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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식겁

by choco 2013. 9. 27.

뽀양이 오늘도 한 건 했다.  --;

 

어제 저녁부터 이상하게 불편한 얼굴로 내 방에 들락날락할 때 낌새를 눈치챘어야 하는데 그 전날까지도 워낙 멀쩡했고 먹고 자고 싸는 게 완벽했던 터라 뭔가 이상하다는 신호를 놓쳤다.  덕분에 애먼 개는 눈치 없는 주인에게 혼나고 야밤에 또 나타났을 때도 배고파서 온 줄 알고 역시나 구박을 받고 터덜터덜 안방으로 귀환.  근데 나중에 병원 갔다와서 정보를 종합해보니 어제 밤에 많이 아팠나보다.  계속 잠들지 못하고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나 아파~ 해결 좀 해줘~'를 외치고 있었는데 아무도 못 알아들었던 것임. ㅜ.ㅜ

 

여튼 아침에는 정말로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토했나 확인해보고 체온도 재어봤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서 그냥 컨디션이 좀 떨어졌나보다 하고 나가려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부친이 귀엽다고 뽀삐 배를 조물락거리셨는데 갑자기 개 잡는 소리를 낸다.  달려가서 뒤집어보니 배꼽 부위에 자두씨만한 것이 볼록.

 

부친 심부름도 가야하고 회의도 있지만 뒤도 안 돌아보고 병원에 지금 간다고 전화하고 바로 돌진해서 검사 받으니 탈장.  탈장은 응급 상황이고 엄청나게 아팠을 거라고 하는데 얼마나 미안하던지... ;ㅁ; 

 

그래도 비교적 일찍 발견해 병원에 데려온 덕분에 탈장 부위에 염증은 없어서 나온 거 밀어넣고 복막 부위 꿰매는 간단한 수술로 끝이 났다.  오늘 뽀삐를 보면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성격이 좋아야 삶이 편하다고 느낀 게... 성격이 아주 예민하거나 사나운 애들은 전신마취를 해야 하지만 뽀삐처럼 순하고 느긋한 애들은 이 정도는 그냥 진정제 투여하고 국소마취로 해결이 된다고 하더니 정말 20분 만에 쓱싹쓱싹 째고 넣고 꿰매고 끝~

 

수술실에서 나오는 뽀양의 말풍선도 병원 갈 때는 '나 아파..ㅜ.ㅜ' 더니 나올 때는 '나 하나도 안 아파~ 빨리 집에 가자~'로 돌변.  ㅎㅎ

 

수술이 처치나 시술 수준이 된 덕분에 말짱해진 개는 집에 던져놓고 난 못 간다고 했던 회의로 다시 고~고~  그리고 다음 볼일도 하나 더 보고 들어오니까 이제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몸살이 난 것처럼 온몸이 쑤시고 노곤하네. 

 

주말엔 푹 좀 쉬어줘야겠다.

 

그나저나... 저 개는 내가 공돈(?) 생기는 꼴은 절대 못 보는 것 같다.

 

어제 아주 급하게 입찰 넣는 거라서 좀 쉽게 구성안 두개 써주고 몇십만원 챙겼는데 그 원고료는 내 통장을 스쳐서 카드회사를 지나 동물병원으로 갈듯.  -_-+++

 

ㅅ양이나 나나 개 병원비를 벌기 위해서 일해야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