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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음악

나부코-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파바로티시립극장 초청오페라(2013.11.16)

by choco 2013. 12. 9.

대상포진으로 다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갔던 위엄의 오페라.  ^^;

 

오늘치 내 스스로 할당량을 쬐끔 일찍 끝낸 기념으로 이미 한참 지나서 다 날아가긴 했지만 내가 이걸 봤다는 파편이라도 좀 남겨보려고 포스팅 창을 열었다.

 

내가 어릴 때 베르디의 생애를 주제로 한 외국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방송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음악을 전공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던 시절이고 당연히 오페라 같은 것에 큰 흥미가 없었음에도 매회 소개되는 오페라의 향연은 어린 눈과 귀에 정말 황홀했었다.

그때 드라마 초반부에 나왔던 오페라가 바로 나부코였고 아마도 내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처음으로 들은 것도 거기에서였을 거다.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리골렛또나 라 트라비아타니 아이다니 베르디의 오페라들을 꽤 많이 찾아 보고 들었지만 나부코는 이상하게 인연이 되지도 않고 또 솔직히 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제외하고는 굳이 찾아서 보고 싶은 생각도 없이 어영부영 수십 년이 흘렀는데 친구가 이걸 무지하게 보고 싶어해서 혹시나 찾아보다가 마침 공연이 있어서 예매~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의 주연 가수들이 온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운이 없었는지 우리가 공연을 보러 간 날은 거의 국내 가수.  차별하는 건 아니고... 또 내가 초청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 비교한 건 아니지만... 그냥 객관적으로 봐서 뭔가 기름 좔좔 바른 이태리스러운 그런 자연스러움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가수의 능력을 떠나서 그 나라 사람이 부르는 그 나라 노래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기억이 희미해지긴 했지만 특별히 감탄이 나왔던 기억도 또 삑사리 나서 눈살 찌푸렸던 기억도 없는 걸 보면 무난한 공연이었긴 함.

 

합창 공연에서는 종종 듣고 또 반주도 했었지만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오페라에서 직접 본 건 처음이었는데 좋았다. 

 

빈에서 박쥐나 마술피리를 보고 '역시 자기 나라 노래를 제일 잘 하는구나~'하고 느꼈던 감탄을 언젠가 이태리에서 베르디나 푸치니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고 싶다. 

 

오늘도 결론은 돈 벌어야 한다로 훈훈하게 마무리.  ㅎㅎ

 

그만 자야지~  그래야 내일 또 일어나서 달릴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