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묶인 몸인 동생이 출근한 뒤 H양도 한국으로 먼저 떠나고 나는 늘어지게 늦잠. ^^; 이날 하루 더 관광을 하라고 동생이 그랬지만 일 핑계로 사양. 가져간 수정 작업에 손도 안댄 것도 사실이지만... 추워서 꼼짝하기가 싫었다.
동생에게 어제 사오라고 시킨 삶은 옥수수 -너무 맛있다. ㅠ.ㅠ 거기다 한개에 100원 조금 넘는다- 와 이것저것 군것질로 배를 채우면서 동생짐을 싸다가 싸들고 일을 좀 하는 척 하다가 낮잠을 다시 자고 뭐 좀 챙겨 먹으니 하루가 다 가는데 정말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ㅎㅎ
회사차 타고 다시 회사 앞으로 가서 동생과 영어를 할 줄 아는(ㅠ.ㅠ) 동생의 직속 중국인 직원과 함께 새로 이사갈 집에 넣을 가전제품을 사러 갔다. 일본계 할인점인 JUSCO에서 본래 목적했던 LG가 아닌 하이얼 냉장고 구입완료. ^^; LG나 삼성은 가난한 서민이 구입하기엔 조금 비싼 고로... 그냥 중국 1등을 선택.
'하이센스'라는 중국 가전 브랜드를 보니 뜬금없이 아주 오래 전 만화공장장 김영숙씨가 발행했던 만화 잡지가 떠올랐다.
볼일을 보고 저녁 먹으러 또 다른 중국 레스토랑으로~
여긴 음식 모형이 아니라 실제 식재료로 세팅을 해놓는다. 그걸로 요리를 하는 모양. 여기도 식재료를 보고 선택으르 하는 곳. H양도 없으니 고기가 고픈 우리는 양고기와 삼겹살 바베큐를 일단 선택했다.
이런 곳에서 바로 구워준다. 냄새도 안 나고 맛있음~ 추천!!! 기독교 국가가 아니면서 크리스마스를 엄청 강조하는 중국. 여기야 비교적 서민적인 레스토랑이니 저 웨이터 아저씨의 산타 모자가 그럭저럭 적응이 되는데 호텔 웨이터나 웨이트레스의 산타 모자는 정말 아스트랄했음. ^^;
여기 식탁은 이런 모양으로 세팅. 좀 특이한 것이 냅킨을 세팅한 모양.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접시 위에 접어놨던 냅킨을 이렇게 접시 밑에 갈아서 세팅을 해준다. 여기 티포트와 찻잔은 집어가고 싶을 정도로 심플하고 예뻤다. ^^; 동그란 것이 찻잎의 점핑도 잘 될 것 같음.
음식도 맛있었지만 먹는 사진은 전날로 충분하도 생각하고 생략. 뭐든 가장 맛있는 상태에서 먹어줘야 하는 법이니까. 특히 맛있던 것은 '만토'라 불리는 꽃빵 비슷한 것 두종류. 똑같은 재료를 하나는 튀기고 하나는 쪄서 나오는데 그냥 먹어도 맛있고 딸려나온 연유에 찍어먹어도 맛있다. 한국에서 만두는 속에 소가 들어간 거지만 중국의 만도(=만토)는 속이 없는 음식이다. 또 하나 배웠음.
선택하진 않았지만 고르도록 세팅된 재료 중에 패주와 딸기가 함께 있는 게 있었는데... 그 두개를 볶으면 과연 어떤 맛이 날까? 상상불능.
마지막에 탄수화물을 먹어줘야 할것 같아서 시킨 칭따오 국수는 멀겋고 맛없는 잔치국수 맛. 볶은 김치와 달걀 지단을 얹어 양념장을 뿌려 먹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ㅎㅎ3명이 맥주 한병까지 포함해서 배 터지게 먹었는데 2만원이 안 나왔다. 중국 만쉐~ ㅠ.ㅠ
다음날도 19일과 비슷한 하루의 시작. 동생 출근시키고 더 자다가 일어나 이삿짐 또 싸고. 처음엔 몰랐는데 싸고 보니 방 하나에 웬 짐이 그렇게 많은지. -_-; 챙기고 또 챙겨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여하튼 그렇게 짐 싸고 있는 거 적당히 챙겨먹다가 다시 일 좀 하다가 좀 자고 또 일 좀 하고 그러다가 다시 동생 회사차 타고 청도 시내로.
