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첫 출연은 느닷없이 예술원 영재라는 학생들이 나와서 Classical Symphony D 라는 걸 했는데... '재네가 정말 토종 맞냐?'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신체 조건도 정말 눈알 튀어나오게 다들 좋고 기초도 탄탄해 보이는 것이 개개인의 능력들은 다 한 가닥씩 해 보이긴 한다. 특히 솔로 한 남자 무용수 아이는 몸에 얼굴에... '제발 이대로만 자라다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_-;;;; 아직 가능성 있는 어린 학생들이니 험한 소리는 안 하겠지만 꼭 해주고 싶은 한마디. 너희는 지금 앙상블 하고 있거든. 다들 잘 난 건 알겠는데 너희들은 모두 한 편이고 앙상블은 맞추라고 있는 것이다. 옆 사람 좀 보면서 타이밍 조절하는 것까진 아직 능력미달이라고 해도 최소한 줄은 좀 맞추면서 춤 좀 춰주길.
그렇게 잠시 황당했던 오프닝이 끝나고 몇년 전 아버지와 함께 발레스타 공연에 와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누나팬들을 수없이 양산하고 간 다닐 심킨과 유니버설 발레단의 하은지의 등장. 작품은 파리의 불꽃 중 파드데.
[#M_ more.. | less.. |다닐 심킨. 한마디로 너무너무 우아하고 유연한데 순발력도 죽인다. 하은지란 무용수가 결코 능력이 떨어지는 수준 미달이 아닌데 남자쪽이 너무 유연하니까 상대적으로 뻣뻣해 보여서 좀 불쌍했다고 할까... 본래 순발력이 좋으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유연성이 뛰어나면 순발력이 모자라는 게 하늘이 베푼 공평한 배려인데 다닐 심킨은 그 범주를 벗어난 예외적인 존재다.
동작 하나하나의 마무리도 어쩌면 그리 깨끗한지. 제떼의 높이나 깔끔함은 컨디션이 좋나보다~ 정도로 늠겼지만 속도를 조절하면서 자유자재로 늦췄다 풀었다하는 삐루엣을 보면서는 정말 입을 쩌억~ 벌렸다. 이 정도의 삐루엣은 전성기 때 컨디션 좋은 날의 이원국씨와 앙헬 코레야 정도가 보여줬지. 기본적으로 회전의 속도가 아주 빠르다. 이런 건 타고나야 가능한듯. 한 2년 뒤에 다닐 심킨의 모습이 정말로 기대된다.
아직 카리스마와 힘은 좀 부족하지만 포스는 충분히 갖고 있으니 세월이 보충해줄 것이고.... 팬 입장에선 아쉽지만 그와 동시대 동종업자들이 그나마 신은 공평하다는 위로를 받을 곳은 그의 키일 것 같다. 이제 10대를 끝맺는 나이니 갑자기 확 클 것 같지는 않고 그 신장이 유지된다면 작품이나 파트너 선택에서 제약을 좀 받을 것 같다.
바리시니코프보다는 크겠지?
마리아 알렉산드로바와 타마스 솔리모시의 백조의 호수 2막 중 파드데.
조명을 좀 신경썼더라면 더 분위기가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무대. 특별히 거슬리지 않았던 걸로 봐선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서 욕을 하겠지만 이날 공연은 완전한 몰입이나 집중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_-;
둘의 신체조건에 감탄했었던 기억도 남.
