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기타

인간 숫컷은 필요없어

by choco 2015. 8. 25.

요네하라 마리 | 마음산책 | 2015.8.22?

원제는 ヒトのオスは飼わないの?

더빙까지 잠시 막간을 이용해 슬슬 책을 좀 읽어주려는 참이라 시작으로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골랐다.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뭐랄까, 흡입력이 굉장하다.  요즘 총체적으로 소진된 상태라 책을 읽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데 그녀의 책은 아무리 지친 상황에서도 일단 잡으면 끝까지 읽어내리게하는 힘이 있다.  글로 먹고 사는 먼 동종업자의 입장에서 참 부러운 재주. 같은 내용이나 주제도 그녀의 손에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독특하고 맛깔스런 내용으로 변신하는데 정말 이건 타고난 재주이지 싶다.

각설하고, 제목을 보면 무슨 연애 지침서 내지 솔직히 너무나도 궁금한 요네하라 마리의 연애 기록이 아닐까 기대를 하게 되는데 그걸 원하는 사람은 책을 패스하길.  그녀가 키우던 1세대 개와 고양이들과의 이야기이다.  1990년대에 쓴 책이니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요네하라 마리를 포함해서 모두 이 세상을 떠나서 자신들의 별로 돌아갔을 것이다.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그 시간에 그 동물과 마리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교감을 누리면서 지냈는지를 보고 있는 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다.  정말 영리하고 표독스러운 고양이들, 아마 요네하라 마리 여사가 죽을 때까지 가슴에 담아두며 궁금해하고 죄책감을 느꼈을 겐의 운명. 겐과의 이별을 통해서 그 집에 새로 오게된 개들.

떠나고 새로 들어오고... 세상사가 다 그렇다지만 인간이 아니면 살기 힘든, 인간에게 길들여진 길짐승을 바라보는 마음은 아마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다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참 따뜻하고 즐거우면서도 슬프고 씁쓸했다.

내용과 큰 상관은 없으나 굉장히 섹시하고 매력적인 제목,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  여기에 하나 더 하자면  인간 수컷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건 내 운명에게 혹은 신에게 정말 감사해야할 부분인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