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권 두권으로 구성된 조선의 생활사 서적.
생활사 등 미시사 시장이 커지면서 내가 역사책 읽기를 시작하던 어릴 때와 달리 한국을 대상으로 한 읽을만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분야도 다양해지고 깊이나 시각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역사 읽기를 취미로 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딴지부터 거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게 조선에 많이 몰려있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지만... 소설도 아니고 역사라는 한계를 놓고 볼 때 자료가 비교적 풍부한 조선이 주무대가 도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시차를 두고 1권과 2권이 나온 책인데 조선을 배경으로 한, 요즘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수많은 생활사 관련 서적 중에서도 발군이라고 하고 싶다.
내용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이 책보다 더 깊이있고 다양한, 그리고 신선한 내용을 다룬 것도 있다. 그러나 책도 판매용 물품이라고 봤을 때 이 책은 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일단 세련된 디자인과 풍부한 컬러도판이 소장과 읽기 욕구를 충분히 부추겨준다. 그리고 저자 자신이 천명했듯 중등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정도의 편안함과 함께 내용도 재미있다. TV 사극이나 영화에서 흔히 보며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많은 것들의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주는 작가의 해박함에 감탄하게 하는 면모도 있다.
이건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군데군데 드러나는 작가의 역사관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그게 때때로 과하다 싶은 경우도 있지만 어차피 역사란 것은 사관이 가진 역사관의 기록이다. 결론도 없이 맹숭맹숭, 뭔가 뚝 끊긴 느낌이 아니라 감칠맛 나는 매 챕터의 끝마무리가 즐거웠다.
1권의 시작은 기생, 2권의 시작은 노비. 역사의 중심에 섰던 양반이 아니라 역모를 저지르지 않는 한 실록에 이름 한 줄 올리기 힘든 서민 중심의 역사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병, 뒷간, 여자에 관한 내용 등등 매 챕터가 다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부분은 호랑이. 미시적인 생활사지만 민화나 동화가 아닌 역사에 언급된 건 상당히 용감한 시도인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세세한 조선의 생활 모습을 살피는 시작으로는 최고으 선택이지 싶다.
3권을 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아쉽게도 3권은 없다고 작가가 선언했음. 그가 쓴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