유지연과 이고르 콜브의 세헤라자데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고 한번도 보지 못했을 때는 엄청나게 동경했던 작품이다. 이제는 영상물로도 나오고 갈라에서도 꽤 만날 수 있어서 그런지 과거와 같은 감흥이나 두근거림은 좀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몇년 전 재난의 날이라고 명명해야 마땅할 갈라 페스티벌 공연에서 역시 마린스키로 기억된다 노예 역할 남자 무용수의 바지가 흘러내리는 그 사건 이후 세헤라자데를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바지 사건만이 떠오르는 것도 몰입을 방해하는 이유... ㅠ.ㅠ
끈끈한 분위기를 나름 잘 보여주고 춤도 나무랄데 없었는데... 그렇게 확 빠져서 정신을 나가게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는 이해되지만 유지연씨와 이고르 콜브에게 그다지 어울리는 레퍼토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헤라자데는 주연 무용수의 듀엣만 따로 뜯어내는 것보다는 그 화려하고 퇴폐적인 군무와 어우러져야 더 맛이 나는 듯. 몇년 전 최세영씨와 노보연씨가 춤췄던 그 세헤라자데가 괜히 그리워졌다. 땀을 흩뿌리면서 삐루엣을 하는 최세영씨의 그 느끼한 카리스마... 정말 멋졌는데. ^ㅠ^
이리나 드보로벵코와 젠나디 사벨리예프의 호두까기 인형 2막 그랑 파드데
깔끔하고 예쁘게 잘 추는 사탕과자 요정의 파드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무용수들인데 굉장히 미국스럽지 않은 춤을 춰서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하긴 이름부터 미국과 전혀 상관없는 곳 출신이란 걸 폴폴 풍긴다.
특별히 튀는 맛은 없었지만 둘 다 굉장히 기초가 잘 된 안정적이고 편안한 춤을 보여줬다. 흠잡을 곳 별로 없는 안정적인 기량이 이날 초청된 무용수들의 공통점이지 싶다.
로흐 뮈레와 크리스토프 뒤켄의 Bella Figura
이리 (혹은 지리?) 킬리안이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위해 안무해준 작품이라고 하는데 킬리안과 파리 오페라 발레단 무용수들의 궁합은 확실히 잘 맞는 것 같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를 제외하고 킬리안의 작품을 공연하는 곳이 그다지 없긴 하지만 파리 오페라 발레단 무용수들이 춤추는 킬리안의 작품은 잘 맞는 옷이란 느낌을 주며 착 달라붙는다.
강렬하게 와닿는 것은 없으나 역시 거슬리는 것도 없었음. 두 무용수들의 신체조건을 보며 부러움의 한숨을 내쉬었던 것은 기억남. 그런 난해한 의상은 아무나 소화할 수 없지. -_-;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몇년 전 노이마이어의 한여름밤의 꿈 판권을 사서 공연할까 하다가 작품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전신 타이즈 의상을 입혔을 때 도저히 그림이 나오지 않아서 포기했다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로베르타 마르케즈와 데이빗 마카텔리의 지젤 2막 파드데.
지젤은 워낙에 명공연을 많이 보다보니 눈만 한정없이 높아져서 이제 어지간한 무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여자 무용수가 남자 무용수보다 더 잘 췄다. 역시 별다른 실수없이 깔끔한 무대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러나 감정 이입이 된다거나 등등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건 없었음.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와 이고르 젤렌스키의 해적 2막 파드데
동행한 친구들은 젤렌스키 하나만으로도 표값 다 뽑았다고 흥분을 했는데... 광주에서 무대를 보지 않았다면 나도 흥분의 도가니탕에서 펄펄 끓었을지 모르겠지만 무대에 날아들어오는 그 모습부터 시선을 확 사로잡던 광주와 달리 어제는 조금은 기합이 빠진듯한 무대.
뭐 멋지긴 했다. 젊음이 주는 풋풋함과 힘은 좀 모자랄지 몰라도 그 노련한 각이나 무대 장악력, 손끝 하나로 자아내는 카리스마는 아직 우리의 예쁜 다닐은 불가능하지~
각 동작의 마지막 부분까지 부스러기나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마무리와 그게 뚝뚝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흐름의 호흡은 마무리가 거친 한국 남성 무용수들이 좀 배워야 할 것 같다. 특히 같은 춤을 작년인가 재작년에 엄청 허접하게 추고 엄청난 찬사를 받은 국*발레단의 김모군은 더더욱. 좀 늘기는 했으려나? 그 친구는 정주영씨의 전철을 밟지는 않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엄청난게 크리라 기대했던 무용수가 그저그런 평범한 1人으로 머무는 걸 보는 건 정말 찝찝한 경험이라...
