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글을 써야하는데 이상하게 에너지가 자꾸 흩어지고 지지부진.
그냥 넋놓고 있는 것보다 뭐든 적는 게 그나마 낫지 싶어서 끄적끄적.
1. 좀전에 찐 왕만두 6개와 올해 첫 초당옥수수와 ㅇ씨가 준 쑥굴레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역시 올해 첫 찬 우롱차와 함께 다 먹어야지~ 했는데 현실은 만두 4개에 옥수수 먹고 배가 너무 불러서 헉헉거리고 있다. 슬프다. ㅠㅠ 이제 내 생에서 하루 5끼 챙겨먹는 식도락 여행은 끝이 난듯.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잘 챙겨먹었지. 하루 2끼 먹는 남은 생동안 알뜰하게 잘 골라서 먹어줘야겠다.
만두는 얼려서 두고 떡은 있다 오후에 먹어야지. 여름에 찬 우롱차와 보리차는 진리임. 초당옥수수도 나오는 한달 동안 열심히 먹어야지~
2. 어제는 뭐랄까.... 딱 뭔가 확 걸려 넘어지는 건 아닌데 아주 미묘하게 계속 걸리적걸리적 짜증이 나는 하루.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려 버스정류장에 왔는데 포기하고 택시를 타기도 버스가 좀 애매한 시간이다. 길 막히는 시간도 아니니 기다리는데 예상 시간을 훌쩍훌쩍 당겨서 텔레포트하듯 나타나는 다른 버스들과 달리 이 버스만 정말 예상 시간을 꽉꽉 채워서 왔는데 타보니 이유를 알겠다. 배차가 너무 붙어서 앞차랑 어떻게든 거리를 벌려야 하는 버스를 제외하고 이렇게 느긋하고 느릿느릿 가는 버스 아저씨는 한국에서 처음 봤다.
과속이나 난폭운전을 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흐름은 타고 가줘야 하는데 사람 없는 정류장에서 문 열고 서 있어주고 조금만 빨리 가면 넘어갈 수 있는 걸 기어이 신호에 걸려 한 타임 꼭 쉬다 감. -_-+++ 평일이라 예매는 안 해놨지만 그래도 약속시간을 계산해서 타려고 하는 시간이 있어서 속이 타 죽는줄 알았음.
그래도 어찌어찌 타는 게 가능한 시간에 도착해 버스표를 사려는데... 평일 낮에 그것도 10~15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는 도시인데 표가 매진된 건 또 처음 봤다. 진짜 황당. 다행히 15분 뒤 버스가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지각은 면하게 도착했는데 늘 택시들이 줄 서 있던 택시승차장은 텅 비어있고 거기에 관광버스 한대가 차지하고 택시도 못 잡게 길을 막고 있는... 정말 내가 시간이 있었으면 경찰에 신고했을듯. -_-+++
우여곡절 끝에 택시 겨우 잡아타고 도착해서 일 보는데 대충 10분 예상했던 게 1시간 넘게 걸리고, 너무나 여유롭게 느껴졌던 기차 시간은 이미 물 건너가고 다음 시간대도 아슬아슬. 본래 계획은 거기서 택시로 광역버스 정류장에 가서 광역버스 타고 기차역에 가서 KTX 타는 거였는데 이런 운세로는 또 기차 놓쳐 시간 엄청 늦어지지 싶어서 택시비를 길에 깔고 기차역으로.
다행히 기차 출발 7분 전에 도착해서 기차 탔고 볼일 잘 바고 이날의 꼬이는 운세는 대충 정리된듯 싶었는데..... 마지막 목적지에 아이패드를 두고 오는 환상의 끝내기. 그래도 위안을 하자면 모르는 곳이 아니라 아는 곳이었고 다행히 토요일에 서울 올 때 아이패드 가져다준다고 하니 불행 중 최상의 마무리지 싶다.
3. 위에 쓰려다가 너무 길어서 그냥 분리해서 여기에 따로 끄적.
