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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 김정희 악사

by choco 2019. 12. 16.

동해안 별신굿 4대째를 잇는 장구의 명인으로 쌍장구의 마지막 전승자였던 분.

강사법으로 석사 학위 있는 강사들만 고용한다는 말도 안 되는 행정 처분에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던 자리를 잃고 13일에 세상을 뜨셨다고 한다.  극단적인 선택이었다는데 아마도 자신의 생 전체가 송두리째 부정 당한 느낌이었겠지... 싶다. 

지난 9월 신명나고 별난 별신악 연주에서 그분과 제자의 쌍장구 연주를 촬영했는데 아마도 그게 그분의 마지막 연주 무대 기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신들린 듯 장구를 두드리던 그 모습. 그 미소가 그때는 그저 흥겹고 즐거웠는데 이제는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지는 소리와 영상이 되었네.  세월이 흘렀고 이제 문화를 좀 존중하네 어쩌네 폼을 잡는 세상에도 전통 예술을 지키는 예인의 길은 이렇게 험하고 외롭구나... 마음이 쓸쓸하다.

돌아가신 별신굿 인간문화재 김석출 선생님과 굿을 촬영하려고 통화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침 잡힌 굿이 없어서 그분의 굿은 찍지 못 했는데.... 만약 연이 닿아 찍었다면 김정희 선생도 그때 만났었겠지.  그랬으면 더 심란했을 것 같기는 하다.

가족을 통해 세습되어온 별신굿.  이제는 박제만 남았네. 쌍장구는 이제 전승이 끊어졌고.  책상 앞에 앉아서 펜대만 굴리는 행정가들은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 뭘 했는지 과연 알려나? 

김정희 선생님, 명복을 빕니다.  저 세상에서 신명나게 장구를 연주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