그런 의미에서 내가 처음 영상물을 본 그때의 풋풋한 지그프리드 왕자에서 머물지 않고 카리스마 만빵의 노련한 황제로 성장해준 젤렌스키에게 감사~ 내 동행자들이 젤렌스키 전성기 때 해적을 못 봐서 그렇지... 그걸 봤으면 다들 코피 쏟으며 쓰러졌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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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간 휴식 뒤에 2부 순서 시작~
로베르타 마르케즈와 데이빗 마카텔리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침실 파드데일뻔 했는데 발코니 파드데로 바뀌었다. 격정적인 침실 파드데를 더 선호하긴 하지만 뭐 그 정도는 용서할 수 있지. ^^
[#M_ more.. | less..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함이 고조되는 발코니 파드데. 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먼저 만난 장면이 안소니 도웰이 나오던 이 발코니 파드데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각별한데... 무대 장치란 것이 꼭 필수 불가결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엔 꼭 필요하겠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무대랄까. 줄리엣은 발코니에서, 로미오는 아래 정원에서 서로 눈이 마주치고 줄리엣이 달려 내려오는 그 가슴 떨리는 부분이 생략되니 어딘지 모르게 좀 밋밋하다.
그리고 전막을 볼 때는 잘 의식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갈라로 발코니 파드데를 보니까 맥밀란이 정말로 클래식한 안무가였다는 생각을 새삼.... 프티파의 전통을 이어받은 마지막 20세기 안무가는 애쉬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맥밀란인 것 같다.
잡생각을 좀 많이 하긴 했지만 이건 무용수들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진행의 문제니... 깔끔하니 볼만한 무대였다.
다닐 심킨의 레 부르주아
예전에 왔을 때 아버지가 췄던 춤을 아들이 이어 받아서 그대로~ 능글능글 중년의 포스를 보여줬던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했었는데 딱 기대했던 그 만큼이다. 87년생이니 이제 20살이 되는데도 아직 16-7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소년의 얼굴이라 일단 기본적인 분위기가 도저히 먹고 들어갈 수가 없다.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 아이의 재롱을 보는 기분이랄까? 레 부르주아 특유의 그 끈적끈적한 멜랑콜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어린 다닐이 보여줄 수 있는 표현력이나 테크닉적인 부분은 확실히 반짝반짝 빛난다. 휘휴.... 그 순발력이라니. 4층이라는 열악한 조건에서 보고 있음에도 점프의 높이가 느껴진다. (이건 이날 남자 무용수들 거의 대부분에게 해당되는 사항. 다들 기본적인 높이가 상당하심) 체공 시간이나 유연한 공중 동작이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타고난 힘이라는 게 느껴지는 편안한 움직임이니 더 감탄이 나옴.
심킨이 5센티미터 정도만 더 컸더라면 정말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폴폴.
한 10년 쯤에 다닐이 이걸 춤추면 그때는 잘 맞는 옷이겠지만 아직은 좀 아니었다.
유지연과 이고르 콜브의 미들 듀엣
볼쇼이 발레단의 라트만스키가 안무한 작품으로 위트 넘치는 몸의 변화와 허를 찌르는 계산된 정교함보다는 인간적 교감을 더 중시하고 미묘하고 진정성 넘치는 안무를 표현했다 고 프로그램에 쓰여 있다. 그런가보다 해야겠지만 작품 자체를 놓고 봐선 별로 그런지 모르겠다.
어두운 공간에 빛이 들어오는 창의 그림자 위에서 두명의 무용수가 춤추는 식으로 안무를 짰는데 지리 킬리안 적이라고 해야하나? 독일이나 네덜란드 안무가들이 선호하는 스타일. 러시아 안무가의 작품이란 걸 알고는 솔직히 좀 놀랐었다.
지루하지 않게 잘 보긴 했지만 뭘 보여주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위트라는 단어는 내가 본 것과는 절대 매치가 되지 않음. 내가 무식한 탓이려니....
마리아 알렉산드로바와 타마스 솔리모시의 백조의 호수 3막 흑조 파드데
여자 무용수는 볼쇼이, 남자는 헝가리 국립 발레단이나 둘이 만나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으리란 걸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프로들이면 선수답게 관객들에게 티는 내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화려하고 눈에 띄는 작품인 만큼 워낙에 많이 공연이 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발레팬들은 몸이 따라가지 않을 뿐이지 머릿속에선 무보가 그려진 작품이다.