어제 고속버스 안에서 내 인생에서 2번째로 완전체를 목격했다.
난 뒤쪽에 탔고 완전체 아줌마와 (대응 태도는 아니지만 심정은 충분히 공감이 되는) 버럭 아저씨는 중간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 어떤 아저씨가 "전화 좀 그만하라고, 왜 내가 고속버스에서 내내 당신 통화 소리를 들으면서 가야하냐"고 버럭 소시를 질렀을 때는 아저씨 좋은 말로 하지 왜 소리를 지르나 했는데 거기에 대고 날 언제봤냐고 소리 지르냐, 창피한줄 알으라고 바락바락 대꾸하는 아줌마를 보면서 솔직히 쫌 헐!!!
물론 소리를 지른 건 아저씨 잘못이긴 하지만 일단 고속버스 안에서 그 정도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계속 통화를 한 건 아줌마인데??? 나도 기차나 버스에서 급할 때 오는 전화를 받기는 하니 뒤나 옆에서 1~2분 정도 전화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보아하니 내내 통화한 것 같던데 참 대단하다 그러고 1차전 종료.
그렇게 또 한참 가는데 그 아저씨가 의자 머리를 팍팍 치면서 또 통화 좀 그만 하라고 버럭 일갈. 여기서 오잉??? 아마 그 이후에 또 전화가 왔고 또 한참 통화를 했던 모양인데 아까 그 난리가 났으면 전화가 와도 나중에 하자고 끊는 게 일반인의 대처 아닌가? 그리고 이 상황이면 일단 죄송하다 내지 급한 전화라 어쩔 수 없이 받았다거나 등등의 리액션이 정상인데 이 아줌마는 또 아저씨에게 교양없다고 또 한참 난리치더니 승객들에게 죄송하다고 마무리.
보면서 아~ 내 인생에서 2번째로 완전체를 목격하는구나 했다.
최초의 완전체는... 그러고보니 그때도 여자였는데, 우리 동네에 줄 서서 먹는 맛집이 있다. 거기는 길도 좁고 늘 주차된 차들도 많고 복작복작한 곳이라 지나는 차는 항상 주의를 해야하는 곳. 친한 피디들이 놀러와서 거기 줄 서 있는데 어떤 젊은 여자가 운전을 하고 오다가 그 길에 있는 아저씨를 거의 칠 뻔 했다.
다행히 길이 좁고 주행속도가 느려서 부딪힐 뻔했지 차에 닿지는 않았는데 그건 운전자의 능력이라기 보다는 아저씨의 순발력이었다. 당연히 머리가 빡 돈 아저씨가 운전 그따위로 하냐고 젊은 아줌마인지 아가씨에게 뭐라고 하는데 정말 지금도 떠오르는 게 표정 하나 변함없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녹음기 틀어놓은 것처럼 "왜 안 비켜요." 만 연발. 뒤에서 빵빵거리고 아저씨가 열 내는데 정말 그 말만 반복하는 거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
완전체를 상대하기엔 그 아저씨의 진상력이 모자랐는지 결국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완전체는 차를 몰고 유유히 떠나갔다. 오지랖 넓은 피디는 그 상황에 끼어들고 싶었으나 눈에 촛점을 풀고 앞만 쳐다보는 그 운전자를 보며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완전체라 포기했다가 뭐라나. 그날 완전체란 단어를 처음 알았음. ㅎㅎ
1번 아저씨는 몰라도(생각해보니 점잖은 양반이었음. 뒤에 차들 밀리는 거 보고 결국 비켜줬으니) 2번 아저씨는 성질 만만찮은 양반 같았는데 어지간한 진상도 완전체에는 못 당하는구나 어제 재확인.
불현듯... 그 두 완전체와 그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어떤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건 경험이 아니면 모르는 거니 앞으로도 난 계속 모르는 걸로. 최초도 어제 만난 완전체도 내 인생과 교차점이 없는 그저 구경꾼이었는데 앞으로도 이런 행운이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