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설

구두수선방 아저씨

by choco 2021. 3. 18.

어릴 때 엄마가 구두굽을 바꾸거나 우산을 수선할 때 늘 가던 전철역 앞 수선집 아저씨.

내가 구두를 신던 고등학생 때부터,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구두굽을 갈거나 밑창을 깔거나 할 때 수시로 찾아가는 곳이었다.

굽을 갈 시기를 놓쳐서 가면 신발을 엉망으로 해서 갖고 와 고생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정말 꼼꼼하고 깔끔하게 잘 고쳐주셨다.

솔직히 구두에 관한 한은 명품의 직영수선점에 가는 것보다 이 아저씨가 훨씬 더 곱게, 그리고 다시는 탈 안나게 잘 고치셨다.

좋아하는 구두는 수없이 밑창과 굽을 갈면서 신고 또 신다가 아저씨가 이건 이제 보내주라고 손을 들면 그때서야 안녕을 고하면서 수십년 간 내 신발들은 모두 이 아저씨의 손을 거쳤다.

몇년 전 한번 크게 편찮으셔서 오랫동안 쉬다가 돌아오셨을 때 밀린 신발들을 다 갖고 가서 왕창 고쳐왔기에 작년부터 문을 안 여서도 또 돌아오시려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굽을 갈아야하는 구두와 대대적인 수리를 해야하는 구두들을 쳐다보며 언제 오시려나 했는데 이번 주에 아저씨의 수선부스가 철거되어 있는 걸 보며 가슴이 쿵....

이제 어디로 수선을 하러 가야하는 그런 문제와 별개로 허전하고 쓸쓸. 엄마와 나를 동시에 기억해주는 사람이 또 한분 떠나셨구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돌아가셨는지, 아니면 이제 다시 수선 일을 못 할 정도로 편찮으신지는 모르겠으나 후자라면 그저 수선 일을 하기 힘드신 정도지 건강 회복하고 행복하시길.