이날은 한국 직원과 함께 일본 식당에 갔다. 문제는... 이 식당은 일본어만 통하는 곳이란 사실. 영어가 전~~혀 안 통한다. -_-; 어설프나마 하는 동생과 동행한 한국 아줌마의 중국어도 통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일본에 국제 전화를 해서 사촌동생을 시켜 주문을 하려고 햇을까...
그래도 사진이 포함된 메뉴 덕분에 그렁저렁 주문에 성공했는데 오늘은 완벽 성공~ 특히 나온 분량을 보고 1인분에 137위안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덜덜 떨었던 나베는 1인분이 아니라 3명이 배 터지게 먹는 한냄지가 137 위안이었다~~~ 최고!!!!! 이번엔 쇼유 육수로 했는데 다음에 가면 소금맛이나 미소로 또 먹어봐야겠다.
계란 두부에 얹은 연어알이며 초밥, 참치 아보카도, 디저트로 떡이 들어간 녹차 아이스크림까지 배터지게 먹었다. 일본 음식은 어디서나 비싼 편인데... 그래도 1인당 만원 조금 넘게 낸 것 같음. 이 정도면 훌륭~ 그리고 우롱차도 정말 맛있었다. ^ㅠ^ 문제는 얘 한잔이 중국 요리 한접시 가격이라는 것이지.
마사지를 받고 돌아갈까 어쩔까 했는데 낮에 이삿짐 싸고 또 절대 나오지 않는 머리를 쥐어짜 삐리리~를 만드느라 지쳐서 그냥 포기하고 집으로~
12월 21일 목요일. 이날 오후에 이사를 가기로 했기 때문에 동생이 나긴 뒤에 짐을 다 내려놓기 시작. 그리고 남은 게 없나 다 챙기고 대기모드에 돌입했다. 본래 2시쯤에 오겠다고 했는데 일이 많은지 4시가 다 되어서 조퇴하고 왔다. 이사를 도와주러 온 중국 직원은 짐을 보고 배를 잡고 웃어댄다. 애와 남편이 있는 자기 집보다 더 짐이 많다나. ^^; 어딜 가나 짐 늘리는 것은 우리 집안의 유전병인 고로 곱게 접수.
새로 이사 간 아파트는 회사 근처라 다니기도 좋고 담장도 잘 둘러져 있고 경비원도 많아서 좋다고 한다. 그런데 젊고 튼튼한 경비원이 있으면 뭐하나. 벌건 대낮에도 관리실에서 졸고 있더만. -_-;
여하튼 이사를 무사히 마치고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를 장만하러 '메트로'라는 대형 할인매장에 갔다. 청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다. ㅎㅎ 눈 튀어나오게 싼 것들이 즐비~ 소형 가전 같은 건 나도 사오고 싶은게 좀 있었지만 자제하고 그냥 베이킹 도구 몇개와 한국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받는 찻잔 두개만 샀다. 그리고 역시 한국보다 20-30% 정도 싼 샴페인 구입. 그리고 동생 살림살이를 대충 산 다음에 귀가.
다음에 청도를 가면 다른 곳은 안들러도 메트로엔 꼭 가겠다~ 맛있는 것도 너무 많다. 수입식품은 한국보다 중국이 확실히 더 싼 것 같다.
그리고 저녁 먹으러 어디를 갈까 하다가 그냥 간단히 한국식 중국집으로. 사실 철판구이를 한다는 곳에 가고 싶었지만 둘이선 좀 부담스러워서 칭따오 가든으로 갔는데 여긴 좀 실패. 푸짐하고 싼 것은 인정하지만 오래된 기름냄새가 나고 무엇보다 볶음밥에서 불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는 볶음밥을 굳이 밖에서 먹는 것은 특유의 불맛을 즐기고 싶은 것이련만. 별로였음.
