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마법과 같은 초현실적인 것들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진지하게 믿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조금 난감한 책이었다.
내가 이 책을 택했을 때 알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믿고 있고, 또 믿어왔던 마법에 대한 개념과 정보, 다양한 마법에 대한 얘기였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정말로 마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이다. -_-;;;
이 책을 쓴 사람은 마법사 -혹은 마법사라고 믿고 있는 사람- 이고 자신처럼 마법의 길로 가려는 사람들에게 아주아주 진지하고 친절하게 마법을 기초부터 가르쳐주고 있다. 뜨개질 입문, 퀼트 입문 이런 류의 책인 것이다. ㅠ.ㅠ
일단 시작한 책이니 건질 게 있다면 -혹은 배워서 써먹을 수 있는 거라면 이라는 생각도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건져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나도 진지하게 읽기 시작을 했다.
책의 내용 자체만을 훑고 지나가자면 나름대로 재미있다. 나와 완전히 다른 생활과 생각을 하는 낯선 사람들을 관찰하는 인류학자가 된 느낌이랄까? 요리책이나 다른 실용서적처럼 배워서 써먹을 구석이 있다면 좀 진지하게 기초라도 섭렵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백마법사인 이 책의 저자는 마법을 통해 이득을 얻는 건 위험하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계속 강조를 해주고 있다.
그의 강조나 경고가 아니더라도...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법을 익히는데 쓸 노력이라면 그걸 자기 목적을 이루는데 쓰는 게 훨씬 빠르고 쉬울 것 같다. 나름대로 진지한 마법 입문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나의 결론은 대차대조표를 따져보면 손해다. 폼은 날지 몰라도 돌아오는 이익은 아주 형편이 없다. 그리고 필요한 마법 도구들의 재료들은 대체로 금이나 보석들이고 나머지 재료들도 솔찬히 비싸다. 여기서도 시장 경제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인지 가난한 사람은 마법을 배우기도 힘든 것이다.
아마존이나 bn에 magic이나 wicca를 치면 엄청난 양의 책들이 뜬다고 하더니... 남북한을 합쳐도 7천만이 고작인 한국보다 시장이 큰 미국이라면 이걸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도 꽤나 잘 되는 모양.
이 책의 저자가 꼭 보고 참고하라던 솔로몬의 반지도 샀는데.... 마법 원이 어쩌고 주문이 어쩌고를 또 한참 읽어줘야겠군. 마법에 대한 가벼운 읽을 거리를 원한다면 비추. 정말 진지하게 마법의 존재를 믿고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입문서로서 괜찮을 것 같고... 마법을 배경으로 한 뭔가를 쓰거나 만들고 싶은 사람도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최소한 주문이며 부적, 마방진 등을 만드는 방법만큼은 사이비가 아니라 나름 정통으로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 테니까.
읽은 것이 아까워 마법사 등장하는 환타지를 쓰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잠시 했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