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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국립발레단 롤랑 프티 트리플 빌 (2013.10.11. 7:30)
감상/춤 | 2013. 10. 12. 12:12

블로그를 찾아보니 2010년에 국내 초연을 봤었다.

 

카르멘을 맡은 김지영을 제외하고는 다 다른 캐스팅.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내 취향이 달라졌는지 초연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들이 많다.

 

공연 순서대로 보자면 아를르의 여인.

 

현재 국립발레단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발레리노 이동훈이 프레데리를 맡았는데 와우~ 이렇게 멋진 발레였고 비극적인 캐릭터였나?  몰입이 좍좍 되면서 감탄이 절로 연발.

 

2010년에 봤을 때는 내내 '에효, 찌질한 X.  맺고 끊고 못 하는 찌질이 때문에 멀쩡한 여자 인생 하나 망치는 구나'라고 좀 심드렁하게 봤는데 내용도 안무도 변함이 없건만 그 광기가 왜 이렇게 설득력이 있게 다가오는 건지.  ^^;  

 

차곡차곡 쌓인 세월의 노련미나 연륜에서 오는 카리스마도 매력적이지만 아직 덜 익은 부분은 있어도 이렇게 육체적인 측면에서 절정기에 있는 젊은 무용수의 폭발하는 에너지를 즐기는 건 참 즐겁다.  같이 서서히 늙어가면서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쁨도 있고.  그 즐거움을 줬던 엄재용도 이제는 원숙한 단계로 접어들었고 김현웅도 외국으로 떠나고, 기대를 걸었던 젊은 무용수들은 정체되어 버려 최근에는 이런 식으로 꽂히는 젊은 무용수가 없었는데 앞으로 이동훈을 지켜보는 게 2010년를 사는 발레 팬으로서 쏠쏠한 행복이 될 것 같다.

 

이은원도 풋풋하니 애절한 비베트를 잘 표현해서 주연 무용수들의 캐미스트리라는 측면에서는 이날 공연 중 이게 제일 좋지 않았나 싶다.  예전엔 프린시펄 한두명을 제외하고 그 아래급 솔리스트들의 실력 차이가 뚜렷했는데 이젠 카리스마나 선호하는 매력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인 신체 조건이나 테크닉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듯.  정확하고 시원시원한 자신감 있는 춤 덕분에 역시나 눈이 즐거웠다.

 

젊은이와 죽음은 -본인도 인정했지만- 이제 젊은이라기엔 쫌 많이 늙은(^^) 김용걸과 내가 좋아하는 중견 무용수 유난희 커플의 캐스팅.

 

김용걸씨의 몸을 보면서 꺄악 소리가 절로... ㅎㅎ;   현역에서 은퇴한지 좀 됐는데 어쩌면 그대로인지.  지금 국립의 젊은 무용수들보다 관리가 더 잘 된 것 같을 정도.  본래 타고난 신체적 조건도 좋았지만 그렇게 계속 가꾸고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김용걸의 존재감이며 폭발하는 에너지는 20대 못지 않고 멋있었고 유난희도 정확하고 깔끔한 춤을 보여주긴 했는데 아쉽게도 이 작품에 제일 중요한 캐미스트리가 없다.  둘 다 잘 하지만 뭔가 어울리지 않는 색깔에 따로 노는 느낌.  여인과 죽음을 연기한 유난희의 색깔이 좀 더 끈적하고 강렬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 역할이 지금 그녀에겐 맞지 않는 것 같다. 

 

내내 김세연이나 김주원을 여인 매치하면서 비교하고 있었다.  

어제 공연한 세 작품 중에서 내게는 제일 집중이 안 되었던 공연.

 

카르멘은 김지영과 이원철.

 

김지영의 카르멘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말 하면 입 아프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확하고 교과서적인 춤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유자재로 자기 몸을 역할에 맞출 수 있는 발레리나가 김지영인 것 같다.

 

3년 전 김현웅의 호세가 워낙 강렬하고 멋있어서 내가 꾸준히 선호하지 않는 무용수인 이영철의 호세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대감을 접어서 그런지 의외로 멋있네~ 소리가 나옴.

 

이영철의 데뷔 무대부터 지켜봤던 입장에서 그에 대한 인상은 -나뿐 아니라 같이 바라본 주변 팬들 역시- '참으로 열심히 우당탕탕 뛰어다니는 마당쇠' 이다.  당쇠르 노블 스타일의 우아함도 없고 그렇다고 색기나 강렬한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신체 조건도 좋고 춤도 못 추는 건 아니나 참으로 매력이 없구나 였다.  

 

그런데 데뷔 때부터 한결같이 우당탕탕 뛰어다니다보니 그 안에서 뭔가 무게감이랄지, 그 나름의 존재감 같은 게 보인다.  어제 그를 보면서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 해 1만 시간을 하면 일정 부분 경지에 이른다는 1만 시간 이론이던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 탤런트 누군가와 결혼한 윤혜진과 비숫하네.  데뷔 때부터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을 주야장천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꽤 근사한 무용수로 성장을 했으니. 

 

쓰다보니 오늘의 결론은... 뭐든 포기하지 말고 1만 시간 이상 열심히 하자인가? 

남이 아니라 내게 해줘야할 소리인듯.  ^^

 

밥 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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