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하라 마리 | 마음산책 | 2014.11.?-2015.3.?
미식 여행 이후 열렬한 팬이 된 요네하라 마리의 전집 중 한권이다.
뽀양이 입원했던 암울한 시기에 병원에 면회하면서 뭔가 조금이라도 덜 우울하려고 고른 책인데 그녀 특유의 독설과 독특한 시각이 그 암담한 시간을 조금은 위로를 해줬던 고마운 책이었다. 2/3쯤 읽었을 때 저녁에 온 동생과 바톤 터치를 하면서 읽을 걸 두고 가라는 바람에 맥이 끊겨서 해를 넘겼다가 얼마 전에 마무리를 했다.
원제는 眞晝の星空. 해석을 하자면 한낮의 별하늘이라고 한다. 요네하라 마리가 소녀 시절 애독했던 러시아의 여성 시안 올가 베르골츠가 쓴 자전적 에세이 '낮별'에서 따온 것이라고 책 첫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책의 내용은 신문에 연재된 것들이라 지면의 한계 때문인지 좀 아쉬울 정도로 짤막짤막하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그녀만의 예리한 시선과 독특한 느낌 때문에 아쉽기는 해도 허술하지는 않다.
워낙 많은 내용들이라 여기에 다 소개하는 건 불가능이고 그냥 가장 기억에 남는 내 나름의 단상들을 기록해놓자면... 내게는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되고 우리의 철천지 원수이자 인간이 살 곳이 절대 못 되는 공산주의 국가들이 그녀에게는 외려 일본보다 더 살만하고 더 합리적인 교육을 시키는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도 느꼈지만 공산주의자 아버지를 가진 덕분(?)에 프라하에서 보낸 소녀시대 5년은 요네하라 마리라는 인간을 만든 아주아주 특별한 요소이고 축복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가 프라하 시절을 빼고 교육받았던 일본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방학 막판을 우울하게 만드는 그 엄청난 방학숙제와 주말이면 더 늘어나는 숙제에 시달리고 단편적인 지식을 많이 암기하는 것이 중시되지 '왜?'라는 질문 자체를 금기시하는 그런 주입식 교육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녀가 느꼈던 충격과 즐거움이 더 강하게 와닿는 것 같다.
마리처럼 유쾌하고 통찰력있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은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