 편 본 분위기? 

정말 뭐 눈엔 뭐만 보이는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