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온 날 바로 썼어야 하는데 일요일 저녁 마감이라는 장벽에 기운을 쫙 뺐더니....
오늘도 PT갔다 왔고 다음 주에도 마감이 줄줄이라 오늘 안 쓰면 내가 이 공연을 봤었다는 사실조차도 가물가물해질 것 같아서 (요즘은 프로그램을 뒤지거나 이렇게 갔다왔다는 기록을 해놓지 않은 건 내가 봤던가??? 이러고 있음. ㅜㅜ) 대충이라도 적어놓으련다.
오케스트라는 코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간만에 나쁘지 않았음. 물론 이 작품의 음악이 말 그대로 무용 반주용 음악이라 차선생이라던가 스선생 등등의 고난이도의 화음이나 테크닉을 요구하지 않는데 큰 덕을 보긴 했겠지만 어쨌든 그래도 어디냐.
김지영의 니키아는 안정감이나 서정성 등등 모두 기대대로였고 이동훈은 기대 이상의 솔로르의 모습을 보여줬다. 6월에 있는 차이코프스키를 두고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좀 했는데 이동훈 공연이라면 깊이나 끈적함은 부족해도 최소한 버벅거리지는 않겠다 싶어서 그 캐스팅이면 가야겠다고 생각 중. 프로그램이 다 떨어져서 팔지 않은 관계로 감자티를 맡은 무용수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는데 화려하니 잘 한 편이다. 김지영과 이동훈의 파트너를 맞춰서 돈키호테를 하면 죽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 ^^ 만약 그렇게 캐스팅이 나온다면 물론 나도 보러 가겠지만 강추하겠음.
하지만 내 기억 중 최고의 감자티인, 몇년 전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 때 딱 한 번 객원으로 출연하고 돌아간 그 외국인 발레리나의 감자티가 너무나 강렬하여서... 질리안 머피 정도의 미스 터너가 아니면 감자티는 충족이 쉽지 않을 것 같다. ^^;
내 20대와 30대 때 국립의 공연을 보러 가면 늘 솔로르거나 지그프리드거나 로미오였던 김용걸이 브라만 역할을 춤추는 걸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내 어린 시절 왕자님이었던 로얄 발레단의 안소니 도웰이 브라만을 춤추고 있는 라 바야데르 영상물을 볼 때 그 멜랑꼴리함을 이날 느꼈음.
황금신상, 마그다베야 등 솔리스트들의 역량은 훌륭. 하지만.... 군무는.... --;
발레 군무 중에 가장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백미 중의 백미가 라 바야데르 3막 망령들의 왕국에서 망령들의 춤인데그 환상적인 부분이 여기서 버벅, 저기서 삐끗.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Ctrl C->Ctrl V 수준까지는 기대할 수 없겠으나... 좀 미안한 소리지만 ABT와 쌍벽을 이르는 수준이었다. 첫날도 아니고 거의 막공에 가까운데 공연 기간동안 연습한 것만 해도 잘 맞추겠구만. 다른 날은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이날은 욕 먹어도 쌈.
그래도 작년부터 발레에 입문한 박양이 재밌다고 하고, 발레 꽤나 보러 다닌 박양의 모친도 좋았다고 하니 어쨌든 만족스런 주말~
그리가로비치 안무라고 해서 뭔가 좀 더 파격적인 것을 기대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라 바야데르는 유니버설 쪽이 더 화려하니 내 취향인 것 같다. 첫날도 아니고 마지막 날도 아니라서 그리가로비치 영감님을 뵐 거란 기대를 많이 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일말의 소망을 품었는데 역시나 안 나오셨음.
이번 주 한 주 쉬고 다음 주에는 탱고 뮤지컬 탕게라 보러 감~ ㅅ양은 수첩에 잘 적어놓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