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그가 살아있었을 때는 선거 때를 제외하고 비판적 지지자였지만 떠난 뒤 그가 살았던 시대를 훑을 일이 있을 때마다 정말 우리에게 노무현은 축복이었다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된다.
절대 그 시대에 있을 수 없는, 미래에 있어야할 인물이 갑자기 시간을 거슬러 툭 튀어나와 잠시 잠깐 우리 곁에 머물렀다가 떠나버린 것 같다.
일종의 신기루랄까, 너무 짧아서 슬픈 꿈이랄까.
광복 70주년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면서 친일파에 뿌리를 둔 현 기득권층이 그에 대해 왜 그렇게 이를 갈고 죽여버려야한다고 날뛰었는지 절절이 알게 된다.
공개요건과 시한이 지났음에도 전 정부들이 꽁꽁 감춰두려고 한 한일협정문서 공개와 과거사 청산 위원회,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 등 노무현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절대 밝혀지지 않았고 어쩌면 시간의 흐름에 밀려 영원히 묻혀버렸을 많은 것들이 그의 시간에 세상에 드러났다.
인디언 섬머처럼 잠깐 틔웠던 싹들은 다시 얼어붙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땅속에 남아 있으니 우리가 잊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날이 있겠지.
어느 역사학자의 말처럼 우리는 노무현이라는 계몽군주의 시대에 잠시 살았고 지금 다시 보수반동의 흐름에 갇혀있지만 계몽군주가 아니라 진정한 공화정으로 갈 날이 오겠지.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이 나라에선 제 정신을 갖고 도저히 못 살 것 같다.
그날이 올 때까진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거고.
듣든 말든 난 나쁜 놈이 누군지 계속 말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