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문화생활.
엘지아트센터 하나만으로도 내게 엘지는 까방권 매년 최소 5개 이상 적립이다.
2014년 내한공연 때 엄청나게 호평 받았던 백설공주를 다른 공연하고 겹쳐서 아깝게 놓쳤는데 프레스코화는 그 아쉬움을 충분히 덮어주는 멋진 공연이었다.
내가 본 프렐조카쥬의 첫 작품은 LD로 본 신데렐라. 인형극과 결합한 작품이었는데 그 이후 몇번의 내한공연을 거의 놓치지 않고 챙겨보고 있는, 내게 있어서 믿고 보는 안무가이다.
프레스코화는 포송령의 요재지이 중 그림 속 여인과 사랑에 빠져 하룻밤을 보낸 남자의 이야기로, 동양권에선 천녀유혼의 플롯이 된 유명한 이야기인데 동양의 설화를 어느 문화권에도 치우치지 않고 아주 세련되게 잘 풀어냈다.
비를 피하러 들어온 절 벽화 속 여인을 보고 반한 남자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림 밖으로 쫓겨나오는 내용은 똑같지만 그림 속 여인들의 묘사는 정말 오!!! 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근사했다.
기사에서 주인공인 흰옷 입은 소녀역을 맡은 무용수는 안무가가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가고 한계를 넘어서게 했다고 말했는데 공연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다양한 표현도 표현이지만 체력도 한계까지 밀어부친다. 제일 앞줄에 앉아서 무용수들의 숨소리까지 말 그대로 다 들을 수 있었는데 주인공 여자 무용수는 체력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는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표현해내는 모습은 감탄이 나왔다.
흔하게 활용되는 줄이며 커튼, 그림자를 조명들이지만 아이디어가 더해지면 얼마나 독특하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무대. 특히 흰옷 소녀의 머리를 올려주는 시퀀스는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했는데 군더더기 없고 명확해서 정말 기분 좋을 정도였다.
언젠가 백설공주도 꼭 볼 수 있기를. 올해 내가 예매한 엘지 아트센터 라인업은 마지막까지 꽉 채워서 즐거웠다. 내년 기획공연도 기대가 되네~ 보리스 에이프만도 조만간 또 다시 불러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