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과일 좋은 걸 가져오는 트럭 노점상 부부가 있다.
꽤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해온 다리가 불편한 부부인데 지난 겨울에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보송보송한 아들이 장사를 돕더니 봄 즈음에 사라졌다.
군대에 가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잊었는데 대충 100일 휴가 나올 즈음에 머리 박박 깍은 청년이 다시 장사를 며칠 돕다가 사라지고 어제인가 그저께 과일 사러 갔더니 또 나와 있다.
아마 또 휴가를 나온 모양.
한참 놀고 싶은 나이니 일반적으로 군대 가기 전에는 작정하고 놀기 시작해서 휴가 나오면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돌아다니기 바쁠 텐데 꼬박꼬박 나와서 부모님 장사 돕는 걸 보면 저 아저씨 아줌마는 트럭 노점을 해도 참 든든하고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총각은 보면서 왜 그렇게 착하고 기특해 보이는지.
남의 자식이지만 참 잘 키웠다고 흐뭇하니 과일을 사갖고 오면서 문득 든 생각이 내가 정말 늙었구나.
햄버거 가게나 커피숍 대학생 알바 오빠들을 보면서 설렜던 게 어제 같구만 이제는 걔네들이 다 귀엽게 보이니... ㅜㅜ
더불어 늙은 거 또 하나 인증.
작년에 방심했더니 바로 콜레스테롤이 치솟아 발레를 등록했는데 어제 첫 수업을 받고 와서 오늘 내내 골골.
내 다리임에도 내 다리가 아닌 것 같다.
오전에는 허벅지만 쑤셨는데 이제는 종아리까지...
어제 스트래칭을 정말 제대로 빡세게 했느냐?
그것도 아님.
다리 찢는 것도 턴 아웃도 그냥 살살 했는데도 이렇네.
연결 동작은 버벅여도 옆에서 비명을 지를 정도로 유연성만큼은 끝내줬었구만.
다리를 180도로 좍좍 찢고 몸이 폴더처럼 접히던 세월은 이제 다시 안 돌아올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신기함.
어떻게 그렇게 몸이 유연했었을까?
지금은 전신에 투명기브스 장착 중.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