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동안 야금야금 하나씩 인연이 닿을 때마다 모아온 로얄 코펜하겐들.
가랑비에 바지 젖는줄 모른다더니 어느새 4명 정도는 가벼운 식사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모아졌다.
어느날 꺼내보면서 '이렇게 많이 모았나?' 하면서 나도 놀랐다.
아직 사진 올리지 않은 브런치보다 뒤늦은, 지지난주 토요일의 조촐한 와인 디너의 코펜하겐 상차림~
제대로 모은 고수들은 뭐 이 정도로~ 하고 코웃음칠지 몰라도 나는 엄청 뿌듯함~ ㅎㅎ
사진 찍는 걸 잊었는데 이날은 ㅎ양이 가져온 1999년 빈티지 모엣 샹동 샴페인을 마시기 위한 디너였다.
메인은 로얄 코펜하겐이고 요리 컨셉은 냉장고 비우기. ㅋㅋ
냉동고에 있던 새우는 중국식으로 술에 찌고, 이마트에서 3천원에 특가 세일하던 치즈 마지막 남은 거, 냉장고에 있던 채소들 탈탈 털고, 토스트한 식빵도 예전에 산 거 마지막~ 캐비어도 유통기한의 끝자락이다.
사진엔 멀쩡하지만 파프리카도 쫌 시들시들. ^^
샴페인을 해치우 레드와인을 위해 준비한 돼지등갈비와 고구마와 구운 채소들~
이날 동생이 산 무쇠 그릴을 처음으로 오븐에 제대로 써봤는데 열전도율이 장난이 아니다. 평소 굽는 시간보다 덜 구웠는데도 많이 탔음. ;ㅁ; 다음에는 시간을 반 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다.
무슨무슨 와인대회에서 동메달을 받았다는 와인 Chateau de Seguin. 2008년산. 프랑스 보르도 와인으로 원래 몸값은 꽤나 비싸지만 늘 그렇듯이 ^^ 60~70% 정도 세일해서 싸게 사왔다. 판매원이 몇년 더 묵히고 먹으면 정말 맛있을 거라고 해서 우리 집에서 3-4년 이상 머물러 있었던듯.
마시면서 누군지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추천해준 사람 복 받으라고 빌어줬다. 정말 목이나 입에 걸리는 껄끄러운 맛이 하나도 없이 술술 넘어간다. 처음엔 좀 싱겁고 바디감이 약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데 마시다 보면 하늘하늘한 부케와 아로마가 입안 가득히 퍼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ㅅ양 말마따나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정말 좋은 건 역시 돈값을 하는듯.
다시 만날 일은 아마도 없을 확률이 높지만... 만나서 반가웠음~
동생이 내 생일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꺼번에 묶어서 사준 로얄 코펜하겐 풀레이스 티팟~ + 뽀양이 엄청 행복해 보이는구나.
국내엔 단종이고 그 비싼 돈을 주고 태국인지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어색한 그림은 갖고 싶지 않아서 내내 엔틱쪽을 노리고 있다가 그림이며 상태가 아주 좋은 걸 정말 훌륭한 가격으로 구했다.
이걸 사게 된 과정에서 느낀 건데 사람은 빈말이라도 인사를 잘 해야하고 예의를 차리는 게 참 중요한듯. 길게 쓰면 눈꼴 사나운 자화자찬이 되니 이쯤에서 중략~
근데 이 사진이 참 웃긴 게, 똑같은 사진인데 누구 눈에는 그릇만 보이고 누구 눈에는 개만 보인다는 거. ㅋㅋ
한스 케이크에서 요즘 가장 사랑해주는 마론 타르트를 곁들인 후식~
이날도 잘 먹고 잘 마셨는데, 그저께도 또 엄청 좋은 와인 2병을 빈티지 비교 시음한다는 핑계로 뜯어서 잘 마셨고... 이번 금요일도 뭔가 또 잘 먹을 예정. 이렇게 와인 입을 올려놓았으니 이제 좋은 와인 마실 핑곗거리가 사라지면 본래 자리인 서민 입맛으로 다시 원상복귀 시키느라 고생을 좀 하겠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