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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상실감....

by choco 2020. 6. 8.

아무래도 나도 인사를 드려야할 것 같아서 문상 갔다가 주책스럽게 눈물을 조금 흘리고 왔다.

부친의 친구분이 떠나신 것에 내가 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팅 빈 것처럼 쓸쓸해도 되나 좀 우습기도 한데...  그래도 참 고마웠던 분이니 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감사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끄적.

이제는 이맘 때 떨어질 매실 폭탄으로 뭘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며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여름에 방아 폭탄이며 각종 텃밭 채소들이 감당할 수 없이 우리 집에 투하되는 일은 없을 거다. 열심히 나눠주고 청과 잼으로 변신시켜도 매년 냉동실을 꽉꽉 채우던 아로니아를 처치할 고민도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  매년 명절마다 주셔서 요긴하게 잘 쓰던 참기름과 들기름도 지난 설에 주신 마지막 병을 다 먹으면 이제 영원히 만날 일이 없겠지.  지난 겨울에 주셔서 냉동실에서 내내 애물단지였다가 바로 얼마 전 겨우 젓갈로 변신시킨 멍게 같은 해산물로 나를 기함시키실 일도 이제는 없을 거다.

이런 물질적인 걸 떠나서... 늘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하셨어도 한번도 도움을 청한 적은 없지만 언제든지 부탁드릴 곳이 있다는 그런 든든함이 은연중에 있었나 보다. 이분에게 정신적으로 조금은 기대고 있었던 모양.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많은 걸 주셨는지 새삼 감사하고... 뒤에서 간혹 짜증냈었던 게 새삼 죄송하고.... 그리고 새삼스럽게 다시 눈물이 난다.  

영원히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