한국보다 절대 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단게 먹고 싶어서 들른 곳이 하겐다즈. 여기가 대박이었다. ^^ 초코 퐁듀~ 너무 마음에 든다.
저 과자만 빼고 둘이서 다 먹었다. ^^
이제는 귀국날~
동생 출근시키고 짐싸기 돌입. 낮에 동생회사 지사장님이 점심 사주신다고 해서 중국에서 와서 처음으로 때 빼고 광 내고 했다. -사주시려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귀찮아. 이날 맛있다는 오므라이스 집에 가려고 했는데... -_-;;;-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또 다른 스타일의 음식을 먹어주고 싶었는데 불러주신 곳이 첫날 갔던 크라운 플라자 호텔의 이태리 식당. 수석 셰프가 이태리인이라는데 음식 수준은 우리 동네에서 맛없다고 욕하며 안 가는 몬탈치노나 일마레 수준이다. 상해나 북경은 몰라도 아직 청도에선 서양 음식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고 또 시장도 형성이 잘 안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도 호의니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맛있게 잘 먹고 왔다.
이날 아침에 쇼를 햇던 것 또 하나. 동생이 인터넷 신청을 했는데 얘는 한국서 돌아온 다음에나 설치될 걸로 생각했던 모양. 당연히 내게 아무 말도 없었는데 이날 아침에 인터넷을 설치하러 사람이 왔다. 누가 문을 두드리기에 문구멍으로 보니 내복 차림의 뚱뚱한 아저씨가 있는데 문을 열어줄 수가 있나. 여기 와서 배운 유일한 중국말 "워 팅 부동!"을 외쳤으나 절대로 가지 않고 꿋꿋이 계속 문을 두드리는 아저씨. ㅠ,.ㅠ
동생 회사로 전화하니 이 인간은 자리를 비웠다고 하지 동동거리다가 이사를 도와준 한국말이 되는 중국 과장에게 전화를 해서 나중에 오라는 말을 배워 그대로 읽었다. -*)&*() 라이봐이로 기억됨. ^^ 벌써 까먹었음- 그럼에도 가지 않는 데 지쳐서 설마 전화하는 중간에 뭔 일이 있겠냐 하는 배짱으로 중국말 가능한 사람을 대기시킨 다음 문을 열어줬다.
그렇게 전화를 통한 통역을 통해 알게된 것이... 바로 인터넷을 설치하러 왔다는 것. 그리고 그 내복차림 아저씨는 동생집 주인. -_-; 도대체 내복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걸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문을 열어주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그러나... 겨울이라 그렇지 여름엔 웃통 벗고 다니거나 잠옷 바람으로 활개치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또 하나 생활에서 배웠음.
마지막날까지 기함을 하고... 약속 시간보다 일찍 찾아온 운전사 때문에 또 한번 난리를 치면서 청도 공항으로~ 나갈 때도 여긴 세관 신고서를 써야 한다고 한다. 선물할 차를 못 사서 면세점에서 좀 살까 하고 구경을 했는데 여긴 면세점이 아니라 강도 지점이다. -_-; 밖의 가격을 모를 때면 이것도 괜찮네~ 하고 사겠는데 바로 공항 밖에서 얼마에 파는지 뻔~히 아는 상황에선 도저히.... 그냥 다음을 기약하고 포기했다. 허물없는 사이는 내 걸 낱개로 쪼개서 나누고 아니면 그냥 패스. ^^
이 시간 대 비행기가 연착으로 악명이 높아 걱정햇는데 다행히 정시 출발을 해서 집에 제대로 도착.
반가워서 기절하는 뽀삐의 환영을 받으며 1주일간 휴가를 잘 끝내고 왔다. 하루하루 빠지는 숙박비의 부담이 없으니 어디론가 많이 다니고 구경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고 잘 먹고 잘 쉬는 휴양의 의미에 딱 맞는 휴가였음. 뽀삐만 없으면 온 가족이 함께 움직여도 되겠지만... 지금 내 무릎에서 자고 있는 이 짐덩어리를 모셔야하는 관계로 우리 집은 단체 행동은 불가능. 개가 아니라 상전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