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In The Devil's Garden: A Sinful History of Forbidden Food 로 2003년에 나온 책이다.
책에 살짝살짝 드러나는 개인적 경험이나 사건들을 보며 작가란 인간이 엄청 경험도 다양하고 좀 파란만장한 생을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자 소개를 보니 정말로 이렇게 짐작이 딱 맞을 수가 없다.
포도따기 일꾼인 묘지 인부, 화장실 안내원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밀수꾼이라니. -_-; 그리고 프로필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인도에서 애인과 함께 노점에서 과자도 구워 팔았던 것 같다.
여하튼 이 모든 다양한 경험이 이 상당히 재미있고 아무나 쓸 수 없는 책에 녹아든 것이니 독자 입장에선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편력에 감사해야겠지,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좀 먹고 살만한 나라에선 음식에 관한 책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역사나 인류학적인 조사는 물론이고 현재 맛있는 집들과 새로운 음식 편력까지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물론 내 독서 범위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이런 독특한 접근법은 처음이다.
기독교의 도덕관에서 인간의 7대 악덕이라고 주장하는 색욕, 폭식, 오만, 나태, 탐욕, 불경, 분노라는 7개의 카테고리에 풀코스 메뉴판을 하나 넣어놓고 그 주제 안에서 금기 음식과 먹어온 음식의 역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가장 주목하고 싶은 건 -엄청나게 돌아다닌 작가의 경험 덕이겠지만- 소위 카더라~도 많지만 서구뿐 아니라 동양과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과 금기에 대해서도 이런 입문서로는 놀라운 정도의 수준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인이 쓴 인문학 서적은 서구가 이 세상 모두이고 중심인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점에서도 독특했다. 음식으로 인해 일어난 온갖 역사적인 소동 등 재미있으면서도 꽤 읽어볼만한 내용.
제목은 금기 음식의 역사지만 좀 더 정확히 하자면 금기 음식으로 분류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이 끊임없이 먹어치운 음식의 역사라고 해야겠다. 더불어 맛있는 음식에 관한 인간의 그 엄청난 탐욕과 잔혹성에 대해서 몸서리를 치게 하는 부분이 있다. 로마나 절대주의 왕정 시대의 만찬은 내게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다. 누가 타임 슬립의 기회에 더해 잘 생긴 왕자나 백작을 하나 얹어준다고 해도 사양하고플 정도로.
과거에 자행됐던 일들은 잠시 그쳤는지 몰라도 새롭게 시작된 부분들은 정말. -_-; 인간에게 에이즈를 옮긴 그 50여년 전 원숭이 요리를 먹은 사람은 그 파급력을 과연 짐작이나 했을까?
물론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육식 습관이 앞으로 300백년 정도 뒤 후손에게 있을 수 없는 잔혹 행위가 될 수도 있겠지. 부디 그런 쪽으로 인류가 변화하기를. 신전에서 최고 불경죄로 쫓겨날 정도의 마늘과 양파를 곁들여 배 부르게 한우 꽃등심을 먹은 처지라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히틀러 같은 채식주의자보다는 나같은 육식주의자가 세상에 피해를 덜 입힌다는 위로를 하면서 살아야지. ㅎㅎ;
알라딘에서 이벤트로 정가의 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팔고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길~
책/인문(국외)
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스튜어트 리 앨런 | 생각의나무 | 2006.12?-2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