그 뻔한 걸 손발이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모습을 아다지오에서 두어번 보고 나니 솔직히 김이 조금 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각자의 바리에이션 솔로에선 멋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도입부에서 흥이 사라지니 좀 건성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초청할 때 이왕이면 연습하기 좋도록 같은 발레단에서 좀 짝을 맞춰서 데려오길 빌 밖에...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와 이고르 젤렌스키의 마농 침실 파드데.
역시 광주에서 봤던 작품이다. 요즘 이걸 애호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작품을 연습하기 싫어서 그냥 갖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반년 사이에 같은 나라에 온다면 레퍼토리를 바꿔주는 최소한의 성의는 좀 보여줬더라면 좋으련만.
위에 쓴 건 레퍼토리에 대한 불만이고 공연 자체에는 크게 흠잡고 싶진 않다. 아쉬게도 젤렌스키의 마농 전막을 본적은 없지만 이미지나 춤 스타일 상 아마 안소니 도웰 이후 가장 데 그뤼에 어울리는 당쉐르 노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으니까.
침실 파드데에서 필수 불가결한 그 끈끈한 성적 긴장감이 모자란 것 역시 갈라의 한계라도 스스로 핑계를 대주고 있다. 역시 빠순이의 충성도는 무섭다. ㅎㅎ;
젠나디 사벨리예프의 타라스 불바 중 고팍
프로그램에 백조의 호수를 배조의 호수라고 써놨듯이 타라스 불바도 타라스 붐바라고 써놨던데 오타는 그냥 내가 자동 교정. 우아하고 달콤한 분위기가 강했던 호두까기 인형과 달리 고팍에선 자기의 테크닉을 유감없이 발휘를 해주셨다. 이날 오신 오빠들은 다들 공중에서 누워서 그랑제떼를 하기로 약속들은 하신 것 같은데 이 오빠께서 가장 확실하게 누워주셨음. 탄력이 거의 흑인 수준으로 장난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음.
워낙 짧은 바리에이션이라 몇번 와~ 하고 끝. 빨간 펄럭 바지가 인상적이었다. ㅎㅎ
이리나 드보로뱅코의 빈사의 백조
이 작품 역시 워낙에 명공연들을 많이 보다보니 눈만 또 한정없이 높아져서... 역사에 남는 빈사의 백조들 영상물들이 자꾸 떠올라 비교가 되니 참으로 죄송스럽다. 모노 수준인 음향이 스테레오 정도까지만 올라가고, 조명이 조금만 더 받쳐줬더라면 느낌이 달랐지 싶은데...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매끈하게 마무리를 짓긴 했다. 해석은 플리세츠카야의 것을 선택한 것 같고. 그러나 냉정하게 얘기해서 빈사의 백조에서 요구하는 그런 탁월한 유연성과 우아함은 조금은 부족한 발레리나다. 왜 굳이 이 작품을 택했는데 이해를 하기 힘들다.
로흐 뮈레와 크리스토프 뒤켄의 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
예전에 아녜스 레테스테 부부가 왔을 때도 이걸 했고, 김용걸씨도 국내 공연 때 이 작품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해외 공연에 애용되는 레퍼토리인듯. 멋지긴 했지만 레테스테의 가 무시무시한 카리스마의 불꽃이 준 인상이 너무 강했었나 보다.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 것 같았던 당시 무대와 달리 그냥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서 몸매 죽인다, 딱딱 맞게 잘 하긴 하는구나 이러면서 봤음. 그리고 포사이드의 함부르크 발레단이 재정이 어려워서 없애네 어쩌네 하던 일은 잘 해결됐나 궁금해하기도 하고. ^^
포사이드 아저씨의 작품은 긴 건 좀 괴롭지만 10-20분 내외 소품의 짜임새나 강렬함은 동시대 안무가 중에선 정말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포스다. 존 크랑코의 유산으로 슈트트가르트가 30년 가까이 먹고 살고 있듯 프랑크푸르트 발레단이 망하지 않으면 아마 차후 수십년은 포사이드 작품으로 연명하지 않을까?
