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야구 해설자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던 시절 야구를 틀면 당연히 나오던 목소리였고 이름이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뒤 누군가를 까는 것에 삶의 의미를 두는 듯한 수많은 입전문가와 키보드전문가들이 쏟아져나오기 전까지 하일성과 허구연의 해설은 내게는 거의 신성불가침(?) 이었다.
최근에는 기자의 명찰을 단 입과 키보드 전문가들을 그다지라고 쓰고 엄청이라고 읽는다 좋아하진 않지만 하일성 씨의 해설에 허점이 많다는 건 일부 인정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데없는 말이 좀 많구나 하기도 했다.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설가는 하일성 씨와 어쩌면 반대스러운 김진욱 전 두산 감독.)
하지만 그만큼 맛깔스럽게 야구에 몰입하도록 해준 해설도 흔치는 않을듯.
호불호가 있겠지만 내게는 야구 보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해줬던 하일성 씨.
참 허무하게 세상을 버렸다는 뉴스에 아침부터 멍~했다.
평생 쌓은 부와 명예를 사기꾼 한 놈 때문에 다 날리고 결국 생명까지 버리다니.... 그래서 더 안타깝다.
부디 좋은 곳에 가셨기를.
인터넷 시대 야빠들에게 비웃음을 사던 "역으로 가네요"란 그의 멘트가 문득 그리워지네.
그땐 MBC, LG와 SK 경기 결과에 그날 밤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기분이 좌우되던...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던 시절이었는데. 그땐 정말 나도 젊었구나.
최동원, 장효조... 초딩부터 내 가슴을 뛰게 했던 이름들이 벌써 많이 떠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