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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화

최근 본 만화책들

by choco 2014. 8. 9.

인간이 피폐할 때는 스스로를 쥐어짜느라 뭔가를 집어 넣을 기력조차도 없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다.

2012년부터 책도 점점 안 읽고 드디어는 만화를 볼 기력조차도 사라졌었는데 탱자~거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스트래스도 줄고 체력도 아주 조금 돌아오면서 활자에 대한 욕구도 함께 돌아오는 모양이다.

솔직히 돈은 그야말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이지만 지금 삶이 나쁘지는 않네.

물론 길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  ㅎㅎ;


각설하고 최근 본 만화 기억나는대로 몇 가지~


피아노의 숲.  19~22

한 몇년 끊었음에도 겨우 4권 더 나왔다.  -_-;

19권만 봤더라면 그 느린 진행에 정말 미치고 팔딱 뛰었을듯.

그래도 그 이후 진행은 많이 되어서 웨이 팡과 아마미야는 해피엔딩으로 각자 새로운 길을 찾았고 드디어 결선 무대에서 카이가 쇼팽 1악장을 멋지게 치는 것까지 왔는데... 복선으로 깜박거리던 조명이 나가면서 22권 끝.

이 정전이 카이의 입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무지 궁금하다.

과연 이 사건이 우승을 위한 극적인 장치일지, 아니면 포코렐리치처럼 우승은 하지 못 했으나 우승자보다 더한 전설로 남는 드라마를 위한 장치일지가 그 결말이 기다려지네.

카이의 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그 문제 역시 어떤 방식으로 해결이 될까도.

김혜린류라면 비극적인 전설로 남기겠지만 지금까지 풀어온 이 작가의 스타일로 봐선 해피엔딩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부디 이 느낌이 맞기를.


천재 유교수의 생활

굉장히 일본풍의, 아마도 일본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거의 편집증적인 바른생활 천재 노인의 일상이다.

노인이 주인공인 만화를 20년 가까이 그려낼 수 있는 일본의 탄탄한 만화 시장에 감탄을 하면서 현재 나온 부분까지 정독했다.

만화 안에서 시간이 흐르기는 하지만 굉장히 느린, 거의 정지된 수준으로 움직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이 책만 보던 유교수가 어느날부터 워드를 쓰다가 도스 컴퓨터를 다루고 그리고 이제는 아이패드까지 등장했다.

전후 일본의 모습을 그린 유교수의 젊은 시절 모습의 기나긴 에피소드는, 비록 유교수가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군국주의와 거리를 둔 정신 세계를 가졌다는 걸 지속적으로 표현함에도, 사실 많이 불편했다.

이건 군국주의의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은 우리 민족으로선 어쩔 수 없는 한계겠지.

그 국적의 문제를 제외하고 봤을 때 유교수는 내 주변에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는 정말 학구적이고 멋진 교수님.

그러나 이런 사람이 한국에 있으면 교수는 고사하고...  시간 강사 자리나 하나 제대로 얻을 수 있으려나.  -_-?


오오쿠 7~10

얘도 참으로 느릿느릿.  그래도 연중하지 않고 나와주는 것에 감사하면서 보고 있는 만화.

이 만화에 꽂혀서 일본역사를 좍 훑었는데 이미 알고 있는 역사임에도 거기에 얹혀진 인물들의 변형에 매번 감탄하고 전혀 모르는 얘기처럼 다가온다.

서로 비수를 감추고 머리 싸움을 해온 도쿠가와 가의 여자들인데... 그 시대가 남자 쇼군이 등장하면서 이제 막을 내릴 거라는 암시를 하면서 10권이 끝났음.

11권은 언제쯤 나오려나?


실연 쇼콜라티에 1~5

이게 일본 만화이기 망정이지 만약 한국 로맨스였다면 연재 중에 작가는 악플 폭격에 마그마까지 파묻혔을듯.  ^^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집착남과 내숭녀의 삽질.

좋아하던 여자에게 차인 남자애가 프랑스에 가서 유명한 쇼콜라티에가 되어 귀국, 다시 잊지 못하던 옛 짝사랑녀를 만나는데 그녀는 그에게 결혼 피로연 디저트를 부탁. 눈물을 흘리며 만들어주면서 언젠가는 그녀를 다시 찾기 위해서 주변을 배회.  알고보니 그 짝사랑녀 역시 다시 돌아온 그에게 은근히 마음이 있어서 배회 중.  이 배경에 수많은 초콜릿이 등장한다. 

사실 남주를 제외하고 딱히 여자 주인공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 만화.

일본에선 8권까지 나왔고 올해 9권 완결이 된다는데 한국에선 상당히 오래 전에 5권 이후 더 나오지 않는 걸 보면 반응이 좋지 않은 모양.

솔직히 스토리는 보통 한국인 시각에선 좀 이해 불가능이긴 하지만 사람 사는데 딱히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니 그러려니~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와 초콜릿 디저트들을 눈으로 보고 즐기는 관점에서 보면 재미있는데 안 나오고 있어서 아쉽다.

요즘 더워서 초콜릿 잘 안 땡겼는데 이거 보다가 갑자기 삘 받아서 한참 전에 선물 받은 고디바 다크 상자 개봉해서 마구 먹어줬다.  고디바 클래식보다 다크가 더 맛있던데 그 얘기는 나중에 또~


백귀야행 20~22

식신 아오아라시의 보호를 받지 못 하게 된 리쓰의 고생기.  ^^

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힘든 곳인지 제대로 체험 중.

초반부터 찔끔찔끔 보여주며 진행되던 할아버지 가규와 할머니 야에코가 어떻게 결혼까지 하게 됐는지는 이제 드디어 다 드러났다. 

할아버지처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주인공이니 언젠가는 쫌 쓸만한 술사가 될 거라고 보는 리쓰의 성장기가 앞으로의 큰 흐름이 아닐까 싶음.

나도 늙었나보다. 예전엔 이 책은 낮에만 봤는데 이건 빨리 갖다줘야해서 밤에 다 독파.

밤에 보는데 살짝살짝 오싹한 게 많긴 했으나... 옛날만큼 무섭게 안 느껴지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인간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서 그런 건가?


이거말고도 더 봤지만 나머지는 생략.

얘기 많이 들었던 허니와 클로버 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