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태리 와인에 버닝하고 있는 내 동생이 고른 와인. 꽤 오래 전에 샀는데 토요일에 철판구이와 함께 먹었다.
초창기 국내에 수입되던 이태리 와인들이 굉장히 가볍거나 달콤한 쪽이어서 이태리 와인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높지 못했다.
취향이겠지만 우리 가족의 입맛은 탄닌맛은 적으면서 풀바디에 쌉쌀한 쪽이다. 독일의 리슬링 정도의 단맛은 인정하지만 그건 묵직함이 가미된 경우고 초창기 수입분들은 너무 가벼워 음식맛에 묻혀 꼭 물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좀 제대로 된 와인들이 수입이 되는지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이태리에 몇번 드나들고, 이태리 유학중인 친구들이 사다준 와인을 마시면서 끼안티 매니아가 된 내 동생은 와인샵에만 가면 이태리 와인을 지르고 있는데 얘는 24000원을 준 조금 덜 착한 아이.
하지만 먹으면서는 가격이 착하지 않다는 생각이 쏙 들어갔다.
일단 맛이 굉장히 강하다. 2만원대의 맛이 아니다. 묵직하면서도 아주 고급스러운 맛. 베리 향기가 입안 가득 감도는 것이 부케도 정말 좋았다. 얼마 전 마신 에스쿠도 로호는 맛은 좋았지만 향은 있는듯 없는듯 평범했던 것에 비해 얘는 맛과 향, 거기다 색깔까지 두루두루 만족감을 주는 훌륭한 선택.
2만원대의 몸값임에도 품질은 4-5만원대에 육박한다는 결론. 가격대비 품질로 따지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이 만족도가 너무 높아서 일요일에 와인 사러 갔다가 동생은 다른 회사의 이태리 와인을 또 구입했다. 나는 꾸나라는 우루과이 와인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구입. 저번에 시도했던 텔리쉬란 불가리아 와인의 성공에 용기를 얻어 모험을 걸어봤는데 조만간 마셔줘야겠다.
다다음주에 동생이 중국으로 간다. 두달만 있다가 올지 아니면 거기서 3년을 머물게 될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걔가 가기 전에 마셔줘야겠군.
[#M_ more.. | less.. |내 동생에겐 절대 이런 얘기를 안 하겠지만... 서운하다.
내가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에게 꼭 아이는 둘을 낳으라고 강권을 하는 이유가... 나이를 먹을 수록 가장 든든한 건 형제라는 걸 깨닫게 됐기 때문. 친구도 좋긴 하지만 피를 나누지 않은 사이엔 아무리 친해도 마지막 자존심 한장이라는 한계가 있다. 거기에 비해 형제는 어릴 때부터 서로 볼 것 못 볼 것 다 봐왔기 때문에 최악의 순간에도 의지가 된다.
자라온 환경이 같으니 그렇겠지만 취향이나 취미도 세상에서 가장 비슷하고. 남과 같이 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쇼핑이나 구경도 혼자 즐겁게 하는 인간이 나인데... 유일하게 함께 쇼핑하는 이 인간이 중국으로 가면 좀 심심하겠군.
해산물이나 야채와 같이 먹기엔 좀 무겁고 고기와 딱! 양념하지 않은 철판구이에도 어울렸지만 중국 요리나 양념 구이와 곁들여도 양념의 맛에 절대 밀리지 않고 식욕을 돋궈줄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