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광화문에서 모임이 있어 다녀오신 부친이 교보문고 벽에 붙은 독립운동가 10인에 이승만 대통령이 빠졌다고 살짝 분노...까진 아니고 불만을 토로.
초대 대통령인데 어떻게 거기에 빠질 수가 있냐고 하시는데 나랑 동년배라면 잠깐의 독립운동을 제외하고 해방 때까지 이어진 이승만의 온갖 횡령과 분탕질에 대해서 자료 없이 30분 정도, 자료를 검색해가면서는 몇시간이라도 설명할 수 있으나 부친에게 굳이 그럴 이유는 없어 입을 닫았다.
10년 전이었다면 아마 줄줄이 떠들다가 부친을 분노하게 했겠지. 나도 늙긴 늙었나 보다.... 라기 보단 어차피 나도 남에게 설득되지 않는데 남을 설득할 필요가 있을까란 현실주의자가 되었다는 게 더 맞지 싶긴 하다.
20년 넘는 작가생활 치고는 몇 편 안 되는 독립운동사 관련 다큐를 했음에도 이승만은... 독립운동가란 간판을 단 사기꾼으로 요약하면 딱 맞음. 폼 나고 위험하지 않은 곳에선 종종 등장하고 감투를 쓰는 일에는 그야말로 환장을 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귀찮은 일에는 다 사라짐.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티븐슨을 암살한 독립운동가 두분의 재판을 도와달라는 요청은 쌩깐 건 독립운동에 임하는 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에피소드라고 하겠다.
독립운동 자금 걷는 일에는 엄청 발벗고 미국 곳곳을 누비는데 문제는 그 돈의 대부분이 그의 생활비로 쓰였다는 거. 요즘 미친듯이 고소를 하고 있는 케어의 그 박모 아줌마처럼 후원금의 극히극히극히 일부만 -아마도 면피용으로- 독립자금으로 쓰고 나머지는 그의 쌈짓돈이었다. 그의 화려한 횡령 행적은 미국에서 벌어진 한인들의 독립운동사를 훑으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굳이 애써서 찾을 필요도 없다.
이런 자가 초대 대통령이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비극. 아직도 그의 추종자와 후예들의 세력이 너무 커서 제대로 집계도 못 하는데 한국전쟁 때 그의 뻘짓과 미친 짓으로 억울하게 학살된 양민 숫자를 제대로 집계하면 히틀러가 형님 할 수도 있을듯. 히틀러는 그나마 다른 민족인 유대인에게 그랬지만 이승만은 바로 자신의 국민, 자신의 민족을 그렇게 무참하게 학살을 했는데도 그를 물고 빠는 인간들... 아니 인간이란 단어도 붙이기 싫다. 그 종자들의 정신 세계가 궁금.
그들을 보면 뼛속까지 친일파 혹은 뼛속까지 매국노라는 그런 DNA가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