여하튼 썩어도 준치라고 파리 오페라 발레단 안에서 그다지 지명도를 느끼지 못했던 무용수들인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나 노련미가 장난이 아니다. 아쉽다면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성의도가 좀 떨어져 보인다고 할까? 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좀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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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 둘을 제외하곤 이번에 초청된 무용수들은 대단한 명성을 가진 소위 '스타'는 아니다. 그렇지만 소리만 요란한 강정 스타가 무성의한 공연으로 혈압 올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알짜배기 성실하고 고른 공연을 보여주는 쪽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 자체로 놓고 보면 볼 것 없는 겨울에 그냥 문화생활이나 하자~가 아니라 아주 만족스러웠다. 축 쳐졌던 에너지 지수가 팍팍 올라가고 피로가 확~ 풀릴 정도로.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_-;;;
LG 아트센터의 곡마단 음향이 그리워질 정도로 갑갑한 모노 음향 때문에 몰입이 안 되었던 것은 다른 때라면 게거품을 물면서 성토했겠지만 이날은 매 작품마다 등장하는 사회자 때문에 다른 모든 불평불만은 싹 사라졌다.
예전에도 미스 코리아 당선됐다는 예술원 여학생이 나와서 버벅거리는 통에 흐름 다 끊어지고 욕 엄청했는데 이번엔 이원국씨와 강예나씨가 나왔다. -_-; 두분 다 내가 좋아하는 무용수이니 험한 소리는 그쪽에다 대고 차마 못하겠고... 모든 출연자 앞뒤에 등장하는, 전국 노래자랑보다 더 촌스러운 그 발상을 한 누군가에게 제발 나서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음.
내가 아주아주 어릴 때 했던 누가누가 잘하나라는 아이들 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 애들이 등장할 때 "어느 학교 몇학년 몇반 누구고 무슨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이렇게 소개를 했다. 잊고 있었던 그 고리짝 프로그램 구성을 21세기에 발레 공연에서 볼줄이야.... 무용수들의 멋진 공연으로 쫙~ 올라간 분위기는 중간에 진행자 나와서 깨는 소리 한마디씩 할 때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피시식.... 그 와중에도 매번 분위기를 달궈줬던 무용수들에게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제발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그런 무식~하고 촌스런 발상은 집에서 자기 애들한테나 해주면 좋겠다.
더불어 -이것 역시 멘트 써 준 사람에게 할 욕이겠지만- 공연 시작과 끝에 빠지지 않는 '중앙일보 사장님에 대한 감사 인사.' -_-; 난 돈 내고 갔거든. 내가 중앙일보의 초대장을 받고 갔으면 그 표값이려니 하고 참아주겠지만 내가 왜 한번도 참기 힘든 그 객쩍은 소리를 두번이나 들어야 하나.
그리고 중앙일보에서 우리들 예뻐서 불러왔냐? 돈 좀 벌어보려고 초청을 해서 표값 무식하게 때린 통에 쫄딱 망한 건 전적으로 자기들 책임이다. 또 망한 부분은 어차피 세금 덜 내는 걸로 충분히 메꿔진다는 계산이 버젓이 살아있는데 왜 우리가 은혜를 입은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음.
마지막으로.... ㅠ.ㅠ 출연자들이 음악에 맞춰 다시 한번 춤사위를 신나게 보여주는 피날레가 사라지고 출연자 소개가 다시 이어졌다. 정말 엉엉 울고 싶었다. 갈라에선 이러는 거 아니거든요.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많이 보고 아는 것 많은 분들이 왜 이러시는지. 지방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광주보다 더 구닥다리 진행을 할 수 있을까? 주변 아그들이 좀 시끄러웠던 걸 제외하고 제반 진행사항이 광주에서가 훨씬 나았다.
공연을 끝내고 마지막에 출연자들이 음악에 맞춰 다시 등장하는 그 환상적인 퍼레이드마저 빼앗긴 마무리는 정말 난감을 넘어... 무대에 뻘쭘하니 선 무용수들을 보니 너무 창피하고 X팔려서 땀이 다 났다. 로얄 공연 때 세종 진행진들이 삘짓한 거 외국의 각종 발레 포럼에 소문 다 났던데 이번에 초청된 무용수들이 제발 인터넷을 못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길. 그것만 빌어야겠다. -_-
반복되는 얘기지마 진행의 치명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내용 자체로 놓고 보면 간만에 만족한 공연~ 일기예보 덕분에 길도 하나도 안 막히고 편안하게 잘 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