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막으면 다른 곳이 터지고... 완전히 죽어라죽어라 하는 주간. 그러고 보면 유럽으로 피신했던 작년을 제외하고 거의 예외없이 생일 무렵엔 항상 난리였다. 생일날 밥 한끼도 못 먹고 일한 날도 흔했고. 그래도 올해 생일엔 점심 약속이 있으니 최소한 한끼는 잘 먹겠지... 라고 나를 세뇌시키며 아주아주 초간단 감상이 아니라 그냥 갔다 왔다는 기록만.
2층과 3층 좌석의 층간 높이가 왜 다른지 절대 이해할 수 없지만 성남 아트센터 3층은 층간 높이가 충분하다. 제일 앞줄에 앉았기 때문에 공연 시작하고 사람을 집어넣거나 말거나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는 것도 좋은 관람 환경에 일조. 이 정도 블럭버스터급 공연이 있지 않는 한 성남에 다시 기어갈 일은 거의 없겠지만 앞으로도 3층을 애용해주기로 했다.
강수진의 재발견이었다. 타티아나, 마르그리트, 줄리엣, 지젤의 이미지만 강렬했던 그녀의 코믹한 카테리나는 즐거웠음. 머릿속에 일이 꽉 찬 상황임에도 군데군데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앞으로 몇번 더 그녀의 무대를 만날 수 있기를.
페트루치오역을 맡은 Jiri Jelinek. 이리 옐니네크가 바른 표현이 아닐까 싶은데... 이지라고 표기되어 있어서 원어 표기를 해봤다. 어던지 모르게 드 크래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래서 더 멋지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체구며 움직임이며 분장까지 흡사했고 역시 멋졌다~
시간과 기운이 있다면 세세히 캐릭터마다 쓰겠지만 일을 해야하는 관계로 간단히. 비앙카를 비롯한 무용수들 모두 특별히 거슬리는 것 없이 무난하고 괜찮은 무대를 보여줬다. 특별히 대단한 감동이나 엄청나게 잘 했다는 그런 울림은 없지만 상당히 까칠해있는 오늘 내 컨디션을 볼 때 조금만 어설퍼도 엄청 거슬려하고 씹었을 텐데 그런 게 없이 물 흐르듯이~ 프로들의 공연이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고 슈트트가르트 발레단은 죽은 존 크랑코 덕분에 30년은 먹고 산다는 생각을 했고... 이 아저씨는 20세기 후반에 살았던 마지막 고전주의 안무가인 동시에 드라마 발레의 창시자 중 하나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프티파의 전통을 이은 애쉬튼과 상당히 흡사한 고전의 느낌을 풍기면서 독일 드라마 발레의 색깔 역시 강하다. 일종의 다리를 만들고 있는 느낌이랄까... 프티파 스타일의 디베르티스망에 가까운 3막 마지막 장을 보면서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음.
얘기가 길어지면 안 되니 아쉽지만 여기서 끊고... 오케스트라는 금관을 빼고는 들어줄만 헀음.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았다는데 한표.
최악의 오점이라면 커튼콜 때 뜬금없이 등장해 사진 찍고 사라진 아저씨. 안내 방송을 잘 못 들었는데 성남시나 경기도의 높으신 분 나부랭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무슨 국제망신인지. ㅠ.ㅠ 제발 사진은 분장실에 가서 찍으시라고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